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서울 반포동 치킨타운에 있는 김밥전문점 ‘누들뽀’에서 손님들이 열량을 낮춘 다이어트 김밥을 맛보고 있다. /누들뽀 제공
지난 25일 서울 반포동 치킨타운에 있는 김밥전문점 ‘누들뽀’에서 손님들이 열량을 낮춘 다이어트 김밥을 맛보고 있다. /누들뽀 제공
서울 서초구 반포동 ‘치킨타운’ 뒤쪽에 있는 김밥전문점 ‘누들뽀’는 이면도로변의 33㎡(약 10평)짜리 소형 점포다. 점포가 작아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유심히 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십상이다. 이 자리는 원래 온갖 종류의 외식점들이 망해나가던 곳이었다. 거기에 다이어트 김밥전문점 누들뽀가 들어서면서 사람들의 왕래가 잦아지기 시작했다. 하루 150여명이 들르는 맛집으로 변모한 것이다. 이 점포에서 판매하는 김밥은 1인분에 3500~4000원으로 약간 비싼 편이지만 젊은 여성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프리미엄 김밥이 시장을 주도

최근 프리미엄 김밥이 뜨고 있다. 1000원짜리 김밥이 시장을 지배하던 트렌드에서 벗어나 식재료를 고급화, 가격을 올려 받는 프리미엄 김밥이 시장의 판도를 바꿔나가고 있다. 종전의 김밥전문점에서 한 줄 1000원짜리 김밥은 일종의 미끼상품이었다. 김밥만 싸게 팔고 나머지 분식 메뉴로 이익을 내서 점포를 꾸려나가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최근에 등장한 프리미엄 김밥집들은 김밥 자체가 주력 메뉴 역할을 한다. 김밥을 중심으로 메뉴가 재편된 것이다. 김밥에 들어가는 속재료는 프리미엄 김밥과 저가 김밥을 구별하는 핵심 포인트이다. 프리미엄 김밥이 등장한 것은 1000원짜리 김밥의 맛과 품질이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한 게 첫 번째 원인이다. 프리미엄 김밥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품질과 원가가 함께 올라간 것이다.

누들뽀에서 판매하는 다이어트 김밥의 특징은 건강을 위해 최대한 칼로리를 낮추는 것이다. 꼬마김밥 형태로 만들어 밥의 양을 줄이고 모든 김밥 재료를 끓는 물에 데친다. 김밥 재료를 살균하는 목적도 있지만 햄이나 기타 재료에 있는 기름기를 빼서 맛을 담백하게 하려는 목적도 있다. 일반 김밥 한 줄에 450~500㎉인 데 반해 다이어트 김밥은 250㎉ 정도다. 이 점포에서는 샐러드김밥, 매운참치김밥, 고추김밥 등 8가지 김밥 메뉴와 튀김, 누들떡볶이, 별난떡볶이 등 분식류도 함께 판매하고 있다. 김태주 점장(28)은 “고급 김밥은 주로 여성 고객들이 누들떡볶이와 함게 세트 메뉴로 사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웰빙 재료 앞세워 고가전략으로 승부

‘죠스떡볶이’로 유명한 죠스푸드도 ‘바르다 김선생’이라는 프리미엄 김밥 브랜드를 내놓았다. 밥이 70% 이상인 기존의 김밥과 달리 속재료가 김밥의 8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속이 꽉 찬 김밥이란 특징을 지니고 있다. 기본적인 메뉴인 바른 김밥(2900원)부터 햄·튀김·크림치즈·매운제육쌈·불고기·참치·진미 김밥 등 8가지 종류의 김밥을 판매하고 있다. 기존의 김밥집보다 짠맛이 덜한 저염 김밥으로 건강한 식재료를 승부수로 내걸었다. 국내산 햅쌀과 남해 청정지역 김, 저염햄, 무항생제 달걀, 백단무지, 수제 참기름 등 식재료를 차별화해 프리미엄 김밥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메뉴 가격은 2900원부터 4500원까지다. 덮밥과 만두를 부대 메뉴로 판매한다. 나상균 죠스푸드 대표는 “매달 10개 이상 가맹계약이 이뤄지고 있어 연말까지는 가맹점이 100호점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산 용호동에서 출발한 ‘고봉민 김밥’은 푸짐한 재료를 아낌없이 넣은 1000원짜리 김밥 명소로 이름을 날리다가 프리미엄 김밥 브랜드로 성장한 사례다. 바싹 튀긴 돈가스가 입 안에서 씹히는 돈가스 김밥 외에 매운 김밥, 떡갈비 김밥, 새우김밥 등 독특한 김밥 메뉴가 특징이다. 김밥 가격은 3000~3500원으로 김밥 외에 돈가스, 덮밥, 분식 메뉴 20여가지도 판매한다.

서울 이태원에서 유명해진 ‘로봇김밥’은 김밥을 먹고 로봇처럼 튼튼해지라는 뜻에서 붙인 상호다. 쌀밥 대신 현미밥을 사용하고, 단무지도 저염식으로 만든다. 햄 대신 수제 소시지를 쓰고 참치마요네즈에는 생고추냉이를 넣어 짠맛을 줄였다. 가격은 3500~4500원 사이다. 떡볶이, 돈가스 등 분식류도 판매한다. ‘킴팝’은 사과 김밥, 구운 닭가슴살 김밥, 한우고기 김밥, 오징어튀김 김밥, 베이컨으로 감싼 게맛살 김밥, 볶은양파 김밥 등 특이한 김밥으로 유명하다. 모둠 김밥이 1만5000원으로 웬만한 식당의 점심 값보다 훨씬 비싸다.

강병오 중앙대 겸임교수(창업학 박사)는 “분식집에서 가장 간단하게 허기를 때울 수 있는 메뉴가 김밥이었다면 프리미엄 김밥은 식사 대용으로 충분한 건강 먹거리로 변신하고 있다”며 “기존의 1000~2000원짜리 저가 김밥들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어 김밥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평가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