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대학총장 인터뷰⑦] 서거석 전북대 총장 "서울 프리미엄 걷어내고 지역대학 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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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회의에 야근까지 '8년차 총장'의 대학발전 성공기
대외평가 순위상승 … 실력은 더 좋은 '저평가 우량주'
"과기대 우후죽순 생겨나 지역대학 '인재블랙홀' 문제"
대외평가 순위상승 … 실력은 더 좋은 '저평가 우량주'
"과기대 우후죽순 생겨나 지역대학 '인재블랙홀' 문제"
<대담 최인한 한경닷컴 뉴스국장>
전북대는 올해 교육부의 핵심 행·재정지원사업 ‘대학 특성화사업’에서 전국 1위를 차지했다. 2009년 SCI(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급 논문 증가율, 2012년 대학 만족도(한국서비스 품질지수) 역시 전국 1위. 교수 1인당 연구비 수주액, 학생 1인당 교육비는 국립대 1위에 올랐다.
서거석 총장(60·사진)이 인터뷰 첫머리에 소개한 최근 수년간 전북대의 성과다. ‘8년차 총장’인 그는 학교와 관련된 수치를 줄줄이 꿰었다. 비결은 별다른 게 없었다. 기본을 강조하고 혁신 방안을 뚝심 있게 밀어붙인 결과다. 서 총장 자신부터 취임 후 첫 2년간 매일 보직교수들을 불러 회의하고 자정 넘어 퇴근했다. 그 열성이 학교 발전을 이끌었다.
강력한 변화의 핵심은 엄정한 평가와 확실한 보상. 서 총장은 교수 승진요건을 국립대 최고 수준으로 크게 강화했다. 학과에 따라 교수 업적평가 기준을 4~5배까지 올리도록 유도했다. 동시에 해외 저명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할 경우 최대 1억 원의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그는 “첫 취임 당시엔 현실에 안주하고 학내 분란까지 겪으면서 전북대의 위상이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해 있었다” 며 “무엇보다도 열심히 연구·교육하는 교수가 대접받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8년간 구성원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뛴 게 오롯이 성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서울 프리미엄’을 걷어내고 지역대학을 살려야 한다는 주문도 뒤따랐다. 국가는 정책적으로 지역대학을 배려하고, 기업도 지역인재 채용에 적극 나서달라고 강조했다.
서 총장은 “선진국들 가운데 수도권만 살고 지역은 고사한 나라는 없다. 일본의 경우 거점대학이 해당 지역의 중심을 잡아준다” 며 “지역이 살아나려면 지역대학 육성과 지원이 필수”라고 힘줘 말했다. 대학 정책과 관련해선 “과학기술대가 너무 많아져 지역 인재의 ‘블랙홀’처럼 됐다. 기존 지역 거점대학을 보다 확실히 지원해주는 게 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 올해가 연임 마지막 해죠. 대학을 경영해 온 소회를 듣고 싶습니다.
“학교를 변화·발전시켜보겠다는 일념으로 8년간 앞만 보고 달려왔습니다. 시원섭섭 하달까요. 섭섭하다기보다, 처음에 계획했던 것을 못다 이룬 점이 아쉽죠. 이제 전체적 상이 잘 보이는데 숙제로 남겨둬야 하니 아쉬워요. 그동안 구성원들이 어려운 여건 하에서 변화와 개혁에 열심히 동참해준 것에 대해 감사하고 나름의 보람을 느낍니다.”
- 8년간 대학을 이끌어 오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많을 것 같은데요.
“한 가지만 콕 집어서 말하긴 어렵네요. 다른 무엇보다도 취임 초부터 최선을 다한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 그게 가장 보람되고 기억에 남습니다. 제가 처음 취임하고 2년간은 보통 새벽 1~2시쯤 퇴근했어요. 대학 발전 비전과 실행 전략을 짜느라 매일 보직교수들과 회의를 했죠. 방학도 예외 없었습니다. 그만큼 우리 보직교수들이 죽을 고생을 한 거죠. (웃음)
다른 대학들은 보통 주 1회 정도 교무회의 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저희는 첫 2년간 매일 회의했고 지금도 학기 중엔 주3회, 방학 때도 주2회씩 합니다. 저녁 회식이 있어도 다시 집무실에 들어와서 업무 보고, 세부 계획을 구상하곤 했어요. 그 시간이 참 가슴에 남습니다.”
- 취임 당시 내걸었던 목표가 많습니다.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평가합니까.
“연구·교육·취업 경쟁력을 갖추는 데 힘쓴 결과 각종 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얻었습니다. 국립대 중에선 1~2위를 다투고 있고, 올해 아시아 대학순위도 100위 안에 들었어요. 취임 당시 ‘2010년 아시아 톱100’을 얘기했으니 1차 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봅니다. 운영 성과에 스스로 점수를 매기긴 좀 그렇지만 적어도 낙제점은 아닐 것으로 생각합니다. (웃음)”
- 구체적으로 어떤 성과들이 있었나요.
