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광훈 충북대 교수(왼쪽부터), 김상환 서울대 교수,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 유종호 대한민국예술원장이 지난 4월 ‘문화의 안과 밖’ 강연에서 청중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네이버문화재단 제공
문광훈 충북대 교수(왼쪽부터), 김상환 서울대 교수,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 유종호 대한민국예술원장이 지난 4월 ‘문화의 안과 밖’ 강연에서 청중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네이버문화재단 제공
지난 26일 서울 안국동 안국빌딩 4층. 토요일마다 열리는 유명 석학들의 연속 강의인 ‘문화의 안과 밖’이 열렸다. 이날 강연자는 문학평론가 김인환 고려대 명예교수. 김 교수는 테오도르 아도르노의 수필론과 요하네스 이텐의 미술론을 통해 과학의 자연 연구 방법과 구별되는 예술의 자연 발견 방법에 대해 들려줬다. 일반인에겐 쉽지 않았지만 100명 이상이 강연장을 메웠고, 뒤쪽에는 서서 듣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 청중의 절반 이상이 20~30대 젊은이들. 대학 초년생부터 대학원생, 직장인까지 다양했다.

한국 사회에 불고 있는 인문학 공부 열풍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교양 강의나 대중서를 펴낸 저자들의 북 콘서트가 주를 이뤘던 이전과 달리 깊이 있는 인문학 강연을 장기 기획으로 이어가는 경우가 늘고 있다. 20~30대 젊은 층의 강연 참여도 크게 늘었다.

네이버문화재단에 따르면 ‘문화의 안과 밖’ 수강 신청자의 71%는 2030이다. 온라인으로 강연을 볼 수 있는 네이버 ‘열린 연단’ 서비스 이용자의 57%도 20~30대 젊은 층이다. 대학생 조민기 씨(19·서울대 자유전공학부 1학년)는 “이전에 들었던 강연에 비해 다양한 분야의 석학들이 깊이 있게 강연해 주셔서 배움의 폭을 넓힐 수 있다”고 말했다. 최선아 씨(21·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3학년)는 “북 콘서트에서도 좋은 강연을 들을 수 있지만 상업적인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정해진 주제 안에서 순수한 강연을 들을 수 있는 것이 석학 연속 강의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한국연구재단이 운영하는 ‘석학인문강좌(inmunlove.nrf.re.kr)’는 2007년부터 이어져 온 전통 있는 인문학 강의다. 올해는 이성무 한국역사문화연구원장, 이명현 서울대 명예교수, 홍윤표 국립한글박물관 위원장 등이 연사로 나섰다.

올해 남은 일정에는 길희성 서강대 명예교수가 ‘신앙과 이성 사이에서’를, 박지향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가 ‘근대로의 길:유럽의 교훈’ 등을 강연할 예정. 3주 동안 진행한 뒤 넷째 주엔 종합토론을 하기 때문에 다른 강의보다 심도 있고 긴 호흡으로 강연을 들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석학인문강 사무국 담당자 전지선 씨는 “인문학 대중화 사업 운영위원들이 문사철(文史哲) 분야를 골고루 안배하고 강의 3주차마다 선호하는 연사를 설문조사하기 때문에 청중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서울대인문학연구원과 이화인문과학원이 공동 주최하는 ‘한국 인문학의 새로운 구상’은 인문학 연구자들의 토론장에 가깝다. 올해 1학기엔 조동일 서울대 명예교수, 김우창·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를 초청해 소장 학자들이 원로 학자들의 연구를 분석했다. 대중 강연은 아니지만 일반인도 참여할 수 있고 인문학을 이끌어 나갈 학자들의 연구방향과 고민을 함께 들을 수 있어 긍정적이다.

김우창 교수는 “강연이 끝나고 젊은이들이 학문의 방향에 대해 질문하는 것을 보면 경제 발전과 함께 문화 수준이 향상된 것을 느끼고 감탄한다”며 “본격 강연을 통한 인문학의 본질적 탐구가 우리 사회의 지적·도덕적·정신적 지표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