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돛과 포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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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고증 없는 매체 속 비현실
전문가들이 나서서 바로잡아야
박병원 < 은행연합회장 bahk0924@yahoo.co.kr >
전문가들이 나서서 바로잡아야
박병원 < 은행연합회장 bahk0924@yahoo.co.kr >
![[한경에세이] 돛과 포탄](https://img.hankyung.com/photo/201407/AA.8938168.1.jpg)
배가 나오는 영화는 빼놓지 않고 본다. 포세이돈 어드벤처를 몇 번이나 보고 배가 전복될 경우 배 꼬리 쪽으로 가야 구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았다. 마스터 앤드 커맨더, 레드 옥토버 같은 영화가 국내에서는 별로 인기가 없어 영화관에서 그리 오래 상영하지 못한 것은 정말 아쉬운 일이다. 독자들 중 못 보신 분이 있다면 꼭 찾아보시길 권한다. 국내에서는 배가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는 거의 이순신 장군과 장보고에 관한 것들이다. 곧 명량이 개봉한다니 당연히 보러 갈 것이다.
그런데 이런 사극에 나오는 돛단배와 관련해서 할 말이 많다. 우선 노를 젓는 것도 아니면서 바람 한 점 없어 돛이 축 처져 있는데 배가 가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또 선단을 이루고 가는 경우에 배들이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으면 돛의 각도가 다 같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제각각인 경우도 본다. 우리나라에서 썼던 사각 돛은 순풍이 아니면 거의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노가 없이 돛만 있는 배는 있을 수 없다.
또 한 가지 의문은 이순신 장군의 함대가 쏜 포탄이 왜적의 배에 맞는 순간 폭발할 수가 있느냐 하는 것이다. 화포가 사용된 이후에도 오랫동안 대포는 돌이나 철로 된 공을 쏘는 것이었고, 임진왜란에서도 쇠로 된 공 속에 화약과 날카로운 철 조각을 넣고 도화선에 불을 붙인 뒤 적진에 던져 넣으면 조금 시간이 지난 후에 터지는 ‘비격진천뢰’ 같은 포탄이 쓰인 것으로 알고 있다. 목표물에 닿는 순간 폭발하는 형태의 포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단언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임진왜란 때 널리 쓰이지는 않았을 것 같다. 이점 명확히 해 주실 전문가가 안 계실지.
박병원 < 은행연합회장 bahk0924@yaho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