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화이트블럭갤러리에서
경기 파주 헤이리 화이트블럭갤러리에서 8월1일부터 열리는 ‘의미의 패턴’전은 동일 유형의 모티프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김동유 김인 문형근 서은애 이중근 등 다섯 명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자리다. 현대미술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은 패턴 회화의 의미를 살펴보기 위한 전시다.
김동유는 박정희 김일성 등 잘 알려진 인물들의 초상화를 독특한 방식으로 재구성한 작업으로 잘 알려진 작가다. 그는 초상화 주인공과 다른 인물 초상화를 마치 컴퓨터의 픽셀처럼 배열해 더블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가까이 다가가 작은 이미지에 집중하면 전체 이미지를 놓치게 되고 멀찍이 떨어져서 전체 이미지를 바라보면 작은 이미지가 보이지 않는다. 표리부동의 인간에 대한 은유다.
김인은 집안의 익숙한 사물을 반복적으로 표현해 리드미컬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먼지 묻은 조화, 플라스틱 장난감처럼 무가치해 보이는 것들을 반복해 인간과 사물의 운명을 성찰한다. 문형근의 작품은 겉으로는 격자 구조의 색면추상화로 보이지만 사실은 잡지에 빈번히 등장하는 단어들을 통계화하고 이 단어들에 특정한 색채를 부여해 변환한 것이다. 관객은 그 결과물을 보며 미적인 요소를 찾으려 하지만 그것은 작가의 의도에 반하는 행위가 된다.
서은애는 옛사람들이 상서롭게 여긴 자연의 형상들을 반복적으로 표현해 벽지처럼 제작했다. 그는 그런 자연의 이미지로 삶의 공간을 감싸 삭막한 도시적 삶의 인간화를 꾀한다. 이중근은 다섯 작가 중 가장 패턴의 본질에 충실한 작업을 선보인다. 겉보기에는 말끔하고 세련됐지만 패턴을 이루는 기본단위는 이와 어긋나는 모습이다. 만다라처럼 아름다운 형상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패턴의 기본단위가 군복을 입은 작가의 자화상이다. 전체와 부분이 상충하는 인간사회의 축소판 같다. 10월12일까지. (031)992-4400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