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이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치국 상무위원을 ‘당기(黨紀) 위반’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부정축재, 조강지처 살해, 시진핑(習近平) 주석 암살모의 등 다양한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다. 저우씨는 검찰과 경찰 등 사법과 공안을 통괄하는 정법위의 최고책임자였다. 그런 인물이 조사를 받는다니 충격이다. 지난해에는 차세대 지도자였던 보시라이 전 충칭시 서기도 각종 비리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당시에도 치정살인 등 수호지를 방불케 하는 부패가 불거져 나왔다.

일부에선 시 주석이 정권을 확고히 틀어잡기 위해 정적들을 제거하는 작업의 하나라고 본다. 총칼 없는 문화혁명이라는 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본질은 중국 리더들의 자질 문제요 리더를 충원하는 제도 문제다. 지난해 부패혐의로 적발된 공무원만 5만명 이상이라고 한다. 공산당 일당 독재 사회라는 점에서 절대권력이 저지르는 절대부패는 어떻게 보면 필연적이다. 이런 상태로 중국이 아시아의 리더국가가 될 수는 결코 없다.

중국 공산당은 오는 10월 열리는 당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4중전회)의 핵심 주제를 법치로 잡을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중국의 법치 정립과 부패척결 노력을 긍정적으로 본다. 하지만 일당 독재체제 하에서의 법치가 가능할 것인가. 중국 지도층의 직권남용과 비리 부패 문제는 중국이 민주주의 체제로 전환해야만 비로소 해결할 수 있다.

우리는 중국이 아시아의 보편국가이면서 평화로운 근린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하지만 보편국가가 되려면 먼저 인권과 자유가 보장되는 열린 사회가 돼야 한다. 중화주의라는 미몽 역시 인민독재와 다를 것이 없다. 시진핑의 반부패 투쟁이 중국의 한 단계 성숙을 의미하는 것이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