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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소설도 아닌, 300쪽이 넘는 경영서적이 ‘올여름 가장 읽고 싶은 책’ 1위에 올랐다면 믿을 수 있을까.
이 책의 제목은 ‘경영의 모험(Business Adventure)’. 프린스턴대 출신의 기자 존 브룩스가 미국 주간지 ‘뉴요커’에 게재한 경영 사례 12가지를 묶은 책이다.
이 중 하나가 1955년 미국의 자동차 회사 포드가 야심작으로 내놓은 준중형 세단 ‘에드셀’의 참패다. 회사가 총력을 들여 개발했다고 자부한 이 차는 놀랍게도 전혀 시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았다.
디자인은 회사 내 고위직들의 즉흥적인 요구를 다 모았고, 형식적으로 진행하던 외부 컨설팅조차 받지 않았다.
신차 이름을 당시 최고경영자던 헨리 2세의 아버지 이름을 딴 것도 난센스에 가까웠다. 또 사전 시장조사에 들어갔어야 할 수백만달러는 신차 출시 이후 마케팅 비용으로 흥청망청 써버렸다. 브룩스는 에드셀이 시장과 동떨어진 채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려 실패한 기업의 전형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 책이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결정적 이유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에 있다.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경영의 모험’이 비즈니스의 기초가 무엇인지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을 제공한다며 극찬했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 책을 아예 부활시키기로 결정했다. 브룩스의 유족과 출판사인 오픈로드 미디어와 접촉해 책을 재출간하기로 한 것.
또 스스로 자신의 이름을 빌려 월스트리트저널에 이 책을 홍보하는 기사가 실리도록 ‘작업’을 했다. 자신이 책을 들고 있는 사진과 함께 1991년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으로부터 이 책을 추천받은 뒤 지금까지도 수시로 읽고 있다는 에피소드도 공개했다.
게이츠 덕분에 이 책은 한 달 만에 베스트셀러로 부활했으며 1969년 당시 하드커버로 출간된 실물은 중고시장에서 3000달러에 거래될 정도로 ‘귀하신 몸’이 됐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