[책마을] 기업이 자소서를 쓴다면…어떤 스토리를 담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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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은 왜 고장난 자동차를 광고했을까?
자일스 루리 지음 / 이정민 옮김 / 중앙북스 / 268쪽 / 1만3500원
자일스 루리 지음 / 이정민 옮김 / 중앙북스 / 268쪽 / 1만3500원
1987년 테리 웨이트 영국 성공회 대주교가 시아파 무슬림 단체에 납치당했다. 탁월한 협상 중재자인 그는 리비아에 억류된 서방 인질 10명을 석방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다른 인질들을 구하기 위해 뛰어들었다가 함께 억류되고 만 것.
죽음의 위기를 여러 차례 넘겼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의 인품에 감동한 감시요원들이 원하는 책을 구해주겠다며 호의를 베풀었다. 하지만 이들과 말이 통하지 않았던 웨이트 대주교는 고민 끝에 책 귀퉁이에 펭귄이 그려진 책이면 아무거나 좋다고 했다. 바로 영국 펭귄출판사의 책이었다. 그렇게 그는 감시요원들이 간혹 전해주는 펭귄출판사의 책을 읽으며 힘든 시간을 견뎌냈다. 1991년 석방된 이후 누군가 그에게 “왜 하필 펭귄이었나”라고 묻자 “펭귄출판사라면 어떤 책이든 상관없이 읽을 만하리라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런 극적인 에피소드는 펭귄출판사의 중요한 자산이다. 사람들은 “좋은 책을 읽고 싶다면 펭귄 책을 고르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사람만 스토리를 갖는 것이 아니다. 기업들도 에피소드를 갖고 있다. 수많은 기업이 브랜드에 얽힌 사연이나 기업의 전설적 인물에 대한 스토리를 발굴해 사람들에게 알리고 있다. 《폭스바겐은 왜 고장난 자동차를 광고했을까?》는 “흥미로운 에피소드는 대중에게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킴으로써 기업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이끌어가는 에너지가 된다”고 주장한다.
책의 제목에 포함된 폭스바겐은 1961년 요즘 말로 ‘혁신적’인 광고(사진)를 선보였다. 당시만 해도 광고에 결점이 있는 상품을 들고 나오는 일은 터무니없는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폭스바겐은 작고 단단한 자동차 ‘비틀’의 흑백 사진과 ‘레몬’이라는 한 단어짜리 광고 카피가 인쇄된 지면 광고를 들고 나왔다. 그 밑에는 이 자동차가 왜 불량 판정을 받게 됐는지 자세하게 적혀 있었다.
“이 차는 앞좌석 사물함 문을 장식한 크롬 도금에 작은 흠집이 나 있어서 교체해야 합니다. 독일 볼프스부르크 공장에서 일하는 크루트 크로너 검사원이 발견했습니다.” 상품을 과장하는 광고가 일반적이던 시장에서 폭스바겐의 광고는 정직하고 진실해 보였다. 폭스바겐은 이 광고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정직한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저자는 “기업의 스토리는 영속적인 매출을 이끌어낸다”며 “이는 광고보다 강력한 마케팅 요소”라고 강조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기업의 기원과 역사에 대한 직원들의 이해도를 높이는 동시에 애사심도 끌어올릴 수 있다. “거창한 프레젠테이션이나 딱딱한 워크숍보다 스토리의 힘이 강하다”는 이야기다.
그 외에도 딸아이가 노는 모습을 보고 만든 바비인형, 목공소의 공기청정기에서 착안해 새로운 구조의 청소기를 개발한 다이슨, 로스앤젤레스(LA) 흑인 폭동 당시 유일하게 공격을 받지 않은 맥도날드 건물, 폐광 위기에 놓일 뻔하다 1000여명의 집단 지성으로 새로운 금광들을 찾아낸 금광회사 골드코프 등 글로벌 기업 53곳의 60가지 스토리를 담았다. 각각의 에피소드가 3~4페이지 분량으로 펼쳐져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죽음의 위기를 여러 차례 넘겼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의 인품에 감동한 감시요원들이 원하는 책을 구해주겠다며 호의를 베풀었다. 하지만 이들과 말이 통하지 않았던 웨이트 대주교는 고민 끝에 책 귀퉁이에 펭귄이 그려진 책이면 아무거나 좋다고 했다. 바로 영국 펭귄출판사의 책이었다. 그렇게 그는 감시요원들이 간혹 전해주는 펭귄출판사의 책을 읽으며 힘든 시간을 견뎌냈다. 1991년 석방된 이후 누군가 그에게 “왜 하필 펭귄이었나”라고 묻자 “펭귄출판사라면 어떤 책이든 상관없이 읽을 만하리라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런 극적인 에피소드는 펭귄출판사의 중요한 자산이다. 사람들은 “좋은 책을 읽고 싶다면 펭귄 책을 고르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사람만 스토리를 갖는 것이 아니다. 기업들도 에피소드를 갖고 있다. 수많은 기업이 브랜드에 얽힌 사연이나 기업의 전설적 인물에 대한 스토리를 발굴해 사람들에게 알리고 있다. 《폭스바겐은 왜 고장난 자동차를 광고했을까?》는 “흥미로운 에피소드는 대중에게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킴으로써 기업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이끌어가는 에너지가 된다”고 주장한다.
책의 제목에 포함된 폭스바겐은 1961년 요즘 말로 ‘혁신적’인 광고(사진)를 선보였다. 당시만 해도 광고에 결점이 있는 상품을 들고 나오는 일은 터무니없는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폭스바겐은 작고 단단한 자동차 ‘비틀’의 흑백 사진과 ‘레몬’이라는 한 단어짜리 광고 카피가 인쇄된 지면 광고를 들고 나왔다. 그 밑에는 이 자동차가 왜 불량 판정을 받게 됐는지 자세하게 적혀 있었다.
“이 차는 앞좌석 사물함 문을 장식한 크롬 도금에 작은 흠집이 나 있어서 교체해야 합니다. 독일 볼프스부르크 공장에서 일하는 크루트 크로너 검사원이 발견했습니다.” 상품을 과장하는 광고가 일반적이던 시장에서 폭스바겐의 광고는 정직하고 진실해 보였다. 폭스바겐은 이 광고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정직한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저자는 “기업의 스토리는 영속적인 매출을 이끌어낸다”며 “이는 광고보다 강력한 마케팅 요소”라고 강조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기업의 기원과 역사에 대한 직원들의 이해도를 높이는 동시에 애사심도 끌어올릴 수 있다. “거창한 프레젠테이션이나 딱딱한 워크숍보다 스토리의 힘이 강하다”는 이야기다.
그 외에도 딸아이가 노는 모습을 보고 만든 바비인형, 목공소의 공기청정기에서 착안해 새로운 구조의 청소기를 개발한 다이슨, 로스앤젤레스(LA) 흑인 폭동 당시 유일하게 공격을 받지 않은 맥도날드 건물, 폐광 위기에 놓일 뻔하다 1000여명의 집단 지성으로 새로운 금광들을 찾아낸 금광회사 골드코프 등 글로벌 기업 53곳의 60가지 스토리를 담았다. 각각의 에피소드가 3~4페이지 분량으로 펼쳐져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