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7월31일 오후 3시28분

[마켓인사이트] 현대重, 6년 만에 신용강등 위기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31일 현대중공업에 부여한 ‘AA+’ 신용등급을 ‘부정적 검토 대상’에 올렸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세계 1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의 신용등급은 ‘AA+’로 상승한 지 6년 만에 떨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일반적으로 ‘부정적 검토 대상’에 오른 신용등급은 3개월 이내에 신용등급이 떨어질 확률이 50% 이상이다.

한국신용평가도 이날 현대중공업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다. 신용평가사들은 전방산업인 해운업의 장기침체 여파로 현대중공업이 올 2분기 대규모 영업손실을 낸 것을 반영, 이같이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올 2분기에 연결 기준으로 1조103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고 지난 29일 발표했다. 조선, 해양, 플랜트 부문의 일부 대형 공사에서 공정 지연으로 인한 손실이 발생했고 향후 선박 건조 비용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돼 대규모 충당금을 쌓은 탓이다. 김봉균 한기평 수석연구원은 “상선 시장이 급격히 둔화하고 있고 해양 생산설비 프로젝트에 대한 저가 수주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며 “향후 추가적인 손실 발생 가능성을 분석해 등급 조정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재무 상태는 2011년 유럽 재정위기를 기점으로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2010년 5조5317억원에 달했던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지난해 7분의 1 수준인 8019억원으로 급감했다.

반면 총차입금은 같은 기간 9조8444억원에서 15조8432억원으로 불어났다. 현대중공업 신용등급이 ‘AA’로 한 단계 떨어질 경우 조선업계 2위인 삼성중공업과 같아진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신용평가회사들이 최근 몇 년 동안 조선업체의 실적이 악화됐음에도 등급을 내리지 않아 신용등급이 과도하게 부풀려져 있다”며 “하지만 이번 현대중공업의 대규모 적자를 계기로 등급 하향 조정을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