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어디로] 美 조기 금리인상론 다시 '꿈틀'
미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잠정치)이 예상보다 높은 4.0%를 기록한 데 이어 미 중앙은행(Fed)의 경기 전망도 이전보다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Fed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보다 빨라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의 시중은행들은 Fed가 금리 정상화에 나설 경우 단기예금에서 대규모 자금이 이탈할 것으로 보고 대책마련에 나섰다.

Fed는 지난 30일(현지시간)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성명을 통해 현재 월 350억달러인 양적완화(채권매입 프로그램) 규모를 8월부터 250억달러로 100억달러 더 줄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경기 회복세를 반영한 예견된 ‘테이퍼링(단계적 양적완화 축소)’이었다.

주목을 끈 것은 Fed가 “2분기에 경기가 반등했다”면서 금리정책의 잣대로 삼고 있는 인플레이션과 고용시장에 대해 지난 6월 FOMC 때보다 더 낙관적으로 진단했다는 점이다.

물가상승률과 관련해 6월 FOMC 때는 “Fed의 목표치 2% 아래에 머물고 있다”고 표현했지만 이번엔 “다소 목표치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고 표현을 바꿨다.

물가상승률이 목표치 아래에 계속 머물 가능성이 낮아졌다고도 했다. 이날 상무부가 발표한 올 2분기 국내총생산(GDP) 통계치를 보면, Fed가 물가 기준으로 사용하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2분기 2.0%(연율 기준) 상승했다. 1분기의 1.2%를 크게 웃돌았다. 시장에서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이 또다시 제기된 배경이다. Fed의 고용시장에 대한 진단은 이런 관측을 더욱 부추겼다. “실업률이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표현 대신에 “실업률이 하락하면서 고용시장이 개선됐다”는 표현이 들어갔다. 실업률이 6월에 6.1%로 떨어지자 평가가 달라진 것이다.

재닛 옐런 Fed 의장은 그동안 금리인상 시기는 인플레이션과 고용시장이 얼마나 빨리 Fed의 목표치에 다가가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해왔다. 지난 6월 의회 청문회에선 “고용시장이 예상보다 빨리 개선되면 금리인상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고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Fed 내에서 금리인상 시기를 둘러싼 논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면서도 옐런 의장이 아직 인내심을 버리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FOMC 성명서에 언급된 “양적완화 종료 후에도 상당 기간 초저금리를 유지하겠다”는 내용과 “고용시장이 개선됐지만 노동력이 충분히 활용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옐런 의장의 의중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날 미 대형 은행들이 Fed의 금리인상에 따른 최대 1조달러 규모의 예금 유출에 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금리가 올라가면 고객들이 이자율이 높은 계좌나 투자처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