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면섭 대한정공 사장(왼쪽)이 탄현 공장에서 직원과 산업용 칼의 품질향상 방안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김낙훈 기자
심면섭 대한정공 사장(왼쪽)이 탄현 공장에서 직원과 산업용 칼의 품질향상 방안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김낙훈 기자
경기 파주시 탄현산업단지는 중소기업체 30여곳이 몰려 있는 작은 단지다. 이곳에 있는 대한정공은 대지 1300㎡ 규모의 평범한 중소기업이다. 하지만 이곳을 찾는 외국 바이어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주로 동남아 바이어지만 종종 유럽 바이어도 찾는다.

○산업용 칼 300여종 생산

대한정공은 ‘산업용 칼’을 만들어 네덜란드 덴마크 중국 등 10여개국에 수출하는 회사다. 산업용 칼은 디스플레이소재, 2차전지 분리막, 광학용 필름, 자동차 전지용 음극박 및 양극박 등을 정교하게 가공하는 공구다. 종이 필름 플라스틱 등도 절단한다.

톱날처럼 생긴 것도 있지만 대부분 둥근 원판형이다. 이런 칼날이 위아래 맞물려 피가공물을 정교하게 잘라낸다. 생산제품은 약 300종에 이른다. 다품종 소량생산 형태다.

이 회사의 심면섭 사장(53)은 “일본 기업이 독점하고 있던 산업용 칼을 국산화했다”며 “품질 단가 납기에서의 강점을 토대로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칼날의 공차는 1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수준으로 정교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절단면을 청결하고 변형 없이 가공한다. 예컨대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을 자를 땐 가로세로 정확하게 절단해야 TV나 노트북컴퓨터용 화면으로 쓸 수 있다.

심 사장은 “산업용 칼은 칼날 자체의 내구성과 함께 피가공체의 절단면이 청결하고 변형되지 않아야 하는 등 요구조건이 무척 까다롭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용 칼 제작은 고속도공구강이나 초경합금 등 원재료 구입부터 검사 가공 열처리 표면가공 등 10여 차례의 공정을 거친다”며 “납품에 앞서 경도측정기, 표면조도계, 디지매택 인디케이터(얇은 필름의 두께 등을 재는 기기) 등 엄격한 검사에서 합격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재가공 최고 기술기업 도전

대한정공은 1994년 서울 문래동에서 문을 열었다. 심 사장과 형인 심완섭 회장(65), 그리고 한상만 중국 법인장(51) 등 세 명이 창업했다. 지금도 현장에서 일하는 심 회장은 동종업계에서 25년간 종사한 뒤 창업에 합류해 45년째 이 분야 외길을 걷고 있다.

2002년 파주시로 옮긴 뒤 2012년 지금의 탄현산업단지로 통합 이전한 이 회사는 국내에 27명, 중국 칭다오와 우시 공장에 30명 등 57명의 종업원을 두고 있다.

심 사장은 “창업 이후 일반 나이프를 만들다가 한 대기업의 제의를 받아 산업용 칼 국산화에 나섰다”며 “그동안 일본 제품을 수입해 오던 것을 6개월여 동안 대기업과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짜내 적정 경도와 고정밀도의 제품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심 사장은 “현재 거래하고 있는 기업은 LG화학, 두산전자, 일진머티리얼즈, LS엠트론, 도레이첨단소재 등 대기업 및 중견 중소기업”이라고 말했다.

올해 창업 20주년을 맞아 최근 국내외 직원을 모아 단합대회를 연 그는 “앞으로 정보기술(IT) 소재 가공 분야의 세계 최고 기술기업에 도전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