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기관투자가인 연기금들이 그동안 미뤄왔던 국내 주식 투자를 집행하기 시작했다. 코스피지수가 단기간 급등하자 시장 분위기가 개선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교직원공제회는 이달부터 순차적으로 2000억원어치의 주식을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투자계획에 잡혀 있었지만 증시가 부진했던 탓에 차일피일 미뤄온 자금 집행을 하겠다는 것. 교직원공제회 관계자는 “정부가 내수 진작에 전방위적으로 나서고 있어 지금이 주식투자의 적기”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 등도 하반기엔 국내 주식투자 비중을 지금보다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연기금 관계자는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좋지 않을 것으로 봤기 때문에 주식투자를 늘리는 데 부정적이었다”며 “마땅한 대안 투자처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결국 주식 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전한 투자’를 고수해 온 거액 자산가들 사이에서도 주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류정아 우리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남센터 부장은 “최경환 부총리가 증시에 호재인 정책을 많이 발표하면서 프라이빗뱅킹(PB) 고객들이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 비중을 조금씩 높이려는 분위기”라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수형 주가연계증권(ELS)을 많이 찾았는데 지금은 주식형펀드가 잘 팔린다”고 말했다.

김인응 우리은행 압구정현대지점장은 “일본 등 주변국 사례를 보면 증시가 대세 상승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심리의 방향”이라며 “국내 증시는 다시 투자할 만하다는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하반기엔 대형주 중심의 상승장이 올 것으로 보고 고객들에게 과거 좋은 실적을 냈던 주식형펀드 위주로 추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다만 일부 자산가는 이번 지수 상승을 계기로 ‘펀드 갈아타기’에 나서고 있다는 전언이다. 김규범 KDB대우증권 PB클래스갤러리아부장은 “펀드 수익률이 개선되자 일단 환매한 뒤 현금으로 들고 있거나 다른 주식형펀드에 가입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고 귀띔했다.

개인들의 예탁금도 급증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 29일 16조784억원으로, 연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예탁금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에 일시적으로 맡긴 대기 자금이다.

조재길/박동휘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