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라토리엄族' 취업 잘 되고 월급 더 받는다
대학 졸업을 늦추는 졸업유예자인 ‘모라토리엄족’들이 8학기 만에 졸업하는 일반졸업자에 비해 취업도 잘하고 평균임금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2007~2011년 대학을 졸업한 5만4357명을 대상으로 졸업 후 2년 이내 취업 현황을 분석한 ‘4년제 대졸자의 졸업유예 실태와 노동시장 성과’ 보고서를 29일 발표했다.

직능원에 따르면 대학 재학 중 휴학을 제외하고 9학기(복수전공자는 11학기) 이상 이수하느라 졸업을 늦춘 ‘졸업유예자’들이 8학기 만에 졸업한 ‘일반졸업자’보다 취업률이 높고 양질의 일자리를 확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졸업생 가운데 17.9%가 졸업유예자였으며 남자(20.8%)가 여자(14.0%)보다 비율이 높았다.

졸업유예자의 취업률은 76.3%로 전체 취업률(75.8%)보다 높았다. 일반졸업자 취업률(75.7%)은 평균을 밑돌았다. 졸업유예자의 비정규직 비율은 27.7%로 일반졸업자 33.4%보다 5.7%포인트 낮았다. 특히 대기업과 외국계회사, 공무원과 정부투자기관, 공기업, 교육기관, 연구기관 등 ‘선망직장’ 취업률도 졸업유예자가 31.3%로 일반졸업자(25.4%)보다 5.9%포인트 높았다.

월평균 임금도 졸업유예자는 221만원으로 일반졸업자(195만원)보다 26만원 더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졸업유예자의 취업성과가 비교적 좋은 것은 졸업을 늦추면서 영어성적이나 인턴 경험 등 ‘스펙’을 더 쌓을 수 있기 때문으로 직능원은 분석했다. 졸업유예자의 토익(TOEIC) 성적은 평균 789점으로 일반졸업자(754점)보다 35점 높았고 인턴 경험비율도 졸업유예자가 17.5%로 일반졸업자(13.8%)보다 높았다.

양정승 직능원 부연구위원은 “졸업을 늦출수록 양질의 일자리를 확보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사회적 비용 증가와 비효율성을 초래할 수 있다”며 “불필요한 졸업유예를 줄이려면 과도한 스펙 위주의 채용에서 벗어나 능력 중심의 채용시스템을 정착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