“올해 대학 특성화사업에서 전북대가 전국 1위를 했습니다. 5년간 총 350억 원의 국고 지원을 확보했죠. ‘잘 가르치는 대학’을 가리는 학부교육 선진화 선도대학(ACE) 지원사업에서도 최우수 평가를 받았어요. 2009년 SCI 논문 증가율 전국 1위였고 지난해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도 평판도 항목을 제외하면 국립대 1위, 전국 12위였습니다.
이런 성과들을 정리한 홍보 팸플릿을 최근 새로 발간했습니다. 국내 대학들 가운데 유일하게 중앙일보 대학평가 6년 연속 순위가 상승한 것이나, ‘20년간 가장 많이 발전한 지역대학’으로 꼽힌 것도 의미 있는 성과예요. 가장 많이 발전한 지역대학 1위에 오른 것은 각 대학의 평가 담당자에게 설문을 돌린 결과입니다. 현장의 평가가 반영된 것이니 더욱 뜻 깊죠.”
- 각종 대외평가 실적이나 수치가 상당히 뛰어납니다.
“제가 2006년 말 취임할 당시 전북대가 전국 43위(중앙일보 대학평가 기준)였어요. 그동안 계속 순위가 상승해 작년엔 종합순위 19위까지 올라왔습니다. 국립대 중에선 부산대(18위)에 이은 2위고요. 사실 전북대는 이 수치보다 더 뛰어난 성과를 거뒀습니다. 평가지표 4개 분야 가운데 평판도를 제외한 3개 지표로만 하면 전국 12위, 국립대 1위가 되니까요.”
- 저평가됐다는 뜻입니까.
“평판도 때문에 손해를 본 거죠. 평판도는 지역적 특수성의 영향을 받습니다. 인구가 많고 세가 큰 지역에 위치한 대학이 아무래도 유리하거든요. 실력으로만 보면 우리 대학이 서울의 웬만한 사립대에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합니다. 이 추세를 잘 이어나가면 제가 총장에 취임하면서 제시한 ‘2020년 글로벌 톱100’ 진입도 불가능한 목표는 아닙니다. (웃음)”
- 대학 간 치열한 경쟁을 뚫고 뚜렷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비결은.
“특별한 비결이 있겠습니까. 취임 직후부터 변화와 혁신을 강하고 일관되게 추구하고, 구성원들이 한 마음으로 뭉친 게 통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2000년대 중반까지 전북대는 거점 국립대란 현실에 안주했습니다. 변화에 둔감했죠. 위상이 걷잡을 수 없이 추락했습니다. 이런저런 학내 사건사고로 당시 학교 분위기 자체가 어수선하고 혼란스럽기도 했어요.
그래서 변화가 절실했어요. 취임하자마자 전방위적 혁신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교수와 학생, 직원 대표가 함께 앞서가는 대학들을 찾아가 벤치마킹 했습니다. 문제의식을 공유한 교수들은 엄격한 승진 기준을 만들어 적용했고 직원들도 행정서비스 개선에 밤을 지새웠습니다. 학교 발전에 필요한 경우라면 구성원들을 끈기 있게 설득해 관철시켰죠. 모두들 잘 따라와 줬어요.”
- 총장께서 특히 강조했던 점은 뭡니까.
“처음 취임할 당시엔 열심히 연구하고 교육하는 교수가 대접받는 분위기가 아니었습니다. 큰 문제 아닌가요. 저는 기본으로 돌아가자고 했습니다. 원칙과 질서를 내세웠죠. 교수라면 열심히 연구하고 잘 가르치고, 직원은 훌륭한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기본이니까요. 기본이 갖춰지고 각자가 본분을 지키는 바탕 위에 비로소 변화와 개혁이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 교수 승진요건을 대폭 강화했다면서요.
“교수의 본분을 지키자는 것이었어요. 연구를 열심히 하는 게 당연하도록, 논문을 안 쓰거나 연구 실적을 내지 않으면 안 되는 분위기를 만들었죠. 승진 요건을 국립대 최고 수준으로 올렸습니다. 연구경쟁력 강화 방안 마련 후 1년 만에 SCI 논문 증가율 전국 1위를 기록하더군요.”
-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요.
“잘 모르는 분들이 많은데 전북대는 호남·충청 지역에서 최초로 설립된 국립대입니다. 캠퍼스 자체가 굉장히 유서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어요. 캠퍼스 인근에 태조 이성계 전주 이씨의 시조 묘역인 ‘조경단’이 위치해 있죠. 옛 황실에서 약 3300만㎡(100만 평)의 부지를 기부해 지금의 캠퍼스가 들어선 겁니다. 이 지역이 계속 개발에 뒤처지고 존재감이 사라지면서 전북대 구성원들의 자긍심도 많이 떨어졌는데, 다함께 각성해 다시 뛰고 있습니다.”
