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문교에 자살방지 철망을 설치한다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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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2012년 기준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34개 회원국 가운데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스런 자리를 10년째 지켰습니다. 이 해 자살 사망자는 인구 10만명 당 29.1명. 이는 OECD 평균인 12.1명의 2.4배에 이르는 수치입니다. 자살 사망자가 가장 적은 터키 1.7명의 열일곱배 입니다.
때문에 자살 많은 서울 마포대교에서 ‘생명의 다리 캠페인’을 펼치기도 했지만 별무효과로 보입니다. 2014년 들어 5월 현재 까지 이 다리에서 투신해 사망한 건수만 벌써 서른 건이 넘었다는 집계입니다. 이처럼 다리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시도는 미국도 마찬가지인 모양입니다.
최근 영국 BBC 보도를 인용한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 뉴욕시와 뉴저지를 잇는 조지워싱턴다리에 자살방지용 울타리가 설치된다는 얘기네요. 조지워싱턴다리에선 2012년 18건, 2013년 16건에 이어 올 들어 13명의 투신이 기록됐다고 합니다.
까닭에 다리 관리기관인 항만공사가 400억원대의 예산을 투입해 2022년까지 2.7m 높이의 자살방지용 울타리를 설치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미국에선 이에 앞서 샌프란시스코 명물로 불리는 골든게이트브릿지, 금문교 관리당국이 다리에 자살방지용 철망을 설치하기로 결정했지요.
금문교는 샌프란시스코를 상징하는 건축물이자 관광객들이 찾는 관광명소지만 1937년 건설 이래 지금까지 1400여명이 뛰어내려 '자살 다리'라는 오명에 시달려 왔습니다.
새삼스럽지만 여기서 의문이 제기됩니다. “사람들은 왜 말을 세 번만 이을 경우 ‘살자’로 바뀌는 ‘자살’을 선택하는 것일까?” 지난달, 7월 31일 전해진 외신에 따르면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 의과대학 정신의학·행동과학교수 자카리 카민스키 박사는 이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연구결과를 내놨습니다. [연합뉴스 보도]
“부정적 생각을 차단하고 충동적 행동을 통제하는 뇌 부위인 ‘전전두엽 Prefrontal Cortex’에서 나오는 유전자인 ‘SKA2’에 후성유전학적 변이가 발생할 경우 자살 위험이 높아진다.” 나열된 용어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은데요.
연구진 등 따르면 유전자 SKA2는 뇌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 분비를 억제하는 스트레스 호르몬 수용체를 활성화하는 기능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SKA2가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스트레스 호르몬 수용체의 기능이 마비된다는 것입니다.
또 후성유전학적 변이는 유전자의 DNA에 염기서열의 변화 없이 ‘메틸화 Methylation’ [유기 화합물에 메틸기, -CH3를 결합시키는 반응]에 의해 유전자의 기능과 발현 형태에서 변화가 나타나는 현상을 일컫습니다. 특히 후성유전학 後成遺傳學 Epigenetics은 최근 의학계의 노화와 질병 연구에서 급부상하는 학문으로 꼽힌다고 하네요.
카민스키 박사는 존스 홉킨스 예방의학연구소 환자 325명의 혈액샘플을 분석한 결과, 자살을 생각하거나 시도한 사람은 SKA2 유전자의 메틸화 현상으로 이 유전자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이들 환자는 정신 건강이 정상인 사람 보다 이 유전자의 발현이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게 연구 내용입니다. 연구팀은 이 유전자 분석결과를 토대로 자살위험을 예측할 수 있는 혈액검사법을 개발했다고 하는데요. 피검사로 자살의 위험을 예측할 수 있는데 확률이 95%에 이른다는 설명입니다.
해외 사례이긴 하지만 최근 등장하는 이 같은 자살과 관련한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이의 방지를 위해 우리의 두뇌 기능을 높이는 게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사실을 깨닫게 합니다.
한 때 ‘죽어가던’ 기업 한국전기초자를 극적으로 부활시켜 이른바 '기업 구조조정의 전도사'로 불린 서두칠 전 동원시스템즈 부회장(75)이 강연을 통해 설파한 내용이 그것인데요. 골자는 “문사철 부재가 자살률을 높인다" 는 것입니다.
서두칠 전 부회장은 국내에서 자살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이유로 이들의 '나쁜 사주 (넉四 기둥柱)'를 지목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람 사주가 좋다 또는 나쁘다'고 말할 때 四柱는 태어난 1.년 2.월 3.일 4.시를 지칭합니다.
하지만 서 부회장이 거론하는 四柱는 1.건강 2.일 3.가정 4.가치관이란 네 가지의 큰 기둥을 일컫습니다. 다시 말해 이 네 가지의 큰 기둥 모두가 튼튼하게 지탱해야만 인생이라는 집이 형성될 수 있고 사주팔자가 좋은 인생이 된다는 설명입니다.
그런데 네 가지 기둥 가운데 '가치관'이 튼튼하지 못한 것이 바로 자살의 큰 요인이라는 겁니다. 사람의 가치관은 이른바 문사철 (문학 사학 철학) 분야의 책 각 200권, 총 600권을 읽어야만 비로소 확립된다는 게 서두칠 전 부회장 주장의 논지입니다.
