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출 자유롭고, 대상 상품 폭 넓혀
장기 저축·투자 계획 가능케 해야
김재칠 <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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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WA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구상은 시의적절하다. 성사만 된다면 일반 가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 중산층 가계는 저축이나 투자하기 어려운 환경을 맞고 있다. 그리 크지 않은 성장의 과실조차 가계 부문으로 흘러들어가지 못한다. 소비할 여력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가계라면 월소득으로 생활비를 충당하고 빚을 갚고 주거비 상승분을 메우기에도 바쁘다는 현실에 동의할 것이다. 뭔가 효율적인 유인책이 주어지지 않으면 비상시에 필요한 유동성 자산을 쌓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이야기다.
지금도 비과세 상품들은 있다. 그런데 대부분이 연금이나 보험 등 유동성이 떨어지는 상품들이다.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도입됐기 때문에 위험 성향이 제각각인 잠재적 가입자들에게 그다지 큰 매력을 주지 못했다. 현재의 비과세 상품은 환경 변화에 탄력적이지도 않다. 가입자들이 상품을 교체하려면 세제혜택을 포기해야 하는 게 대부분이다.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장기 저축 및 투자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는 의미다.
반면 IWA는 무척 혁신적이다. 생애주기 전체 기간을 놓고 금융자산을 관리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는 측면에서다. IWA가 도입되면 개인들은 하나의 계좌 안에서 다양한 금융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자신의 나이나 거시 경제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금융자산을 배분하면서 지속적인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다.
IWA가 유용하지만 너무 서둘러선 안된다. 설계를 부실하게 하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우선 가입자들이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 대부분의 비과세 금융상품은 사전적으로 설정된 기한 이전에 자금을 인출하면 감면받은 세금을 토해내는 방식이다. IWA는 계좌 자체를 해지하지 않는 이상 일정 수준의 인출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소득이 낮은 계층에서도 손쉽게 가입할 수 있다.
이 아이디어의 모태가 되는 영국 ISA(Individual Savings Account)의 경우 계좌가 유지되는 한 자금 인출이 자유롭다. 영국 정부는 비과세 저축 계좌의 자금 인출을 제한하면 저소득층이 가입하기 어렵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IWA는 포괄성을 전제로 도입돼야 한다. 이 마스터 계좌 안에 편입될 수 있는 금융상품의 범위를 가급적 넓히라는 얘기다. 위험 성향이 다양한 가입자들이 제각기 원하는 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계좌 내에선 상품 및 금융회사를 자유롭게 교체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다. 가입자들은 어떤 금융회사가 제공하는 상품이라도 계좌 안에 담을 수 있어야 한다. 가입 대상자를 가급적 폭넓게 잡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IWA는 분명 훌륭한 제도다. 그러나 출발선에서부터 지나치게 많은 선을 그어버리면 제도 도입의 취지가 사라질 수 있다. 설계만 잘한다면 IWA가 아주 효과적인 생애주기 자산관리 장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재칠 <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jckim@kcmi.re.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