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세진 교수의 경제학 톡] (89) 쌀 관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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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세진 < 동국대 경제학 교수 sejinmin@dongguk.edu >
![[민세진 교수의 경제학 톡] (89) 쌀 관세화](https://img.hankyung.com/photo/201407/02.6942399.1.jpg)
먼저 진행 배경부터 살펴보자. 1994년 123개국이 동의한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결과에서는 수입물량 제한같이 관세가 아닌 무역장벽(비관세 장벽)은 없애는 것이 원칙이었으나 한국 쌀은 예외로 인정받았다. 대신 국내 쌀 소비량의 일정 비율은 낮은 관세(5%)로 반드시 수입하기로 했는데 올해 그 비율이 약 8%, 40만9000t에 이른다. 관세화를 해도 이 물량의 수입의무는 유지된다고 한다.
논의의 출발점은 국제시장 쌀 가격이 국내에서 형성된 가격보다 매우 싸다는 것이다. 미국이나 중국 등의 쌀 생산비용이 한국보다 낮기 때문이다. 만약 소비자가 국산 쌀과 수입쌀에 품질 차이가 없다고 느끼고 아무런 무역장벽이 없다면 국내 쌀 가격은 국제수준으로 떨어진다. 국산 쌀은 낮은 가격을 감당할 수 있는 생산자에 의해서만 생산되고, 생산비용이 높은 생산자는 시장에서 퇴출된다. 국내 생산분 외에는 전량 수입하게 될 것이다.
이 상태에서 수입물량을 제한하면 쌀에 대한 전체 수요에서 수입물량을 제외한 만큼이 국산 쌀에 대한 수요가 된다. 이것이 국내 쌀 공급과 맞물려 국산 쌀 가격이 결정될 것이다. 이때의 가격은 무역장벽이 없을 때보다 당연히 높다. 쌀 가격이 높으면 국내 쌀 생산은 무역장벽이 없을 때보다 늘게 된다. 국내 소비자가 국제수준보다 높은 가격을 치르는 대신 국내 생산자는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것이다.
한편 관세는 상품이 수입될 때 붙는 세금으로, 수입품 가격을 높여 관세가 없을 때보다 수입물량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관세를 조절해 수입물량을 제한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일으킬 수 있다. 즉, 관세를 충분히 높게 부과해 수입쌀 소비자가격을 높이면 결과적으로 수입된 물량이 수입물량을 제한할 때와 비슷하도록 할 수 있는 것이다.
교역을 제한하는 효과가 관세화와 수입물량제한이 비슷할 수 있다면 우루과이라운드에서는 왜 관세화를 선호한 것일까. 이는 우루과이라운드가 궁극적으로 무역장벽을 없애는 것을 목표로 하는 데 있다. 관세는 국가 간 비교하기 쉽고, 이 때문에 같게 하거나 모두 낮추는 데에 훨씬 편리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수입물량제한뿐만 아니라 농산물에 대한 보조금 등 비관세 장벽은 종류도 다양하고 일일이 협상하기도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쌀 수입이 늘면 어떻게 될까. ‘식량안보’상 쌀 자급률이 떨어지는 것과 쌀 농가 소득 감소가 가장 주요한 문제이리라. 소비자 입장에서는 쌀 가격이 내려가는 것이 싫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 20년간 뭔가 준비된 것이 있어서 득보다 실이 크지 않을 것이라 믿고 싶다.
민세진 < 동국대 경제학 교수 sejinmin@dongguk.ed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