- 전북대가 집중 육성하는 대표 분야나 브랜드 학과는 뭔가요.
“학생 수나 연구논문 기준으로는 65% 정도가 자연계와 이공계입니다.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중심으로 융·복합에 주력하고 있어요. 고온플라즈마 응용연구센터는 전세계 다섯 번째로 설립된 연구시설입니다. 국내 대학 최초이자 최대 규모인 발광다이오드(LED) 식물공장, 조류독감(AI)·광우병 등을 집중 연구하는 인수(人獸)공통전염병연구소도 대표 브랜드라 할 만합니다.
‘신입생 4학기제’는 전북대만의 독특한 교육시스템입니다. 1학년 때부터 수학·물리·화학 등 기초과목을 4학기로 나눠 가르칩니다. 기초과목을 1학기에 통과하지 못하면 여름 특별학기, 2학기, 겨울 특별학기까지 계속 수강해야 해요. 기초교육이 탄탄해야 전공교육도 내실이 생긴다고 생각해 프로그램을 도입했습니다. 기초학력 부실이 생길 수 없도록 하는 학사제도죠.” - 화제를 바꿔보겠습니다. 지역대학 발전의 필요성을 강조하셨는데요.
“재정적 투자 없이는 대학 경쟁력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지역의 거점대학에 재원을 투입하고, 이를 중심으로 주변 대학이 공생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꼭 국립대여야 할 필요는 없지만 경쟁력을 갖춘 지역대학에 집중 투자할 필요가 있어요.”
- 일본에서 유학하셨잖아요. 일본은 우수 지역 국립대가 고르게 분포해 있죠.
“말씀대로 일본의 각 지역에 우수한 거점대학들이 자리 잡은 것이 경쟁력의 기초라고 봅니다. 구(舊) 제국대학들이 우리나라로 치면 거점 국립대인데요. 도쿄대 못지않은 국제적 수준을 자랑하죠. 노벨상 수상자를 심심찮게 배출하니까요. 10~20년 투자해서 노벨상 수상이 나오는 게 아닙니다. 적어도 50년 이상, 기초과학의 뿌리가 잘 내려진 토양에서 결실을 맺는 겁니다.”
- 오사카에선 도쿄대보다도 그 지역 대학 출신을 쳐주더군요.
“맞아요. 일본은 지역적으로 확실히 체계가 잡혀있죠. 전세계 선진국 가운데 어떤 나라도 서울만 비대해지고 지방은 고사되는 나라가 없어요. 그런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이대로 가면 장래가 어둡다고 봅니다. 전체 지역이 고르게 발전해야 국가경쟁력도 올라가는 것이거든요.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해 강력하게 추진해야죠.”
- 결국 지역대학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 대목입니다.
“미국이나 유럽을 봐도 우리처럼 수도권 집중현상이 심한 나라가 없어요. 대학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라마다 지역을 대표하는 대학들이 있어 국가 균형발전을 선도합니다. 이런 배경엔 지역 거점대학에 대한 정부의 전폭적 지원이 있어요. 우리나라도 학문 분야별로 가장 잘하는 대학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지역대학도 살고 국가경쟁력도 높아질 겁니다.”
- 지역인재 채용 장려책 등의 노력도 필요하겠군요.
“그렇죠. 사실 역대 정부가 모두 지역을 살리겠다며 지역균형발전 슬로건을 내걸었지만 실질적·가시적 성과는 없었어요. 지금도 지역에서 일할 사람까지 서울에서 뽑아서 지역으로 내려 보내는 구조 아닙니까. 이런 문화를 개선해야 된다는 것이죠. 지역에서 일할 인력은 해당 지역에서 뽑아 쓰는 게 맞습니다.
지역대학에 가더라도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게 중요합니다. 지역대학 출신의 일정 비율 이상 채용을 의무화하는 ‘지역인재 채용 할당제’ 같은 정책이 필요해요. 무조건 서울권 대학 출신을 선호하는 기업의 인사문화나 지역대학을 얕잡아 보는 그릇된 사회적 인식도 하루 속히 바뀌어야 합니다.”
- 그 시작점이 지역대학 살리기가 돼야 할 것 같습니다.
“소위 ‘서울 프리미엄’이 지나친 게 문제입니다. 서울에 있는 대학을 나와야 취업이 된다고 생각하니까 서울로 가는 겁니다. 이런 인식이 깨지면 자연히 실마리가 풀리겠죠.”
- 1970~1980년대만 해도 지역 거점 국립대 위상이 높았잖아요.
