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 상승의 발목을 잡던 주식형펀드 환매 물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의 7월 순매도액이 지난해 주가가 가장 좋았던 10월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 10월보다 코스피지수 고점이 30포인트가량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펀드 환매가 더 이상 걸림돌이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대세상승에 대한 기대도 더욱 커지고 있다.
펀드 '매물벽' 사라지고 '문턱'만 남았다
○펀드 환매 여전하지만 양은 줄어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7월 자산운용사의 순매도액은 1조3976억원이다.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돌파, 상승 흐름을 타기 시작한 지난 15일을 기점으로 매물이 쏟아진 결과다. 이 시기 12거래일 중 자산운용사가 주식을 사들인 날은 25일 하루뿐이었다.

코스피지수가 2090선을 ‘터치’한 30일에는 이달 들어 가장 많은 1865억원어치의 매물을 쏟아냈다. 주식형펀드만 따로 집계한 통계도 ‘마이너스’다. 28일까지 9거래일 연속으로 펀드 자금이 이탈했다.

‘주가 상승→펀드 환매’라는 패턴은 그대로지만 순매도 물량은 예상했던 것만큼 많지 않다는 분석이다. 자산운용사 7월 순매도액은 코스피지수가 2000선 초반을 맴돌았던 지난 4월(1조3826억원)과 엇비슷하다. 2060까지 올랐던 지난해 10월(2조5565억원)과 비교하면 겨우 50%를 넘는 수준이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미 목표수익률을 달성한 투자자들도 추가 상승을 점치며 펀드 환매 시점을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서 팀장은 “코스피지수가 2100선을 돌파해 장 분위기가 바뀌면 빠져나가던 자금이 펀드로 순유입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사라지는 ‘환매의 벽’

‘펀드 환매의 벽’이란 말이 요즘 강세장에서 쑥 들어갔다. 주가가 비쌀 때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이 원금을 회복하는 타이밍에 ‘매물 폭탄’을 내놓는다는 의미인데, 예전처럼 강하게 버티고 있지 않다. 코스피지수가 올라오면서 벽을 이루던 매물이 대부분 소화됐기 때문이다.

KDB대우증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가 2100 이상이었던 시기는 2011년 68거래일이었다. 이 기간 중 설정된 펀드는 9조6312억원어치다. 현재 주가를 감안할 때 이론적으로 남아 있는 벽의 두께가 10조원 선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 가운데 실제 남아 있는 물량은 1조~2조원 선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금보다 지수대가 높았던 2011년에는 펀드 설정액 자체가 많지 않다”며 “더구나 3년 박스권과 최근의 상승장을 거치면서 대부분의 매물이 이미 소화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주경 현대증권 연구원도 “올 들어 코스피지수 2000선 이상에서 주식형펀드 자금 3조4000억원이 이미 빠져나갔다”며 “주식형펀드 설정액이 2011년 이후 사상 최저치인 60조원대까지 줄어든 만큼 펀드 환매가 지수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