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재·보선은 국민들이 정치적 우울증으로까지 깊어지는 가슴을 안고 차악(次惡)을 선택한 것이다. 특히 새정치연합은 공당인지부터 자문해봐야 할 것이다. 국가 경영에 대한 비전과 이념은 없고 음모론과 정치적 흥분상태만을 끊임없이 부추기는 것을 정치라고 오해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어왔다. 거의 모든 사회사건을 폭로와 의혹으로 대체했고 거의 모든 정치활동을 음모나 전략으로 치환하는, 넌덜머리 나는 뒷골목 행태를 보여온 것이 사실이었다.

위증의 혐의까지 받고 있는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공천한 것은 백미였고 당내 주요인사가 유병언 시체는 가짜라는 주장까지 펴며 고의적으로 정치를 저질화해왔다. 안대희에 이어 문창극 총리 후보를 근거없이 친일로 몰아 낙마시키는 것을 자랑삼듯 해왔고 세월호 참사라는 비극적 사고를 정치적 사건으로 만들어 가려는 필사적인 시도를 되풀이해왔을 뿐이었다.

이 기회에 스스로 다시 태어나는 처절한 노력을 해주기 바란다. 시대에 맞지 않는 극좌 이데올로기는 과감히 버리고 합리적 진보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아니 그것까지는 아니더라도 기본적으로 정상적인 정치를 하는 정상적인 정당으로 재탄생하기를 국민은 바라고 있다. 정치는 국민 개개인의 개별적이며 특수한 의사들을 질서정연하게 결집하고 이를 국가의 일반의지로 승화시켜가는 과정이다.

새누리당도 할 수 없이, 차악으로 선택된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념도 지력도 철학도 없는 기회주의적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새누리당은 이번에도 깨지 못했다. 법조당이라는 딱지 역시 희석되지 않았다. 정치경제 전반에 걸쳐 좌경적 오염이 심각해서 과연 정체성이 무엇인지를 지금 국민들은 새누리당에 묻고 있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증명했듯이 고질적인 지역주의가 깨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여론의 심층(深層)은 이렇게 살아움직이고 있다. 7·30 재·보궐 선거가 여야 모두에 새 출발의 기회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