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발전이 당진 9·10호기 화력발전소 건설사업에 대해 완공 전부터 초유의 ‘가동 불능’ 사태를 걱정하게 된 발단은 ‘예비 송전망 건설’ 변수가 돌출하면서다. 감사원이 착공 한 달 뒤인 2011년 7월 당진의 기존 송전망(765㎸급) 외에 예비 송전망을 별도로 건설할 것을 한국전력에 요구한 것. 당진지역의 발전소 건설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만큼 기존 송전망이 고장 날 때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당시 밀양 송전탑 건설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전력 당국과 한국전력은 크게 당황했다.
[송전탑에 가로막힌 發電사업] 발전소 착공 3년 뒤에야 새 송전탑 부지 물색
○돈은 누가 내나

전기위원회가 감사원 요청대로 당진에 765㎸급 예비 송전망을 설치하기로 결정한 것은 2012년 9월. 이어 산업통상자원부는 그해 12월 ‘전력계통 신뢰도 및 전기품질 유지 기준 고시’를 엄격하게 바꿨다. 한전이나 발전소는 기존 송전망 고장에 대비해 여유 송전망을 운영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밀양사태’로 인해 초고압 송전망을 설치하는 데 부담을 느낀 한전은 지난해 4월 당초 765㎸급 고압망을 345㎸ 비고압망으로 수정하기로 결정했다.

그 뒤로도 송전망 건설 계획을 수립하는 작업은 순탄치 못했다. 한전과 동서발전 중 누가 송전망 건설 비용을 부담할 것인가를 두고 갈등이 빚어진 것이다.

당진 화력과 북당진 변전소를 잇는 30㎞ 구간에 송전선로를 짓는 직접 비용은 약 600억원이다. 하지만 지역주민 보상비 등까지 포함하면 수천억원의 비용이 들 수도 있다는 게 양측의 공통적 우려다.

현행 ‘송·배전용 전기설비 이용규정’에 따르면 여러 발전소가 공동으로 이용하는 ‘큰 물줄기’ 격인 공용선로 건설 비용은 한전이, 공용 선로에 접속하기 위한 ‘곁가지 선로’ 격인 접속선로는 발전소가 부담하도록 돼 있다. 동서발전은 “안전성을 보강하는 차원에서 송전망이 신설되는 것이기 때문에 한전이 부담하는 게 맞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한전은 “예비 송전망은 명백한 접속선로”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런 상태로 시일이 계속 흐르자 다급해진 한전은 비용문제는 차후에 논의하기로 하고 올초 부랴부랴 부지 선정 절차에 들어갔다. 하지만 예비 송전망은 올해 착공한다 하더라도 설계 기간과 까다로운 주민 보상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해 2021년에야 완공될 전망이다. 밀양 송전탑 건설도 7년 이상 시일을 끌다가 지난해 10월에야 공사가 재개됐다.

○산업부, 그동안 뭐했나

이 같은 난맥상이 빚어진 데는 정부의 안이한 대처도 한 몫 했다는 비판이다. 2012년 전기위원회의 보강 결정이 이뤄지고 난 뒤에도 바로 송전망 건설이 시작되지 않은 것은 정부의 최종 결정이 늦어졌기 때문이다.

당시 산업부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감사원이 지적한 지 2년, 전기위원회 결정이 있은 지 1년 만인 지난해 8월에야 제6차 장기송·배전설비 계획을 수립하고 당진 화력과 북당진 변전소를 잇는 송전망을 짓기로 최종 결정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당진뿐 아니라 다른 지역 송전망 상황도 녹록지 않았던 상태에서 당진 지역건만 따로 해결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산업부는 한전과 동서발전을 불러 조정안을 만들어보려 했지만 이마저도 실패했다. 결국 두 사업자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전기위원회에 해당 사안을 재정신청하는 것이 낫겠다”고 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전기위원회는 산업부 산하기관이다.

세종=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