“일단 ‘서울에 있으면 좋은 대학, 지방에 있으니 나쁜 대학’ 구도가 굳어진 게 잘못된 거죠. 제자리를 찾아야 합니다. 제가 학교를 다니던 1970년대만 해도 지역 거점 국립대 수준은 연·고대와 비슷했어요. 지역대학에 가도 인정받으면서 질 높은 삶을 살 수 있도록 강력한 유인책을 쓴다면 굳이 봇짐 싸서 서울까지 갈 필요 없잖아요.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할 사안입니다.”
- 정부가 재정지원과 연계해 대학 정책을 펴는 것은 어떻게 봅니까.
“모든 대학에 똑같이 지원하면 공멸하게 될 겁니다. 집중 투자를 통해 리딩(선도) 대학을 만들고, 이 대학 중심으로 주변 대학이 협력해 함께 발전하도록 하는 게 맞는 방향이에요. 여기서 짚고 넘어갈 점은 국내에 KAIST(한국과학기술원) 같은 과기특성화대학이 5곳이나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대학들이 지역대학의 연구경쟁력을 심각하게 훼손시키는 측면이 있어요.”
- 어째서 그런가요.
“대다수 대학과 달리 미래창조과학부 산하에 있는 대학들인데요. 연구비 팍팍 지원하죠, 학생 등록금 면제해주죠, 국가 지원이 엄청납니다. 그러면서 연구 인력을 싹쓸이해 가니 지역의 대학원들은 문 닫아야 할 형편이에요. 특히 이공계는 대학원생 없으면 연구 진행 자체가 안 되죠. 저는 지역 거점대학도 그만한 지원을 받는다면 그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봅니다.”
- 굳이 새로 과기대를 만들어 지원하는 것은 중복투자 같습니다만.
“중복투자일 수도 있고 부처 이기주의일 수도 있는데요. 무엇보다 종합적 컨트롤 타워가 없어서 그렇지 않나 싶어요. 반드시 시정해야 할 문제입니다. 지금 있는 광주과기원(GIST) 대구경북과기원(DGIST) 울산과기대(UNIST) 외에 부산·전북 등에서도 과기대를 만들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요. 자칫 지역대학 죽이기나 다름없게 될 수 있습니다.”
-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회장을 하고 있을 때 문제 제기하지 않았습니까.
“이 문제로 대교협 회장단이 미래부에 항의하러 가기도 했습니다. 이미 설립된 과기대야 어쩔 수 없지만 새로 더 만드는 건 막자는 거죠. 일본의 경우 JAIST(일본과학기술원) 하나밖에 없어요. 우리나라는 KAIST에다 사립인 포스텍(포항공대)까지는 논외로 하더라도, 과기대가 우후죽순 생겨나는 것은 지역대학 생존과 발전 차원에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 현재 대학 구조조정 정책에 대한 제언도 한 마디 해주시죠.
“비리·불법 대학은 문을 닫게 하는 좀 더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건실하고 경쟁력 있는 대학을 힘들게 한다면 제도에 문제가 있는 것이에요. 지금 상황은 부실 대학도 지원을 받게 되는 맹점이 있어요. 엄정한 평가에 바탕한 선택과 집중이 요구됩니다.”
- 총장직을 내려놓은 뒤의 계획도 서서히 생각할 것 같습니다.
“연말에 임기를 마치고 나면 우선 1년은 안식년을 받아요. 이후 평교수로 돌아가 정년 때까지 3년여 동안 학생들과 함께 강의하고 연구하며 살 겁니다. 총장으로 살면서 아침에 일어나고 저녁에 잠자리 들 때 늘 ‘감사합니다’ 하고 말했어요. 긍정적 마인드로 무엇이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는 법을 익혔죠. 그렇게 삶에 임하니 건강관리가 되더군요. (웃음)”
- 남은 임기 동안 꼭 마무리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요.
“전북대가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학으로 성장하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남은 임기 동안 전북대가 더 큰 발전을 이루고, 앞으로의 대학 구조개혁에 잘 대처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다지는 데 힘을 쏟겠습니다.”
- 곧 입시철인데 마지막으로 수험생들에게 학교 자랑 해주세요.
“전북대는 밖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경쟁력 있고 튼실한 대학이에요. 지역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수험생, 학부모들로부터 실력에 걸맞은 평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최근 객관적 지표에서 전국 최고 수준의 대학이란 사실을 입증했죠. 전북대로 오십시오. 차별화된 프로그램과 특성화 교육으로 우리 사회에 기여하고 세계를 이끌어갈 ‘큰 사람’으로 키워내겠습니다.”
