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최고위층 향한 시진핑의 '사정 칼날'…저우융캉 前상무위원 부정부패 혐의로 조사 착수
중국 공산당이 그동안 비리 혐의로 사법 처리설이 꾸준히 제기돼온 저우융캉(周永康·사진) 전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에 대한 조사를 공식화했다.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후 정치국 상무위원 이상의 공산당 최고 지도자급 인사는 비리 문제로 처벌받은 점이 한 번도 없었다는 점에 비춰보면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집권 이후 강도높은 반(反)부패 개혁을 추진해온 시진핑 국가주석으로서는 부정부패의 상징이 된 저우융캉을 처벌하지 않고서는 개혁에 성공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했다는 분석이다.

◆中 공산당 중앙위 “저우융캉 조사 중”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9일 오후 “공산당 중앙위원회가 저우융캉의 엄중한 기율위반 문제와 관련한 사건을 정식 접수해 심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후진타오 집권 2기(2008~2012년) 시절 정법위원회 서기를 지낸 그가 각종 비리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는 관측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됐지만,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가 이를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일부 중국 언론들은 저우융캉의 아들 저우빈(周濱)도 불법 영업 혐의 등으로 당국에 체포됐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의 지난 4월 보도에 따르면 저우 전 서기의 가족은 중국에서 37개 기업을 경영하고 있으며, 이들 일가의 재산은 최소 10억위안(약 17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저우 전 서기가 구체적으로 어떤 사안 때문에 중국 공산당의 조사를 받는지는 현재로선 알려진 바가 없다.

중화권 언론을 통해 그동안 제기된 혐의를 종합해 보면 그의 부정부패 행위는 뇌물수수, 폭력조직과의 결탁, 살인사건 연루, 복잡한 여자 문제 등에 걸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중화권 언론들은 그가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무기징역이 확정된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서기와 공모해 정권 전복을 모의한 혐의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공산당이 공개한 ‘중앙정치국 위원급 호랑이 조사처리 절차’에 따르면 정치국원급 인사에 대한 처벌은 공산당 최고 사정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의 사건조사를 시작으로 7단계를 거친다.

◆反부패 칼끝 어디까지 향할까

시 주석은 작년 3월 국가주석에 취임한 이래 “호랑이(부패한 고위 관료)와 파리(부패한 하급 관료)를 함께 잡겠다”고 공언해 왔다. 부패와의 전쟁이 하급 관료 몇 명을 처벌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저우 전 서기에 대한 조사설이 흘러나오자, 그는 ‘진짜 호랑이’로 불리며 부패한 고위 관료의 대명사로 인식됐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은 그동안 현직 지도부가 전직 지도부를 극진히 예우해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시 주석이 섣불리 저우 전 서기를 사법처리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장쩌민과 후진타오 등 전 국가주석도 지난 4월 시 주석에게 “부패와의 전쟁을 더 이상 확대하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세간의 관측을 깨고 시 주석이 저우 전 서기를 처벌하는 쪽으로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최고 지도부의 일원이었다는 이유로 저우 전 서기의 부정부패를 묵과하면 향후 반부패 개혁의 추동력이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향후 관심은 시 주석의 반부패 칼날이 어디까지 향할지다. 중화권 언론들은 시 주석이 일단 ‘성역’을 깬 만큼 장쩌민 전 국가주석과 쩡칭훙 전 국가부주석, 자칭린 전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 원자바오 전 총리 등도 타깃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저우 전 서기에 대한 처벌이 지난해 여름 전·현직 최고지도자들의 비공개회의인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승인받은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 경우 저우 전 서기에 대한 처벌이 장 전 주석 등 원로 정치인들과의 합의하에 진행되는 만큼 향후 반부패 조사 대상이 전직 최고지도자들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은 줄어든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