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행정부가 어제 전국 328개 지방공기업 경영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17개 공기업이 최하등급인 ‘마’등급을 받았다. 5년 연속 적자가 난 곳이 있는가 하면 부채가 수천%에 달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안행부는 하위평가를 받은 8개 지방공기업에 대해 정밀진단을 하고, 결과에 따라 사업규모의 축소나 조직개편, 법인 청산 등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기왕에 개혁이 불가피하다면 분명한 성과가 날 수 있도록 서둘러 단행할 것을 주문한다. 미세한 성과급을 조정하면서 차일피일 미루는 식이어선 곤란하다. 더구나 정작 지방공기업의 감독기관인 지자체 장들에게는 별다른 제재가 없는 것도 잘못된 것이다. 이들에게도 충분한 주의를 주는 것이 마땅하고 선거구민이 이를 분명히 알도록 하는 게 민주주의 원리에도 맞다. 선출직이라고 무한정 면책을 누릴 수는 없다.

지방공기업 부채 증가는 가히 기하급수적이다. 5년 사이에 무려 27조원이 늘어나 74조원에 이른다. ‘부채 1조클럽’의 불명예를 뒤집어쓰는 공기업도 늘고 있다. 상하수도나 지하철 관련 공기업에서 부채가 증가하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남발된 공약 추진과정에서 발생한 빚들이다. 부실의 공적(公敵)은 바로 표(票)퓰리즘이라는 사실도 명백히 드러났다.

가뜩이나 최경환 부총리가 지난달 31일 공공기관운영위에서 “공공기관이 부채감축 기조를 유지하되 경기활성화에 기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혀 논란이 이는 마당이다. 최 부총리는 새누리당 원내대표 시절 공기업 개혁으로 경제를 혁신하겠다고 그토록 강조해왔다. 경기활성화를 빌미로 공기업 개혁의 깃발을 내리는 것은 더 큰 화를 부르게 된다. 공기업 부채는 500조원을 넘어설 만큼 우리 경제에 이미 독약 같은 존재다. 더 이상의 도덕적 해이는 곤란하다. 국민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지방공기업 부실의 책임은 지자체 장이 져야 하고 국가 공기업 부실의 책임은 정부가 져야 한다. 개혁에 반대하는 공기업 노조들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단기적인 경기활성화를 명분으로 공기업 개혁을 공수표로 돌리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