◆ 서거석 총장은…
전북 전주 출생. 전북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주오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전북대 교수로 부임해 대교협 회장과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교육분야 위원장, 전국국공립대학교 총장협의회장, 전북도발전협의회장 등을 역임했다. 한국비교형사법학회장, 한국소년법학회장을 지냈다. 2006년 전북대 총장 취임 후 2010년 연임에 성공, 올해 말까지 8년간 수장을 맡아 학교 발전을 이끌어 왔다.
전주=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전북대는 올해 교육부의 핵심 행·재정지원사업 ‘대학 특성화사업’에서 전국 1위를 차지했다. 2009년 SCI(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급 논문 증가율, 2012년 대학 만족도(한국서비스 품질지수) 역시 전국 1위. 교수 1인당 연구비 수주액, 학생 1인당 교육비는 국립대 1위에 올랐다.
서거석 총장(60·사진)이 인터뷰 첫머리에 소개한 최근 수년간 전북대의 성과다. ‘8년차 총장’인 그는 학교와 관련된 수치를 줄줄이 꿰었다. 비결은 별다른 게 없었다. 기본을 강조하고 혁신 방안을 뚝심 있게 밀어붙인 결과다. 서 총장 자신부터 취임 후 첫 2년간 매일 보직교수들을 불러 회의하고 자정 넘어 퇴근했다. 그 열성이 학교 발전을 이끌었다.
강력한 변화의 핵심은 엄정한 평가와 확실한 보상. 서 총장은 교수 승진요건을 국립대 최고 수준으로 크게 강화했다. 학과에 따라 교수 업적평가 기준을 4~5배까지 올리도록 유도했다. 동시에 해외 저명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할 경우 최대 1억 원의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그는 “첫 취임 당시엔 현실에 안주하고 학내 분란까지 겪으면서 전북대의 위상이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해 있었다” 며 “무엇보다도 열심히 연구·교육하는 교수가 대접받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8년간 구성원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뛴 게 오롯이 성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서울 프리미엄’을 걷어내고 지역대학을 살려야 한다는 주문도 뒤따랐다. 국가는 정책적으로 지역대학을 배려하고, 기업도 지역인재 채용에 적극 나서달라고 강조했다.
서 총장은 “선진국들 가운데 수도권만 살고 지역은 고사한 나라는 없다. 일본의 경우 거점대학이 해당 지역의 중심을 잡아준다” 며 “지역이 살아나려면 지역대학 육성과 지원이 필수”라고 힘줘 말했다. 대학 정책과 관련해선 “과학기술대가 너무 많아져 지역 인재의 ‘블랙홀’처럼 됐다. 기존 지역 거점대학을 보다 확실히 지원해주는 게 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 올해가 연임 마지막 해죠. 대학을 경영해 온 소회를 듣고 싶습니다.
“학교를 변화·발전시켜보겠다는 일념으로 8년간 앞만 보고 달려왔습니다. 시원섭섭 하달까요. 섭섭하다기보다, 처음에 계획했던 것을 못다 이룬 점이 아쉽죠. 이제 전체적 상이 잘 보이는데 숙제로 남겨둬야 하니 아쉬워요. 그동안 구성원들이 어려운 여건 하에서 변화와 개혁에 열심히 동참해준 것에 대해 감사하고 나름의 보람을 느낍니다.”
- 8년간 대학을 이끌어 오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많을 것 같은데요.
“한 가지만 콕 집어서 말하긴 어렵네요. 다른 무엇보다도 취임 초부터 최선을 다한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 그게 가장 보람되고 기억에 남습니다. 제가 처음 취임하고 2년간은 보통 새벽 1~2시쯤 퇴근했어요. 대학 발전 비전과 실행 전략을 짜느라 매일 보직교수들과 회의를 했죠. 방학도 예외 없었습니다. 그만큼 우리 보직교수들이 죽을 고생을 한 거죠. (웃음)
다른 대학들은 보통 주 1회 정도 교무회의 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저희는 첫 2년간 매일 회의했고 지금도 학기 중엔 주3회, 방학 때도 주2회씩 합니다. 저녁 회식이 있어도 다시 집무실에 들어와서 업무 보고, 세부 계획을 구상하곤 했어요. 그 시간이 참 가슴에 남습니다.”
- 취임 당시 내걸었던 목표가 많습니다.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평가합니까.
“연구·교육·취업 경쟁력을 갖추는 데 힘쓴 결과 각종 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얻었습니다. 국립대 중에선 1~2위를 다투고 있고, 올해 아시아 대학순위도 100위 안에 들었어요. 취임 당시 ‘2010년 아시아 톱100’을 얘기했으니 1차 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봅니다. 운영 성과에 스스로 점수를 매기긴 좀 그렇지만 적어도 낙제점은 아닐 것으로 생각합니다. (웃음)”
- 구체적으로 어떤 성과들이 있었나요.
