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자나깨나 스마트폰
요즘 선생님이 수업 중에 자는 학생을 혼내지 않고 깨우는 쉬운 방법 중 하나가 ‘부~웅 부~웅’ 하고 휴대폰 진동소리를 들려주는 것이다. 대개 전화가 온 줄 알고 화들짝 깬다고 한다. 서울의 한 고교 여선생님이 들려준 또 다른 경험담.

“수업 시작 전에 휴대폰을 수거해 보관했는데 쉬는 시간에 아이들이 뭐하나 봤더니 하나같이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보관함의 휴대폰을 가져갔나 확인했더니 그대로 있었어요. 집에 안 쓰는 휴대폰을 제출하고 스마트폰을 갖고 있던 거예요.”

이렇듯 어려서부터 스마트폰을 접한 아이들은 시간, 장소를 가리지 않고 스마트폰에 빠져 있다. 밥 먹을 때, 공부할 때, 잠자리에 들 때… 언제나 한 손으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린다. 잔다고 들어가서는 이불 속에서 부모 몰래 인터넷, 웹툰, 동영상 등을 밤늦게 보니 집중력이 떨어지고 잠 부족에 시달리기도 한다.

더 큰 문제는 다른 사람이나 친구, 가족과 함께 있어도 스마트폰 삼매경이라는 것이다. 중독 수준에 빠진 스마트폰 때문에 많은 선생님과 부모들은 학생이나 자녀와 충돌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어디 아이들뿐이랴. 어른들도 스마트폰을 좀처럼 손에서 내려놓질 못한다. 출퇴근길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고개를 숙인 채 스마트폰을 응시하는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다. 얼마 전 식당 옆자리에 앉은 직장인 4명이 각자 스마트폰에 시선을 고정한 채 서로 말 한마디 건네지 않는 모습을 보며 스마트폰 중독이 비단 아이들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스마트폰을 빼앗기면 격하게 반항한다. 자기와 동일시해 없으면 불안해하거나 ‘할 것이 없다’고 투정도 부린다. 스마트폰 보급이 확대되면서 아이들의 친구들은 사이버 공간 안에 있다. 전화나 문자, SNS를 통해 대화하고 소통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직접적 체험활동이 가장 기억에 나고 삶에 도움이 된다. 방학을 맞아 부모들이 해야 할 두 가지가 있다. 하나, 스마트폰을 놔두고 ‘친구야! 놀자’라고 오프라인 관계를 갖도록 자녀를 독려하는 것. 둘, 스마트폰 사용 시간과 장소에 대한 기준을 함께 의논해 약속하는 것. 과학자 아인슈타인이 “과학기술이 인간 사이의 소통을 뛰어넘을 그날이 두렵다. 세상은 바보들의 세대가 될 것”이라는 말이 심상치 않게 다가오는 요즘이다.

안양옥 < 한국교총 회장·서울교대 교수 yangok@kfta.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