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된 지 45년 된 경영서적이 세계 최대 온라인 서점 아마존의 신간 부문에서 당당히 판매량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더구나 1971년 절판돼 지금은 전자책으로 유통될 뿐이고, 지은이마저 1993년 세상을 떠났다.

게다가 소설도 아닌, 300쪽이 넘는 경영서적이 ‘올여름 가장 읽고 싶은 책’ 1위에 올랐다면 믿을 수 있을까.

이 책의 제목은 ‘경영의 모험(Business Adventure)’. 프린스턴대 출신의 기자 존 브룩스가 미국 주간지 ‘뉴요커’에 게재한 경영 사례 12가지를 묶은 책이다.

이 중 하나가 1955년 미국의 자동차 회사 포드가 야심작으로 내놓은 준중형 세단 ‘에드셀’의 참패다. 회사가 총력을 들여 개발했다고 자부한 이 차는 놀랍게도 전혀 시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았다.

디자인은 회사 내 고위직들의 즉흥적인 요구를 다 모았고, 형식적으로 진행하던 외부 컨설팅조차 받지 않았다.

신차 이름을 당시 최고경영자던 헨리 2세의 아버지 이름을 딴 것도 난센스에 가까웠다. 또 사전 시장조사에 들어갔어야 할 수백만달러는 신차 출시 이후 마케팅 비용으로 흥청망청 써버렸다. 브룩스는 에드셀이 시장과 동떨어진 채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려 실패한 기업의 전형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 책이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결정적 이유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에 있다.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경영의 모험’이 비즈니스의 기초가 무엇인지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을 제공한다며 극찬했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 책을 아예 부활시키기로 결정했다. 브룩스의 유족과 출판사인 오픈로드 미디어와 접촉해 책을 재출간하기로 한 것.

또 스스로 자신의 이름을 빌려 월스트리트저널에 이 책을 홍보하는 기사가 실리도록 ‘작업’을 했다. 자신이 책을 들고 있는 사진과 함께 1991년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으로부터 이 책을 추천받은 뒤 지금까지도 수시로 읽고 있다는 에피소드도 공개했다.

게이츠 덕분에 이 책은 한 달 만에 베스트셀러로 부활했으며 1969년 당시 하드커버로 출간된 실물은 중고시장에서 3000달러에 거래될 정도로 ‘귀하신 몸’이 됐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