“올해 대학 특성화사업에서 전북대가 전국 1위를 했습니다. 5년간 총 350억 원의 국고 지원을 확보했죠. ‘잘 가르치는 대학’을 가리는 학부교육 선진화 선도대학(ACE) 지원사업에서도 최우수 평가를 받았어요. 2009년 SCI 논문 증가율 전국 1위였고 지난해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도 평판도 항목을 제외하면 국립대 1위, 전국 12위였습니다.
이런 성과들을 정리한 홍보 팸플릿을 최근 새로 발간했습니다. 국내 대학들 가운데 유일하게 중앙일보 대학평가 6년 연속 순위가 상승한 것이나, ‘20년간 가장 많이 발전한 지역대학’으로 꼽힌 것도 의미 있는 성과예요. 가장 많이 발전한 지역대학 1위에 오른 것은 각 대학의 평가 담당자에게 설문을 돌린 결과입니다. 현장의 평가가 반영된 것이니 더욱 뜻 깊죠.”
- 각종 대외평가 실적이나 수치가 상당히 뛰어납니다.
“제가 2006년 말 취임할 당시 전북대가 전국 43위(중앙일보 대학평가 기준)였어요. 그동안 계속 순위가 상승해 작년엔 종합순위 19위까지 올라왔습니다. 국립대 중에선 부산대(18위)에 이은 2위고요. 사실 전북대는 이 수치보다 더 뛰어난 성과를 거뒀습니다. 평가지표 4개 분야 가운데 평판도를 제외한 3개 지표로만 하면 전국 12위, 국립대 1위가 되니까요.”
- 저평가됐다는 뜻입니까.
“평판도 때문에 손해를 본 거죠. 평판도는 지역적 특수성의 영향을 받습니다. 인구가 많고 세가 큰 지역에 위치한 대학이 아무래도 유리하거든요. 실력으로만 보면 우리 대학이 서울의 웬만한 사립대에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합니다. 이 추세를 잘 이어나가면 제가 총장에 취임하면서 제시한 ‘2020년 글로벌 톱100’ 진입도 불가능한 목표는 아닙니다. (웃음)”
- 대학 간 치열한 경쟁을 뚫고 뚜렷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비결은.
“특별한 비결이 있겠습니까. 취임 직후부터 변화와 혁신을 강하고 일관되게 추구하고, 구성원들이 한 마음으로 뭉친 게 통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2000년대 중반까지 전북대는 거점 국립대란 현실에 안주했습니다. 변화에 둔감했죠. 위상이 걷잡을 수 없이 추락했습니다. 이런저런 학내 사건사고로 당시 학교 분위기 자체가 어수선하고 혼란스럽기도 했어요.
그래서 변화가 절실했어요. 취임하자마자 전방위적 혁신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교수와 학생, 직원 대표가 함께 앞서가는 대학들을 찾아가 벤치마킹 했습니다. 문제의식을 공유한 교수들은 엄격한 승진 기준을 만들어 적용했고 직원들도 행정서비스 개선에 밤을 지새웠습니다. 학교 발전에 필요한 경우라면 구성원들을 끈기 있게 설득해 관철시켰죠. 모두들 잘 따라와 줬어요.”
- 총장께서 특히 강조했던 점은 뭡니까.
“처음 취임할 당시엔 열심히 연구하고 교육하는 교수가 대접받는 분위기가 아니었습니다. 큰 문제 아닌가요. 저는 기본으로 돌아가자고 했습니다. 원칙과 질서를 내세웠죠. 교수라면 열심히 연구하고 잘 가르치고, 직원은 훌륭한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기본이니까요. 기본이 갖춰지고 각자가 본분을 지키는 바탕 위에 비로소 변화와 개혁이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 교수 승진요건을 대폭 강화했다면서요.
“교수의 본분을 지키자는 것이었어요. 연구를 열심히 하는 게 당연하도록, 논문을 안 쓰거나 연구 실적을 내지 않으면 안 되는 분위기를 만들었죠. 승진 요건을 국립대 최고 수준으로 올렸습니다. 연구경쟁력 강화 방안 마련 후 1년 만에 SCI 논문 증가율 전국 1위를 기록하더군요.”
-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요.
“잘 모르는 분들이 많은데 전북대는 호남·충청 지역에서 최초로 설립된 국립대입니다. 캠퍼스 자체가 굉장히 유서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어요. 캠퍼스 인근에 태조 이성계 전주 이씨의 시조 묘역인 ‘조경단’이 위치해 있죠. 옛 황실에서 약 3300만㎡(100만 평)의 부지를 기부해 지금의 캠퍼스가 들어선 겁니다. 이 지역이 계속 개발에 뒤처지고 존재감이 사라지면서 전북대 구성원들의 자긍심도 많이 떨어졌는데, 다함께 각성해 다시 뛰고 있습니다.”
