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조기 인상 가능성이 재부각되면서 7월 마지막 날 미 증시가 폭락했다. 유럽증시도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3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뉴욕증시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주요 지수들이 모두 2% 안팎 급락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다우지수)는 이날 1.85% 내린 16,568.43, S&P500지수는 1.98% 밀린 1931.09, 나스닥지수는 2.06% 빠진 4371.05로 장을 마감했다. 다우지수와 S&P500지수는 올 들어 월간 기준으로 봤을 때 7월에 첫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했다. 시장의 불안감을 반영하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도 이날 27.16% 급등해 16.95까지 치솟았다.
美 금리 조기인상 우려…잘나가던 뉴욕증시 '덜컹'
투매 심리에 방아쇠를 당긴 것은 이날 발표된 고용지표였다. 미 노동부는 지난주 실업보험청구자 수가 2만3000명 늘어난 30만2000명(계절 조정치)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전주보다 늘긴 했지만 시장 예상치인 30만8000명은 밑돌았다. 1일 발표된 7월 실업률은 6.2%로, 전달의 6.1%보다 0.1%포인트 높아졌다. 7월 비농업부문 일자리는 20만9000개 늘었다. 시장기대치(23만3000개)에는 못 미쳤지만 6개월 연속 20만개 이상 신규 일자리가 생겼다.

7월 마지막날 주가에 급제동이 걸린 것은 고용시장이 회복세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전날 발표된 2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을 뛰어넘는 4%를 기록한 사실이 환기되면서 금리 조기인상 우려가 시장에 급속히 확산됐기 때문이다. 서방 사회의 러시아 경제제재와 아르헨티나 디폴트(채무불이행)도 심리적인 영향을 미쳤다.

유럽증시도 같은 날 큰 폭으로 하락했다. 디플레이션 우려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 범유럽지수인 유로퍼스트300은 1.26% 내린 1349.34로 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월간 기준으로는 두 달 연속 하락 마감했다. 유럽의 공포지수인 유로스톡스 변동성지수(V2TX)도 9.37% 급등하며 3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보였다.

유럽통계청인 유로스타트는 이날 7월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의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4% 올랐다고 발표했다. 전달의 0.5%보다 더 떨어지며 2009년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유로존 물가상승률은 지난 10개월간 유럽중앙은행(ECB) 목표치인 2%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유로존이 디플레이션을 향해 한 걸음 더 크게 다가갔다”고 평가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