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치권 '경제 애국주의' 정면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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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세금 회피 M&A 기업은 탈영병" vs 공화당 "법인세율부터 낮춰라"
"경제적 애국심 강조는 11월 중간선거 겨냥한 오바마의 여론정치" 분석도
"경제적 애국심 강조는 11월 중간선거 겨냥한 오바마의 여론정치" 분석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본사를 해외로 옮기려는 미국 기업을 “이익을 위해 국적을 포기하는 탈영병들”이라고 맹비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로스앤젤레스의 트레이드-테크니컬칼리지에서 한 연설을 통해 “기업들이 대부분의 사업을 미국에서 하면서도 세금을 안 내려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것만 취하는) 체리피킹(cherry-picking)을 하고 있다”며 “그로 인해 국가 재정이 악화하고 결국엔 그 부담을 일반 납세자가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기업에 경제적 애국심(economic patriotism)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근 미국 기업들의 잇따른 세금 회피 목적의 M&A를 겨냥한 발언이다.
◆25~30개 기업 세금 회피 M&A 준비
미 제약업체 애브비와 밀란은 지난주 각각 영국 제약사 샤이어와 네덜란드 제약사 애벗의 해외사업부를 540억달러와 53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한 뒤 합병기업 본사를 영국과 네덜란드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영국과 네덜란드의 법인세율이 21%와 25%로 미국(35%, 주정부 세금포함 40%)보다 훨씬 낮기 때문이다. 지난달 아일랜드 제약사 코비디엔을 429억달러에 인수한 의료기기회사 메드트로닉도 본사를 법인세율이 12.5%인 아일랜드로 이전하기로 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현재 25~30여개 기업이 세금회피 M&A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업들이 해외로 본사를 이전하면서 앞으로 10년간 200억달러의 세수 구멍이 생길 것으로 추산됐다.
론 와이든 상원 금융위원장(민주당)은 지난달 M&A를 통해 합법적으로 본사를 이전할 수 있는 외국인 지분을 지금의 20%에서 50%로 강화해 사실상 본사 이전을 차단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공화당은 기업들의 엑소더스를 우려하면서도 “M&A를 차단하는 것이 근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존 베이너 하원 의장(공화당)은 “선진국에서 가장 높은 법인세율을 낮추는 전면적인 세제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재계는 “경영진이 애국심을 발휘해 M&A를 하지 않더라도 이익 극대화를 요구하는 주주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최대 약국체인업체인 월그린은 지난 3월까지 본사 이전에 부정적이었지만 주주들의 거듭된 압박에 최근 본사를 스위스(법인세율 18%)로 옮기는 문제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중간선거용 ‘정치적 슬로건’ 평가도
오바마 대통령이 ‘경제적 애국심’을 언급한 것은 현실적으로 세금 회피 M&A를 막을 방법이 없자 특유의 여론 정치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금 회피 위한) M&A가 합법적인지는 몰라도 분명 잘못된 행동”이라는 그의 발언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겨냥한 ‘정치용 슬로건’이라는 평가다. 기업의 ‘비애국적 행동’에 대한 징벌적 조치를 강조함으로써 표심을 다독이겠다는 것이다.
반면 공화당은 오바마 정부가 세계에서 가장 징벌적인 세율을 고수해 일자리를 해외로 내몰고 있다고 역공을 퍼부었다. 마이클 크래츠 컬럼비아대 로스쿨 교수는 WSJ 기고문에서 “기업이 세율이 낮은 나라로 이전하는 것을 차단하는 게 애국심이 아니라 미국을 투자와 일자리의 종착역이 될 수 있도록 세제를 개혁하는 게 진정한 애국심”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
◆25~30개 기업 세금 회피 M&A 준비
미 제약업체 애브비와 밀란은 지난주 각각 영국 제약사 샤이어와 네덜란드 제약사 애벗의 해외사업부를 540억달러와 53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한 뒤 합병기업 본사를 영국과 네덜란드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영국과 네덜란드의 법인세율이 21%와 25%로 미국(35%, 주정부 세금포함 40%)보다 훨씬 낮기 때문이다. 지난달 아일랜드 제약사 코비디엔을 429억달러에 인수한 의료기기회사 메드트로닉도 본사를 법인세율이 12.5%인 아일랜드로 이전하기로 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현재 25~30여개 기업이 세금회피 M&A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업들이 해외로 본사를 이전하면서 앞으로 10년간 200억달러의 세수 구멍이 생길 것으로 추산됐다.
론 와이든 상원 금융위원장(민주당)은 지난달 M&A를 통해 합법적으로 본사를 이전할 수 있는 외국인 지분을 지금의 20%에서 50%로 강화해 사실상 본사 이전을 차단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공화당은 기업들의 엑소더스를 우려하면서도 “M&A를 차단하는 것이 근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존 베이너 하원 의장(공화당)은 “선진국에서 가장 높은 법인세율을 낮추는 전면적인 세제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재계는 “경영진이 애국심을 발휘해 M&A를 하지 않더라도 이익 극대화를 요구하는 주주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최대 약국체인업체인 월그린은 지난 3월까지 본사 이전에 부정적이었지만 주주들의 거듭된 압박에 최근 본사를 스위스(법인세율 18%)로 옮기는 문제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중간선거용 ‘정치적 슬로건’ 평가도
오바마 대통령이 ‘경제적 애국심’을 언급한 것은 현실적으로 세금 회피 M&A를 막을 방법이 없자 특유의 여론 정치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금 회피 위한) M&A가 합법적인지는 몰라도 분명 잘못된 행동”이라는 그의 발언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겨냥한 ‘정치용 슬로건’이라는 평가다. 기업의 ‘비애국적 행동’에 대한 징벌적 조치를 강조함으로써 표심을 다독이겠다는 것이다.
반면 공화당은 오바마 정부가 세계에서 가장 징벌적인 세율을 고수해 일자리를 해외로 내몰고 있다고 역공을 퍼부었다. 마이클 크래츠 컬럼비아대 로스쿨 교수는 WSJ 기고문에서 “기업이 세율이 낮은 나라로 이전하는 것을 차단하는 게 애국심이 아니라 미국을 투자와 일자리의 종착역이 될 수 있도록 세제를 개혁하는 게 진정한 애국심”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