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동작 주민들, 생활정치 내세운 제 손 잡아줬어요"
“난 주류·비주류도, 친이(이명박)·친박(박근혜)계도 아니다. 계파색도 강하지 않다. 당내 계파를 뛰어넘는 역할을 하겠다.”

7·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서울 동작을에서 승리해 국회에 다시 입성한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은 1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특정 계파에 치우친 당의 비정상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바로잡는 데 힘을 보태겠다”며 “당내 3선 여성 의원으로서 균형감을 갖고 통 큰 정치를 펼치겠다”고 말했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의원직을 그만뒀던 그는 유일한 서울지역 재·보선 선거구이자 수도권 최대 승부처였던 동작을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에 성공하며 맹추격한 노회찬 정의당 후보를 제쳐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상품 가치를 더욱 높였다.

나 의원은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야권에 17%포인트 졌고, 2012년 대선 때도 여당 서울 평균 득표율보다 낮았던 이른바 ‘야당 지역’이 바로 동작을이었다”며 “이런 곳에서 선거운동 13일 만에 승리를 거둔 건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자평했다.

선거 승리 요인에 대해 “동작구민들이 동작 발전과 일하는 정치인에 대한 목마름이 강했다”며 “야권에서 들고 나온 단일화 연대를 ‘그들만의 정치’라고 냉정하게 판단한 동작구민들이 주민 중심 정치, 생활 정치를 내세운 제 손을 꼭 잡아준 것”이라고 했다.

그는 새누리당 소속 현역 여성 의원으로는 유일한 3선이다. 여당을 대표하는 여성 정치인으로서 위상을 굳히는 것은 물론 향후 당내 권력 재편 여부에 따라 잠재적인 대권 주자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나 의원은 인터뷰 내내 ‘당내 개혁’을 수차례 강조했다. 나 의원은 “정치 개혁의 핵심은 정치인들의 정치가 아닌 국민 중심 정치가 돼야 한다는 것이고 이를 위한 가장 좋은 수단은 공천 개혁”이라며 “18대 국회 때도 그걸 하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했던 만큼 공천권을 (특정 계파 중심이 아닌) 국민에게 반드시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역할론과 관련, 의원들을 크게 아우르는 중진 역할을 톡톡히 하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그는 “의원마다 개인적인 역할도 중요하지만 아직 새누리당은 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가 작다”며 “중진 의원으로서 많은 의원이 어우러져 필요할 때 목소리를 내는 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나 의원은 18대 국회 당시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간사를 맡았다. 이번엔 외교통일위원회를 선택했다. 정치 야인 시절 한국스페셜올림픽위원회 회장으로서 지난해 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이끈 외교력과 대외 경험을 살려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나 의원은 “현재 대한민국 외교는 국제사회에서 새 틀을 짜고 있는 매우 예민한 시기”라며 “미·중 관계, 동북아에서 한·중 관계에서 외교정책 변화가 필요한 만큼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의정 활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선거 내내 동작을 주민에게 강조한 ‘강남 4구 만들기’를 위한 복안에는 “우선 약속한 대로 장재터널을 뚫고 4차로로 확장하는 데 필요한 예산 확보에 집중하고 추진 협의체를 구성하겠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반대하지 않겠느냐는 시각에 대해선 “박 시장은 여당이 내세운 공약이라고 해서 무조건 반대하는 속 좁은 사람이 아니다”고 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