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인터넷 가입자 불공정 유치 논란
무선통신 1위인 SK텔레콤이 인터넷 시장에서도 공격적으로 시장을 확장하면서 경쟁사들과 불공정 경쟁 시비가 붙었다.

SK텔레콤이 계열사인 SK브로드밴드의 인터넷 상품을 팔면서(재판매) 물건을 비싸게 떼오고 마케팅을 대행해주는 등 부당하게 지원하고 있다는 게 쟁점이다. SK텔레콤은 “부당한 계열사 지원이란 경쟁사들의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SKT, SKB 부당 지원 논란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이 불공정 경쟁을 통해 무선시장 1위 사업자의 영향력을 유선시장까지 확장하고 있다’며 방송통신위원회에 지난 2월 신고했다. 신고서에는 SK텔레콤이 △인터넷·무선 결합상품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과다한 장려금을 지급하고 △도매 제공 대가(도매 대가)를 올려 제공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SK텔레콤은 2010년 4월부터 별정통신사업자 자격으로 SK브로드밴드의 초고속인터넷 상품을 팔고 있다. 이처럼 재판매를 하면서 자사 대형 도매대리점에 유치 건당 최대 70만원에 이르는 장려금을 줬다는 것이 LG유플러스의 주장이다. 재판매 사업자가 내야 하는 도매 대가도 통상 수준인 40~50%보다 높은 70%를 지급했다는 설명이다.

SK텔레콤은 강력 반박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도매 대가는 전기통신사업법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산정해 정부에 신고하고 있다”며 “SK텔레콤이 가입자를 많이 유치했다고는 하나 SK브로드밴드와 합치면 점유율 변동은 거의 없어 ‘지배력 전이’라는 말도 맞지 않다”고 말했다.

5개월이 지난 현재 이 조사는 아직 진행 중이다. 김기석 방통위 이용자보호과 서기관은 지난 25일 “수차례 문제가 제기된 만큼 시장지배력 전이와 부당 지원에 대한 조사를 철저히 진행하고 있다”며 “조사 결과가 확정되는 시점이나 내용은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유선시장에서 독주하는 SKT

SK텔레콤의 인터넷 재판매를 둘러싸고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는 이유는 이 회사의 가입자 유치 실적 때문이다. SK텔레콤은 4년 전 재판매를 통해 인터넷 시장에 뛰어든 뒤 홀로 두드러진 실적을 올렸다. 25일 미래창조과학부에서 발표한 지난달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를 살펴봐도 전월 대비 KT가 1만2102명, LG유플러스가 9240명 늘린 가운데 SK텔레콤은 3만196명 증가했다. SK브로드밴드는 9884명 줄었지만 SK텔레콤과 합치면 2만여명 늘어 KT LG유플러스보다 좋은 성적을 거뒀다.

무선 1위 SK텔레콤이 인터넷 시장에서도 약진하자 경쟁사들이 견제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인터넷 시장점유율이 40%가 넘는 1위 사업자 KT보다 약 16%의 점유율로 SK브로드밴드와 비슷한 LG유플러스의 비판이 더 거센 이유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를 계속 지원하고자 한다면 KT나 LG유플러스처럼 합병하면 될 것”이라며 “법인이 다른데 지금처럼 ‘꼼수 지원’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인터넷 시장에서 SK텔레콤의 가입자 해지율이 낮고 신규 가입자 유치가 많은 것은 높은 고객만족도와 우월한 상품력 때문”이라며 “잘한다고 무조건적인 ‘때리기’에 나선다면 어느 사업자가 남아나겠느냐”고 말했다.

이번 건을 계기로 통신 결합상품에 대한 지배력 전이 이슈가 재점화되는 양상도 보이고 있다. 김종민 국민대 경제학과 교수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윈도 운영체제(OS)의 지배력을 이용해 웹브라우저인 익스플로러를 끼워팔기한 것처럼 이동통신을 통한 인터넷 끼워팔기로 볼 수 있다”고 했다.

SK텔레콤은 “2011, 2013년 이미 무혐의 결론난 건”이라며 “흠집내기 대신 서비스·품질 경쟁에 주력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