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올해 안에 중국에 민간은행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중국 정부가 인터넷 기업 텐센트(텅쉰)를 비롯한 3개 민간기업 컨소시엄에 은행 설립을 승인했기 때문이다. 민간은행이 설립되면 그동안 국유은행들로부터 대출을 받기 힘들었던 중소기업 및 개인들의 자금 조달에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27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상푸린 중국 은행감독관리위원회 주석은 지난 25일 열린 은감위 상반기 전국은행업감독관리공작회의에서 올초 민간은행 설립 신청을 한 5곳의 컨소시엄 중 3곳에 승인을 해줬다고 밝혔다. 이번에 승인을 받은 곳은 아시아 최대 인터넷 기업인 텐센트가 설립할 위뱅크(Webank), 친트그룹과 화펑그룹이 공동으로 설립할 원저우민상은행, 화베이그룹과 마이거우그룹이 함께 만들 톈진진청은행 등이다.

이들은 향후 6개월 안에 은행 설립에 필요한 각종 실무 준비작업을 마친 뒤 은행을 세울 각 성의 은감위 분점에 최종 승인을 신청해야 한다. 설립 준비가 미진할 경우 추가로 최대 3개월까지 연장이 가능하다.

중국의 은행산업은 공상은행 중국은행 농업은행 건설은행 교통은행 등 5대 국유상업은행이 시장을 과점해 왔다. 이들 국유상업은행은 대형 국유기업을 대상으로 한 영업에만 집중해 중소기업들이 만성적인 자금난에 허덕여 왔다. 최근 몇 년 새 중국 내에서 ‘그림자 금융’이 급팽창한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민간은행 설립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고안해낸 카드다. 이들 위뱅크·원저우민상은행·톈진진청은행이 각각 선전·원저우·톈진 지역에서 개인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여수신 업무에 집중토록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편 이번에 텐센트가 은행설립 승인을 받은 것은 인터넷 기업의 은행업 진출이라는 측면에서도 관심을 끌고 있다. 텐센트는 한국의 카카오톡과 비슷한 ‘웨이신(위챗)’이란 서비스로 중국 내에서 약 3억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신화통신은 “텐센트는 웨이신을 통해 보유하고 있는 광범위한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면 개인을 대상으로 여수신 업무에서 적잖은 파괴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