한국과학기술원 KAIST 정재승 교수에 따르면 부정적 생각을 차단하고 충동적 행동을 통제함으로써 (이 같은 가치관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여겨지는) 뇌 부위인 ‘전전두엽'은 13~18세 사이, 사춘기를 지날 무렵 집중적으로 발달한다고 합니다. [이미지=샌프란시스코 금문교 전경, SORA 제공]
한경닷컴 뉴스국 윤진식 편집위원 jsyoon@hankyung.com
때문에 자살 많은 서울 마포대교에서 ‘생명의 다리 캠페인’을 펼치기도 했지만 별무효과로 보입니다. 2014년 들어 5월 현재 까지 이 다리에서 투신해 사망한 건수만 벌써 서른 건이 넘었다는 집계입니다. 이처럼 다리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시도는 미국도 마찬가지인 모양입니다.
최근 영국 BBC 보도를 인용한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 뉴욕시와 뉴저지를 잇는 조지워싱턴다리에 자살방지용 울타리가 설치된다는 얘기네요. 조지워싱턴다리에선 2012년 18건, 2013년 16건에 이어 올 들어 13명의 투신이 기록됐다고 합니다.
까닭에 다리 관리기관인 항만공사가 400억원대의 예산을 투입해 2022년까지 2.7m 높이의 자살방지용 울타리를 설치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미국에선 이에 앞서 샌프란시스코 명물로 불리는 골든게이트브릿지, 금문교 관리당국이 다리에 자살방지용 철망을 설치하기로 결정했지요.
금문교는 샌프란시스코를 상징하는 건축물이자 관광객들이 찾는 관광명소지만 1937년 건설 이래 지금까지 1400여명이 뛰어내려 '자살 다리'라는 오명에 시달려 왔습니다.
새삼스럽지만 여기서 의문이 제기됩니다. “사람들은 왜 말을 세 번만 이을 경우 ‘살자’로 바뀌는 ‘자살’을 선택하는 것일까?” 지난달, 7월 31일 전해진 외신에 따르면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 의과대학 정신의학·행동과학교수 자카리 카민스키 박사는 이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연구결과를 내놨습니다. [연합뉴스 보도]
“부정적 생각을 차단하고 충동적 행동을 통제하는 뇌 부위인 ‘전전두엽 Prefrontal Cortex’에서 나오는 유전자인 ‘SKA2’에 후성유전학적 변이가 발생할 경우 자살 위험이 높아진다.” 나열된 용어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은데요.
연구진 등 따르면 유전자 SKA2는 뇌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 분비를 억제하는 스트레스 호르몬 수용체를 활성화하는 기능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SKA2가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스트레스 호르몬 수용체의 기능이 마비된다는 것입니다.
또 후성유전학적 변이는 유전자의 DNA에 염기서열의 변화 없이 ‘메틸화 Methylation’ [유기 화합물에 메틸기, -CH3를 결합시키는 반응]에 의해 유전자의 기능과 발현 형태에서 변화가 나타나는 현상을 일컫습니다. 특히 후성유전학 後成遺傳學 Epigenetics은 최근 의학계의 노화와 질병 연구에서 급부상하는 학문으로 꼽힌다고 하네요.
카민스키 박사는 존스 홉킨스 예방의학연구소 환자 325명의 혈액샘플을 분석한 결과, 자살을 생각하거나 시도한 사람은 SKA2 유전자의 메틸화 현상으로 이 유전자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이들 환자는 정신 건강이 정상인 사람 보다 이 유전자의 발현이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게 연구 내용입니다. 연구팀은 이 유전자 분석결과를 토대로 자살위험을 예측할 수 있는 혈액검사법을 개발했다고 하는데요. 피검사로 자살의 위험을 예측할 수 있는데 확률이 95%에 이른다는 설명입니다.
해외 사례이긴 하지만 최근 등장하는 이 같은 자살과 관련한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이의 방지를 위해 우리의 두뇌 기능을 높이는 게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사실을 깨닫게 합니다.
한 때 ‘죽어가던’ 기업 한국전기초자를 극적으로 부활시켜 이른바 '기업 구조조정의 전도사'로 불린 서두칠 전 동원시스템즈 부회장(75)이 강연을 통해 설파한 내용이 그것인데요. 골자는 “문사철 부재가 자살률을 높인다" 는 것입니다.
서두칠 전 부회장은 국내에서 자살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이유로 이들의 '나쁜 사주 (넉四 기둥柱)'를 지목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람 사주가 좋다 또는 나쁘다'고 말할 때 四柱는 태어난 1.년 2.월 3.일 4.시를 지칭합니다.
하지만 서 부회장이 거론하는 四柱는 1.건강 2.일 3.가정 4.가치관이란 네 가지의 큰 기둥을 일컫습니다. 다시 말해 이 네 가지의 큰 기둥 모두가 튼튼하게 지탱해야만 인생이라는 집이 형성될 수 있고 사주팔자가 좋은 인생이 된다는 설명입니다.
그런데 네 가지 기둥 가운데 '가치관'이 튼튼하지 못한 것이 바로 자살의 큰 요인이라는 겁니다. 사람의 가치관은 이른바 문사철 (문학 사학 철학) 분야의 책 각 200권, 총 600권을 읽어야만 비로소 확립된다는 게 서두칠 전 부회장 주장의 논지입니다.
한국과학기술원 KAIST 정재승 교수에 따르면 부정적 생각을 차단하고 충동적 행동을 통제함으로써 (이 같은 가치관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여겨지는) 뇌 부위인 ‘전전두엽'은 13~18세 사이, 사춘기를 지날 무렵 집중적으로 발달한다고 합니다. [이미지=샌프란시스코 금문교 전경, SORA 제공]
한경닷컴 뉴스국 윤진식 편집위원 js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