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부채상환비율(DTI)·주택담보대출비율 (LTV) 등 금융규제 완화가 1일부터 시작된 가운데 서울·수도권 아파트 곳곳에서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하고 있다.

3일 부동산 중개업소에 따르면 LTV·DTI 등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계약 직전에 거래가 중단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서울 강동구 둔촌동 주공3단지 112㎡형의 경우 7억6500만원에 매물이 나왔다가 집주인이 계약 현장에서 7억8000만원으로 호가를 올리면서 거래가 무산됐다.

동작구 상도동 일대도 마찬가지다.

상도동 이희지부동산의 이희지 대표는 " LTV·DTI 등 규제가 풀리면서 실요자들이 주택 구입에 나서고 있는데 막상 집을 보러 가면 집주인들이 그 자리에서 호가를 1000만∼2000만원씩 올려버린다"며 "매수자들이 따라 가면 집주인들이 가격을 올리고 도망가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계약 전 거래 취소는 전형적으로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상도동 래미안상도3차 109㎡ 역시 매매가격이 계단식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말 7월초 대비 500만원 오른 5억9500만원에 거래가 되자 7월말 곧바로 6억원으로 호가가 상승한 뒤 8월 들어서는 6억1000만∼6억3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DTI·LTV가 확대되자 기존에 담보대출 이자와 원금 상환 부담으로 매도를 고민했던 사람이 추가 대출을 받아 좀 더 버텨보겠다는 경우도 나타났다.

전세 1억8000만원을 끼고도 5억5000만원의 대출을 받아 무리하게 둔촌 주공 재건축 단지를 구입했던 A씨는 최근 대출 상환 압력에 집을 팔려 했다가 LTV·DTI 완화로 대출 가능 금액이 확대될 것으로 보이자 매도를 취소했다.

중개업소들은 여름 휴가철이 마무리되면 이달 중순 이후 주택 시장이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집을 살까 말까 망설이던 사람들이 상당수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사겠다며 구매 행렬에 동참하고 있어서다.

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특히 전세를 살던 사람들이 집값 상승에 불안감을 느끼며 집을 사려고 하는 모습이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이미 주택 거래량은 부동산 규제완화 방침이 발표된 지난달부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주택 거래량은 총 6천142건으로 지난 6월(5188건)에 비해 18.4% 증가했다. 7월 거래량으로는 2009년 7월(9005건) 이후 최고치다.

전문가들은 이번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여당이 압승하면서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거래가 늘더라도 가격 상승세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 정도를 봐야겠지만 임대소득 과세 등 악재가 있어 투자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은 낮다"며 "실수요자 위주로 시장이 재편된만큼 과거처럼 과열 현상을 보이거나 집값이 급등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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