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개발구역 지정이 해제되는  개포동 구룡마을 전경. 한경DB
4일 개발구역 지정이 해제되는 개포동 구룡마을 전경. 한경DB
서울 강남 지역에 남아 있는 마지막 무허가 집단거주지인 구룡마을(28만6929㎡) 개발이 백지화됐다. 공영개발방식을 놓고 서울시와 강남구가 갈등을 빚어온 이곳은 도시개발법 제10조에 따라 도시개발사업(재개발) 구역지정 및 개발계획수립 기한이 지난 2일 효력을 잃었다. 구역지정 후 3년이 되는 날까지 실시계획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자동으로 효력이 상실된다.

서울시도 4일자로 강남 구룡마을 도시개발구역 지정을 공식적으로 해제한다고 3일 발표했다.

○2년 갈등 끝에 재개발 무산

구룡마을 땅주인 "자체 민영개발 추진할 것"
구룡마을은 1980년대 개포동 주공아파트 건설 과정에서 생겨난 이주민들이 구룡산 기슭으로 옮겨가 거주하며 형성됐다. 사유지에 무허가 비닐하우스와 판잣집을 짓고 산 이주민들은 한때 3000가구에 육박했다. 지금은 1100가구, 약 2500명이 남았다. 주민 구성은 다양하다. 기초생활수급자 등이 많지만 외부에서 들어온 투자자도 적지 않다. 토지주와 무허가 거주민 간 소송전이 이어지자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2011년 4월 이곳을 공영개발구역으로 정했다. 그러나 이듬해 6월 박원순 시장이 부지를 현금으로 사들여 개발하는 수용 방식에다 일부 토지주에게 땅으로 되돌려주는 환지(換地) 방식을 추가하면서 환지 방식을 반대하는 강남구와 2년간 갈등을 빚었다. 강남구는 환지 방식이 일부 토지주에게 특혜를 준다고 주장해 왔다.

○토지주협의회, 민영개발 추진

구룡마을 땅주인 "자체 민영개발 추진할 것"
구룡마을주민자치회는 개발사업이 무산되면 그동안 개발사업을 이유로 보류해 왔던 소방 및 상·하수도 기반시설 확충을 강남구에 요구할 계획이다.

구룡마을 토지주협의회는 5일 강남구에 민영개발 제안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토지주 정모씨 등은 개발구역 실효가 확실시되자 지난달 26일부터 나머지 토지주 109명을 대상으로 민영개발 제안서에 대한 동의를 받아왔다. 동의율은 75%를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토지주들에게 1400억원 규모의 대출 신용(보증)을 제공한 포스코건설도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대출 만기를 연장하거나 금융회사에 대출금을 갚고 구상권(상환청구권)에 따라 일부 토지를 취득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간 미개발 불가피 할 듯

구룡마을 재개발 사업은 상당 기간 방치될 가능성이 커졌다. 강남구가 지난달 말 서울시 전·현직 공무원 5명을 비리 혐의로 검찰에 고발함에 따라 서울시와 강남구 이견이 좁혀질 가능성은 더욱더 멀어졌다.

개포주공 등 구룡마을이 주변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전망이다. 강남공인 관계자는 “인근 아파트 시세에 별 영향은 없다”며 “대부분의 개포동 주민들은 구룡마을이 방치되는 것도, 많은 임대주택이 들어서는 것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