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도 창의성·복지 중요"
지재권·IT분야 소송 강점
29일 서울 서초동 법무법인 민후 사무실에서 만난 김경환 대표 변호사(사법연수원 36기)는 “규모는 작지만 수많은 ‘최초’ 사례들을 만들어왔다”며 민후에 대해 이렇게 자평했다.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공학 석사 학위를 받은 김 대표는 IT 전문 변호사를 꿈꾸며 사법시험을 통과한 뒤 2011년 민후를 설립했다. 소속 변호사는 김 대표를 비롯해 10명. 평균 연령은 30대. 하지만 IT 분야에서 만큼은 전문성을 톡톡히 인정받고 있다는 평가다.
3500만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던 포털사이트 네이트 정보 유출 사건에서 피해자들을 대리해 SK커뮤니케이션즈로부터 배상 판결을 이끌어낸 것도 민후다. 상대는 대형 로펌이었고 김 대표는 공익 차원에서 시작한 싸움이었다. 하지만 그는 SK 측의 과실을 찾아내기 위해 주말에도 정보보안 관련 학원을 다니고 증거를 꼼꼼하게 분석한 끝에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김 대표는 “한국 역사상 해킹과 관련해 제기된 집단소송 중 첫 원고 승소 사례가 됐다”고 소개했다.
민후는 올해 초 기업 200여곳이 제기한 ‘오픈캡처’ 프로그램 저작권 관련 소송에서는 저작권료가 제조사 주장의 30분의 1 수준인 ‘2만원’이라는 내용의 판결을 이끌어내 기업들의 부담을 크게 줄여주기도 했다. 또 파밍 사기(금융 사기의 일종) 손해배상 사건, 스마트폰 앱 위조 사건 등 국내에서는 전례가 없던 법적 공방들도 도맡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라이나생명, 메리츠, 잡코리아, 동부대우전자 등 다수의 기업이 고객사이며, 한국인터넷진흥원·방송통신위원회·산업기술보호협회 등 공공기관도 자문한다. 최근에는 기업 리스크를 줄여주기 위해 개인정보 보호·영업비밀 보호와 관련해 컨설팅 패키지를 제공하고 있다.
규모가 작은 로펌 치고는 복지에 꾸준히 신경쓰는 것도 특징이다. 민후 소속 변호사들은 출퇴근이 완전히 자유롭다. 1년에 한 달씩 유급 안식월 휴가를 쓴다. 김 대표는 “변호사들이 충분한 휴식을 통해 창의적 사고와 유연성을 발휘하고 있다”며 “로펌이지만 구글이나 애플 같은 IT 기업으로 생각하고 경영한다”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