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쿠쿠밥솥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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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가장 맛있는 밥은 가마솥밥이라고 한다. 비결은 솥뚜껑 무게와 바닥 두께, 둥근 모양에 있다. 무거운 뚜껑이 수증기를 빠져나가지 못하게 누르면 압력 때문에 쌀이 잘 익고 뜸도 잘 든다. 가운데 바닥은 두껍고 가장자리는 얇으며, 모양이 둥그니 열이 고르게 전달된다. 그러나 현대식 부엌에는 가마솥을 걸 수가 없다. 고심 끝에 개발한 것이 전기밥솥이다.
1955년 일본에서 처음 나온 전기밥솥은 바닥에 열판을 깔아 내솥을 가열하는 열판식이어서 단순취사와 보온 기능이 전부였다. 80년대 뜸들임 기능을 갖춘 마이콤 방식에 이어 90년대에 된밥, 진밥을 구분하는 퍼지 밥솥이 나왔다. 2000년대 들어서는 내솥을 고루 가열하는 IH(induction heating) 전기압력밥솥이 등장해 가마솥밥에 한발 다가섰다.
1980년대 진풍경 중 하나가 일제 코끼리밥솥을 양쪽에 들고 발로 밀며 김포공항으로 들어오는 모습이었다. 소니의 워크맨 등 일본 제품이 세계를 휩쓸던 시절이었다. 가공할 코끼리밥솥의 위력 앞에 도전장을 낸 것은 국산 쿠쿠밥솥이었다. 1978년 하도급기업으로 출발한 성광전자가 1998년 자체브랜드를 내놓으며 밥솥 시장의 절대강자가 된 것이다.
전기밥솥은 단순해보여도 기술집약적인 제품이다. 부품이 400여개나 된다. 첨단기술과 디자인은 물론이고 섬세한 밥맛까지 책임져야 한다. 직원들은 적정압력을 찾기 위해 80kg짜리 쌀 50가마니를 갖다 놓고 수백번씩 실험한 끝에 ‘0.9kg 압력’의 비결을 발견했다고 한다. 출시 초기 4개월 동안 한 개도 팔지 못한 아픔도 있었고, 가정집 화재 원인으로 지목되는 바람에 6000대를 전량 회수하는 시련도 겪었다.
그런 고난을 딛고 시장점유율 70%, 15년 연속 1위 기업으로 성장한 게 쿠쿠다. 지난해 매출은 5000억원에 육박했다. 올해는 6500억원을 넘보고 있다. 직원은 800여명. 고용창출 우수기업으로도 뽑혔다. 얼마 전에는 중국에 10번째 단독 매장도 열었다.
요리를 뜻하는 쿡(cook)과 뻐꾸기를 뜻하는 쿠쿠(cuckoo)를 조합해 ‘제 때 제 때 맛있는 밥을 짓겠다’는 쿠쿠가 중국에서 푸쿠(福庫·복을 쌓아두는 창고)로 불리며 유커(중국 관광객)들의 필수 아이템이 됐다. 그 옛날 ‘코끼리떼’가 휩쓸던 공항을 지금은 ‘뻐꾸기떼’가 메우고 있는 것이다. 내달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앞두고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 결과 경쟁률이 598.86 대 1이나 된 데에도 다 이유가 있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1955년 일본에서 처음 나온 전기밥솥은 바닥에 열판을 깔아 내솥을 가열하는 열판식이어서 단순취사와 보온 기능이 전부였다. 80년대 뜸들임 기능을 갖춘 마이콤 방식에 이어 90년대에 된밥, 진밥을 구분하는 퍼지 밥솥이 나왔다. 2000년대 들어서는 내솥을 고루 가열하는 IH(induction heating) 전기압력밥솥이 등장해 가마솥밥에 한발 다가섰다.
1980년대 진풍경 중 하나가 일제 코끼리밥솥을 양쪽에 들고 발로 밀며 김포공항으로 들어오는 모습이었다. 소니의 워크맨 등 일본 제품이 세계를 휩쓸던 시절이었다. 가공할 코끼리밥솥의 위력 앞에 도전장을 낸 것은 국산 쿠쿠밥솥이었다. 1978년 하도급기업으로 출발한 성광전자가 1998년 자체브랜드를 내놓으며 밥솥 시장의 절대강자가 된 것이다.
전기밥솥은 단순해보여도 기술집약적인 제품이다. 부품이 400여개나 된다. 첨단기술과 디자인은 물론이고 섬세한 밥맛까지 책임져야 한다. 직원들은 적정압력을 찾기 위해 80kg짜리 쌀 50가마니를 갖다 놓고 수백번씩 실험한 끝에 ‘0.9kg 압력’의 비결을 발견했다고 한다. 출시 초기 4개월 동안 한 개도 팔지 못한 아픔도 있었고, 가정집 화재 원인으로 지목되는 바람에 6000대를 전량 회수하는 시련도 겪었다.
그런 고난을 딛고 시장점유율 70%, 15년 연속 1위 기업으로 성장한 게 쿠쿠다. 지난해 매출은 5000억원에 육박했다. 올해는 6500억원을 넘보고 있다. 직원은 800여명. 고용창출 우수기업으로도 뽑혔다. 얼마 전에는 중국에 10번째 단독 매장도 열었다.
요리를 뜻하는 쿡(cook)과 뻐꾸기를 뜻하는 쿠쿠(cuckoo)를 조합해 ‘제 때 제 때 맛있는 밥을 짓겠다’는 쿠쿠가 중국에서 푸쿠(福庫·복을 쌓아두는 창고)로 불리며 유커(중국 관광객)들의 필수 아이템이 됐다. 그 옛날 ‘코끼리떼’가 휩쓸던 공항을 지금은 ‘뻐꾸기떼’가 메우고 있는 것이다. 내달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앞두고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 결과 경쟁률이 598.86 대 1이나 된 데에도 다 이유가 있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