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뉴 트렌드] 프랜차이즈 원조 위협하는 '카피캣 주의보'
프랜차이즈 업계에 브랜드 카피가 만연하고 있다. 팥빙수를 주력 상품으로 코리안 디저트 카페라는 새로운 장르를 창조한 ‘설빙’, 소형 매장과 소자본 창업을 특징으로 하는 스몰비어와 밥버거 등 히트 브랜드 뒤에는 어김없이 카피 브랜드가 따라붙어 시간이 흐르면 누가 선도 브랜드인지 헷갈리는 상황도 나타난다. 선도 브랜드 중에는 이 같은 카피 브랜드 문제로 고민하다가 주력 사업에 열중하지 못하고 송사에 휘말리기도 해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한다.

대박 브랜드 카피 열풍

지난해 부산 지역을 본거지로 출발한 ‘설빙’은 한국식 디저트 카페를 브랜드 콘셉트로 내걸고 15개월 만에 전국에 300개가 넘는 점포망을 구축했다. 설빙은 전통적인 팥빙수부터 인절미, 망고, 블루베리 빙수까지 다양한 디저트 메뉴를 제공한다.

설빙이 올해 프랜차이즈 업계 최대의 히트작으로 떠오르면서 눈꽃빙수를 표방한 브랜드가 10여개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하지만 우유를 함유한 눈꽃빙수를 만들 수 있는 빙수기계는 고작 3~4개에 불과해 짝퉁 브랜드의 과대광고가 소비자들을 현혹시킬 수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2011년부터는 밥버거가 유망 소자본 창업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밥버거가 인기를 끈 이유는 햄버거의 빵 대신 밥과 밥 사이에 고기나 채소 등을 넣어 간편하게 만들어 먹는 메뉴인 데다, 가격도 1500~2500원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초·중·고교 부근의 동네상권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어 예비창업자들 사이에 창업 순위 1~2위에 오르는 브랜드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점포 임차비를 제외한 창업비용이 3000만원대이기 때문이다. 선도 브랜드인 ‘봉구스밥버거’가 생겨난 이후 10여개 브랜드가 잇따라 같은 콘셉트를 내걸고 생겨났다.

멕시칸 소스를 얹은 감자튀김에 간단하게 맥주 한 잔을 즐길 수 있는 스몰비어도 맥주전문점 시장을 강타한 히트 브랜드로 꼽히고 있다. 선도 브랜드인 ‘봉구비어’도 설빙과 마찬가지로 부산이 발상지로 알려졌다. 3년 전 부산지역에서 아이디어 하나로 시작해 전국에 700여개 가맹점을 열었다. 스몰비어가 맥주전문점 시장에서 새로운 영역으로 터를 잡으면서 스몰비어를 표방하는 브랜드가 30여개, 매장 수만 1000여개에 달하는 실정이다.

짝퉁 브랜드 난무하면 업계 전체 공멸

무분별한 브랜드 카피는 최초의 개발자나 경쟁자만 도태시키는 것이 아니라 순수한 창업자와 소비자에게도 피해를 준다. 2000년대 중반 유행했던 찜닭, 불닭, 요거트 아이스크림 브랜드가 대표적인 사례다.

물론 모든 후발 브랜드가 단순 카피만 하는 것은 아니다. 후발 브랜드 중에는 벤치마킹을 통해 시장의 경쟁을 유도하고 더 발전된 브랜드로 성장하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단순 카피 브랜드로 얼굴을 내밀어 상품의 품질을 떨어뜨리고 경쟁 점포만 늘려 놓아 기존 우수한 브랜드까지 힘들게 하는 경우다.

카피는 벤치마킹과 구별돼야 한다. ‘벤치마킹’은 특정 분야에서 우수한 상대를 표적으로 삼아 자신과 비교, 그들의 뛰어난 점을 배우면서 자기를 개선·발전시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카피는 자신의 창의성을 전혀 보태지 않은 채 베끼기에 불과한 행위다.

단순 카피 브랜드는 대부분 홈페이지에 브랜드 연혁이나 대표이사 이름이 없거나 본사 운영 경력이 짧은 것이 공통점이다. 창업비를 선도 브랜드에 비해 낮춘 것도 공통점이다. 가맹비나 교육비를 받지 않는다고 하는 경우도 많다. 장재남 프랜차이즈산업연구원장은 “카피는 남의 노력과 땀, 시간을 훔치기 때문에 창업비를 낮출 수 있다”며 “초보 창업자는 싼 것이 능사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