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고속철도 건설 사업이 비리와 담합으로 얼룩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3조원대 공사 입찰을 담합한 28개 건설사에 과징금 4355억원을 부과한 데 이어 300억원대 전력선 납품을 담합한 전선회사 8곳도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발주한 350억원 규모의 호남고속철도 전력선 입찰 과정에서 서로 짜고 특정 업체가 낙찰받도록 한 뒤 일감을 나눠 가진 혐의(입찰방해 등)로 김모씨(58) 등 전선회사 8곳의 임직원 2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8일 발표했다. 입찰 정보를 이들에게 미리 알려준 철도시설공단 직원 황모씨(43)와 제품 성능검사 결과를 조작한 시험기관 연구원 박모씨(48)도 불구속 입건했다.

담합에 참여한 업체는 일진전기, LS전선, 넥상스코리아, 대한전선, 호명케이블, TCT, KTC, 가온전선 등 8곳이다.

이들 업체는 지난해 5월 전차선(주전력선)과 조가선(보조 전력선) 입찰을 앞두고 세 차례 모임을 열고 특정 업체가 낙찰받고 다른 업체는 들러리를 서기로 담합한 혐의를 받고 있다. 투찰가 담합을 통해 넥상스코리아를 전차선 납품업체로 만든 이들은 하도급 방식을 통해 서로 생산 물량을 나눠 가졌다.

일부 업체는 제품을 직접 생산하지도 않고 중간에서 세금계산서만 주고받으며 해당 금액의 7~13%에 달하는 수수료를 챙기기도 했다.

조가선 납품업체로 선정된 일진전기는 지난해 10월부터 올 2월까지 모두 6차례에 걸쳐 135억원 상당의 중국산 저가 제품을 자체 생산한 제품인 것처럼 납품해 55억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일진전기는 철도시설공단이 사전에 통보한 현장 실사를 나왔을 때는 제품을 직접 생산하는 모습을 연출해 관리·감독의 눈을 피하기도 했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