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모자’ 회원들은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외식업계 정보를 공유하고 친목을 다진다. 웨인 골딩 스리앨리펍&샘라이언스 사장(오른쪽 세 번째), 찰스 무터 대한항공 총주방장(왼쪽 첫 번째), 스테파노 디 살보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 총주방장(왼쪽 세 번째) 등 외국인 요리사들이 함께 맥주를 마시고 있다. JW메리어트 동대문 제공
‘하얀 모자’ 회원들은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외식업계 정보를 공유하고 친목을 다진다. 웨인 골딩 스리앨리펍&샘라이언스 사장(오른쪽 세 번째), 찰스 무터 대한항공 총주방장(왼쪽 첫 번째), 스테파노 디 살보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 총주방장(왼쪽 세 번째) 등 외국인 요리사들이 함께 맥주를 마시고 있다. JW메리어트 동대문 제공
지난달 7일 저녁 서울 반포동 서울팔래스호텔 연회장에 파란 눈의 외국인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듬직한 체격에 말끔한 복장을 한 이들은 특급호텔과 고급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외국인 주방장. 이날은 외국인 주방장들의 친목단체인 ‘하얀 모자’의 정기 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외국인 셰프 모임 '하얀 모자' "새 요리법 개발, 정보 교환…한국 생활의 사랑방이죠"
행사장엔 요리사 모임답게 고급 식재료인 이탈리아산 토스카노 오일과 리구레 오일을 비교 시식하는 코너가 마련됐다. 행사에 참석한 스테파노 디 살보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 총주방장은 “외식업계의 최신 유행을 접할 수 있고 좋은 식재료와 조리법에 관해 동료들과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어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고 말했다.

하얀 모자는 프랑스 파리의 요리사들이 1978년 ‘레 토크 블랑슈(Les Toques Blanches)’란 이름으로 단체를 결성한 것이 시초다. ‘레 토크 블랑슈’는 프랑스어로 ‘하얀 모자’라는 뜻이다. 요리사의 상징인 흰색 모자를 단체 이름으로 한 것이다.

한국에서 하얀 모자는 1982년 설립됐다. 조선호텔 신라호텔 등에서 총주방장으로 일한 롤랜드 히니가 초대 회장이다. 스위스인인 히니는 현재 서울 통의동에 있는 유러피언 레스토랑 ‘가스트로 통’의 오너셰프다. 지금은 서울 이태원에 있는 스리앨리펍&샘라이언스의 웨인 골딩 사장이 회장을 맡고 있다. 호주인인 골딩 사장은 그랜드앰배서더호텔 총주방장이었다.

하얀 모자 회원은 정회원과 준회원을 합쳐 60명가량 된다. 국내 특급 호텔과 고급 레스토랑에서 근무하는 총주방장(셰프)과 오너셰프, 총지배인이 정회원 자격을 가진다. 그 외 글로벌 식품업체 국내 지사장 등이 준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매슈 쿠퍼 JW메리어트호텔 총지배인, 허버트 클링크함머 서울클럽 총주방장 등이 회원이다. 한국인 회원으로는 이탈리아 식용 오일 브랜드 올리타리아의 김관호 한국지사장 등이 있다.

하얀 모자는 매달 첫째 주 월요일 정기 모임을 갖는다. 회원 중 한 명이 총주방장으로 근무하는 호텔에서 주로 행사를 연다. 해당 호텔의 총주방장은 회원들을 위해 요리를 내놓는다.

음식을 대접하는 요리사는 평소에는 잘 내놓지 않던 희귀한 식재료와 새로 개발한 조리법을 하얀 모자 회원들에게 선보인다. 여기서 좋은 반응을 얻은 요리는 정식 메뉴로 채택되기도 한다.

다른 요리사들 역시 하얀 모자 모임을 통해 새로운 요리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는다. 살보 총주방장은 “하얀 모자 모임에서 굴의 일종인 ‘오솔레 오이스터’를 처음 접하고 이 재료를 활용한 요리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하얀 모자의 활동은 단순한 친목 도모에 그치지 않는다. 소외계층 청소년 중 요리사를 지망하는 이들에게 매년 장학금을 주고 있다. 작년 연말에는 회원들이 산타클로스 복장을 하고 전남 곡성군에 있는 다문화가정을 방문해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줬다. 또 지난해부터 요리사 지망생들을 위한 1억원 규모의 장학기금을 조성하고 있다.

한국 생활의 길잡이 역할도 한다. 하얀 모자 회원 중 히니 오너셰프는 한국에 온 지 30년이 넘었고 번하드 브렌더 그랜드힐튼호텔 총지배인은 한국 생활이 올해로 24년째다. 애슐리 치즈맨 그랜드힐튼호텔 부총지배인은 “하얀 모자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동료들을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