- 전북대가 집중 육성하는 대표 분야나 브랜드 학과는 뭔가요.
“학생 수나 연구논문 기준으로는 65% 정도가 자연계와 이공계입니다.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중심으로 융·복합에 주력하고 있어요. 고온플라즈마 응용연구센터는 전세계 다섯 번째로 설립된 연구시설입니다. 국내 대학 최초이자 최대 규모인 발광다이오드(LED) 식물공장, 조류독감(AI)·광우병 등을 집중 연구하는 인수(人獸)공통전염병연구소도 대표 브랜드라 할 만합니다.
‘신입생 4학기제’는 전북대만의 독특한 교육시스템입니다. 1학년 때부터 수학·물리·화학 등 기초과목을 4학기로 나눠 가르칩니다. 기초과목을 1학기에 통과하지 못하면 여름 특별학기, 2학기, 겨울 특별학기까지 계속 수강해야 해요. 기초교육이 탄탄해야 전공교육도 내실이 생긴다고 생각해 프로그램을 도입했습니다. 기초학력 부실이 생길 수 없도록 하는 학사제도죠.” - 화제를 바꿔보겠습니다. 지역대학 발전의 필요성을 강조하셨는데요.
“재정적 투자 없이는 대학 경쟁력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지역의 거점대학에 재원을 투입하고, 이를 중심으로 주변 대학이 공생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꼭 국립대여야 할 필요는 없지만 경쟁력을 갖춘 지역대학에 집중 투자할 필요가 있어요.”
- 일본에서 유학하셨잖아요. 일본은 우수 지역 국립대가 고르게 분포해 있죠.
“말씀대로 일본의 각 지역에 우수한 거점대학들이 자리 잡은 것이 경쟁력의 기초라고 봅니다. 구(舊) 제국대학들이 우리나라로 치면 거점 국립대인데요. 도쿄대 못지않은 국제적 수준을 자랑하죠. 노벨상 수상자를 심심찮게 배출하니까요. 10~20년 투자해서 노벨상 수상이 나오는 게 아닙니다. 적어도 50년 이상, 기초과학의 뿌리가 잘 내려진 토양에서 결실을 맺는 겁니다.”
- 오사카에선 도쿄대보다도 그 지역 대학 출신을 쳐주더군요.
“맞아요. 일본은 지역적으로 확실히 체계가 잡혀있죠. 전세계 선진국 가운데 어떤 나라도 서울만 비대해지고 지방은 고사되는 나라가 없어요. 그런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이대로 가면 장래가 어둡다고 봅니다. 전체 지역이 고르게 발전해야 국가경쟁력도 올라가는 것이거든요.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해 강력하게 추진해야죠.”
- 결국 지역대학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 대목입니다.
“미국이나 유럽을 봐도 우리처럼 수도권 집중현상이 심한 나라가 없어요. 대학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라마다 지역을 대표하는 대학들이 있어 국가 균형발전을 선도합니다. 이런 배경엔 지역 거점대학에 대한 정부의 전폭적 지원이 있어요. 우리나라도 학문 분야별로 가장 잘하는 대학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지역대학도 살고 국가경쟁력도 높아질 겁니다.”
- 지역인재 채용 장려책 등의 노력도 필요하겠군요.
“그렇죠. 사실 역대 정부가 모두 지역을 살리겠다며 지역균형발전 슬로건을 내걸었지만 실질적·가시적 성과는 없었어요. 지금도 지역에서 일할 사람까지 서울에서 뽑아서 지역으로 내려 보내는 구조 아닙니까. 이런 문화를 개선해야 된다는 것이죠. 지역에서 일할 인력은 해당 지역에서 뽑아 쓰는 게 맞습니다.
지역대학에 가더라도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게 중요합니다. 지역대학 출신의 일정 비율 이상 채용을 의무화하는 ‘지역인재 채용 할당제’ 같은 정책이 필요해요. 무조건 서울권 대학 출신을 선호하는 기업의 인사문화나 지역대학을 얕잡아 보는 그릇된 사회적 인식도 하루 속히 바뀌어야 합니다.”
- 그 시작점이 지역대학 살리기가 돼야 할 것 같습니다.
“소위 ‘서울 프리미엄’이 지나친 게 문제입니다. 서울에 있는 대학을 나와야 취업이 된다고 생각하니까 서울로 가는 겁니다. 이런 인식이 깨지면 자연히 실마리가 풀리겠죠.”
- 1970~1980년대만 해도 지역 거점 국립대 위상이 높았잖아요.
“일단 ‘서울에 있으면 좋은 대학, 지방에 있으니 나쁜 대학’ 구도가 굳어진 게 잘못된 거죠. 제자리를 찾아야 합니다. 제가 학교를 다니던 1970년대만 해도 지역 거점 국립대 수준은 연·고대와 비슷했어요. 지역대학에 가도 인정받으면서 질 높은 삶을 살 수 있도록 강력한 유인책을 쓴다면 굳이 봇짐 싸서 서울까지 갈 필요 없잖아요.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할 사안입니다.”
