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그룹 상장사들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3% 줄었다. 순이익은 12% 쪼그라들었다. 국내 대표 그룹들이 성장동력을 잃어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최근 증시는 10대 그룹 상장사 대다수가 포함된 시가총액 100위권 내의 대형주가 주도하고 있어 ‘실적 따로, 주가 따로’에 대한 불안감도 덩달아 고개를 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경기부양책과 더불어 주요 기업들의 2분기 실적이 바닥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선반영된 것인 만큼 하반기 실적이 이를 뒷받침해줄지 지켜볼 것을 주문하고 있다.
10대 그룹, 영업익 급감이 주가엔 호재?
○GS그룹만 ‘불안한 미소’

지난 1일까지 2분기 실적을 발표한 10대 그룹 상장사 42곳의 영업이익은 총 15조6957억원으로 작년 동기(20조3886억원) 대비 4조6929억원 줄었다. 매출 규모는 1.6% 감소하는 데 그쳤지만 순이익은 12% 줄었다.

10대 그룹 상장사 중 전년 동기에 비해 영업이익이 늘어난 곳은 GS가 유일했다. 작년 2분기 1500억원의 적자를 낸 GS건설이 올해 흑자로 돌아선 덕분이다. 그러나 작년 2분기에 그룹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을 책임졌던 GS의 분위기는 어둡다. GS 매출과 영업이익의 큰 축을 차지하는 GS칼텍스의 영업적자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10대 그룹 영업이익 감소분의 절반에 가까운 2조2152억원은 삼성그룹의 부진에서 비롯됐다. 삼성전자 영업이익 감소폭(2조3400억원)만큼 줄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의 영업이익은 10대 그룹 영업이익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그룹 외엔 현대중공업그룹의 어닝쇼크(추정치 대비 10% 이상 밑도는 것) 타격이 컸다. 조선업 불황의 늪에 빠진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의 2분기 영업손실은 1조1037억원에 달했다. 순손실 규모도 6166억원에 이른다.

4대 그룹 중에서는 현대차, 기아차의 영업이익이 줄어든 자리를 현대제철현대건설, 현대위아 등이 메워준 현대차그룹의 성적이 가장 양호했다. 덕분에 현대차그룹 7개 상장사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 감소하는 데 그쳤다. SK그룹은 SK하이닉스 홀로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지만 지난해 2분기 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SK이노베이션이 적자로 전환하면서 그룹 전체 영업이익은 22% 줄었다. LG그룹에서는 LG전자, LG이노텍이 선전한 반면 LG화학LG디스플레이의 영업이익이 기대에 못 미쳐 그룹 전체의 영업이익이 9% 감소했다. 그러나 전자계열사들 덕분에 4대 그룹 중 홀로 순이익 규모를 키웠다. LG그룹의 순이익은 지난해 2분기 8849억원에서 올해 1조263억원으로 16% 불어났다.

○하반기 실적에 좌우될 증시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 발표 시즌임에도 지난달 30일 코스피지수는 2011년 8월 이후 처음으로 종가 기준 2080선을 회복하며 박스권 탈출에 대한 기대를 높여가고 있다. 지수 상승은 대형주가 이끌었다. 전문가들은 배당 확대에 초점을 맞춘 경기 활성화 정책을 가장 큰 요인으로 꼽았다.

임태섭 맥쿼리증권 대표는 “7월 외국인 순매수세가 이어진 것도 정부의 경기부양 방안과 배당 확대 정책으로 국내 증시의 디스카운트(할인) 요인이 줄어든 상황이 부각된 것”이라며 “여기에 기업 실적도 2분기가 저점일 것이라는 기대가 더해졌다”고 말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정책수혜 기대와 2분기 실적을 균형 있게 반영해 하반기 증시 변화에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 박중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제 경제 상황이나 기업 실적에 변화가 있기 전에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기대로 주가가 먼저 더 빠르고 가파르게 오를 수 있다”며 “대기업을 중심으로 배당 이슈 등 정책 변수에 수혜를 받는 종목에 집중하면서 기업이익 사이클이 하향 조정되는 종목은 피해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