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 대장주 삼성전자가 기세등등하던 강세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1일 하루 만에 4% 가까이 급락, 재상승 기대를 모은 코스피시장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삼성전자를 2000억원어치 순매도한 외국인 영향이 컸다. 삼성전자의 올해 배당확대가 확정되지 않은 데 따른 실망에다 하반기 실적둔화 우려까지 작용했다.
답 안준 삼성전자, 코스피 상승 '태클'
○삼성전자 시총 이틀 새 17조원 증발

삼성전자는 이날 3.80% 떨어지며 129만2000원의 종가를 기록했다. 2거래일 연속 하락, 주가 내림폭이 7.38%나 됐다. 중간배당을 바라며 상승했던 삼성전자 우선주의 하락세는 더 가팔랐다. 이날 삼성전자 우선주는 103만원으로 마감, 2거래일 동안 8.68% 떨어졌다. 이틀 새 삼성전자와 우선주의 시가총액은 17조4000억원 증발했다.

이날 메릴린치를 필두로 크레디트스위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외국계 증권사 창구에서 삼성전자 매도 물량이 집중적으로 나왔다. 메릴린치는 이날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150만원에서 145만원으로 내렸다. 우동제 메릴린치 애널리스트는 “중저가 스마트폰시장에서 중국 업체들과 경쟁이 불가피해 하반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 가능성이 있다”며 “중간배당금이 적은 점도 삼성전자의 주가 랠리에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UBS증권은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추면서 목표주가도 150만원에서 145만원으로 조정했다. 임경근 크레디트스위스 주식부문장은 “삼성전자 실적기대가 떨어진 상황에서 배당까지 실망스러워지면서 다음주에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매도를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주도주 복귀 쉽지 않아

삼성전자가 배당, 자사주 매입 등 구체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밝히거나 지배구조 개편 이슈가 재점화하기 전까지는 국내증시 주도주로 복귀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장의 기대와 달리 삼성전자는 기말배당 증가와 같은 주주환원 정책에 대해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지 않았다”며 “지난달 초만 해도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에 대해 자신감을 보였는데 31일엔 하반기 보수적인 자체 전망을 내놓으면서 우려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 센터장은 “배당과 실적 양쪽에서 빨간불이 들어왔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삼성전자 주가가 강하게 상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증권사들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최저 140만원까지 낮췄다. 현 주가와의 격차는 8% 남짓이다.

반면 김지웅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 등 지배구조 개선 이후 주당 배당금은 8만원까지 가능할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220만원으로 제시했다. 지난해 삼성전자 보통주의 중간·기말배당금은 1만4300원이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3.02포인트(0.15%) 하락한 2073.10으로 마감했다. 이틀 연속 약세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650억원 이상을 순매도하며 13거래일 연속 ‘사자’ 행진을 멈췄다.

○스마트폰 부품주 약세 여전

코스닥지수가 5거래일 만에 상승했지만 스마트폰 부품주들은 삼성전자와 함께 약세를 보였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4.77포인트(0.89%) 오른 541.09를 기록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로의 매출 비중이 큰 스마트폰 부품주들은 흐름에 동참하지 못했다. 삼성전자의 하반기 실적 기대가 꺾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에 카메라모듈을 납품하는 파트론은 이날 1.95% 떨어진 1만50원에 장을 마쳤다. 올초보다 25% 하락했다. 스마트폰 연성인쇄회로기판(FPCB)이 주력인 인터플렉스도 6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1만550원으로 마감했다. 솔브레인은 3.04% 떨어진 3만1900원, 멜파스는 0.54% 하락한 5560원으로 연중 최저점을 찍었다.

이고운/윤정현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