- 정부가 재정지원과 연계해 대학 정책을 펴는 것은 어떻게 봅니까.
“모든 대학에 똑같이 지원하면 공멸하게 될 겁니다. 집중 투자를 통해 리딩(선도) 대학을 만들고, 이 대학 중심으로 주변 대학이 협력해 함께 발전하도록 하는 게 맞는 방향이에요. 여기서 짚고 넘어갈 점은 국내에 KAIST(한국과학기술원) 같은 과기특성화대학이 5곳이나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대학들이 지역대학의 연구경쟁력을 심각하게 훼손시키는 측면이 있어요.”
- 어째서 그런가요.
“대다수 대학과 달리 미래창조과학부 산하에 있는 대학들인데요. 연구비 팍팍 지원하죠, 학생 등록금 면제해주죠, 국가 지원이 엄청납니다. 그러면서 연구 인력을 싹쓸이해 가니 지역의 대학원들은 문 닫아야 할 형편이에요. 특히 이공계는 대학원생 없으면 연구 진행 자체가 안 되죠. 저는 지역 거점대학도 그만한 지원을 받는다면 그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봅니다.”
- 굳이 새로 과기대를 만들어 지원하는 것은 중복투자 같습니다만.
“중복투자일 수도 있고 부처 이기주의일 수도 있는데요. 무엇보다 종합적 컨트롤 타워가 없어서 그렇지 않나 싶어요. 반드시 시정해야 할 문제입니다. 지금 있는 광주과기원(GIST) 대구경북과기원(DGIST) 울산과기대(UNIST) 외에 부산·전북 등에서도 과기대를 만들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요. 자칫 지역대학 죽이기나 다름없게 될 수 있습니다.”
-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회장을 하고 있을 때 문제 제기하지 않았습니까.
“이 문제로 대교협 회장단이 미래부에 항의하러 가기도 했습니다. 이미 설립된 과기대야 어쩔 수 없지만 새로 더 만드는 건 막자는 거죠. 일본의 경우 JAIST(일본과학기술원) 하나밖에 없어요. 우리나라는 KAIST에다 사립인 포스텍(포항공대)까지는 논외로 하더라도, 과기대가 우후죽순 생겨나는 것은 지역대학 생존과 발전 차원에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 현재 대학 구조조정 정책에 대한 제언도 한 마디 해주시죠.
“비리·불법 대학은 문을 닫게 하는 좀 더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건실하고 경쟁력 있는 대학을 힘들게 한다면 제도에 문제가 있는 것이에요. 지금 상황은 부실 대학도 지원을 받게 되는 맹점이 있어요. 엄정한 평가에 바탕한 선택과 집중이 요구됩니다.”
- 총장직을 내려놓은 뒤의 계획도 서서히 생각할 것 같습니다.
“연말에 임기를 마치고 나면 우선 1년은 안식년을 받아요. 이후 평교수로 돌아가 정년 때까지 3년여 동안 학생들과 함께 강의하고 연구하며 살 겁니다. 총장으로 살면서 아침에 일어나고 저녁에 잠자리 들 때 늘 ‘감사합니다’ 하고 말했어요. 긍정적 마인드로 무엇이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는 법을 익혔죠. 그렇게 삶에 임하니 건강관리가 되더군요. (웃음)”
- 남은 임기 동안 꼭 마무리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요.
“전북대가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학으로 성장하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남은 임기 동안 전북대가 더 큰 발전을 이루고, 앞으로의 대학 구조개혁에 잘 대처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다지는 데 힘을 쏟겠습니다.”
- 곧 입시철인데 마지막으로 수험생들에게 학교 자랑 해주세요.
“전북대는 밖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경쟁력 있고 튼실한 대학이에요. 지역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수험생, 학부모들로부터 실력에 걸맞은 평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최근 객관적 지표에서 전국 최고 수준의 대학이란 사실을 입증했죠. 전북대로 오십시오. 차별화된 프로그램과 특성화 교육으로 우리 사회에 기여하고 세계를 이끌어갈 ‘큰 사람’으로 키워내겠습니다.”
◆ 서거석 총장은…
전북 전주 출생. 전북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주오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전북대 교수로 부임해 대교협 회장과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교육분야 위원장, 전국국공립대학교 총장협의회장, 전북도발전협의회장 등을 역임했다. 한국비교형사법학회장, 한국소년법학회장을 지냈다. 2006년 전북대 총장 취임 후 2010년 연임에 성공, 올해 말까지 8년간 수장을 맡아 학교 발전을 이끌어 왔다.
전주=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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