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연구 확대로 체질개선…출연硏 벽 허물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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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한국공학한림원 '정부 출연硏의 길을 묻다' 토론마당
100억원 연구비 사용하는 융합연구단 연내 4개 설립
100억원 연구비 사용하는 융합연구단 연내 4개 설립
“정부 출연연구기관의 체질을 바꾸는 첫 단추는 융합 연구 확대입니다. 다양한 연구기관이 함께 모여 진행하는 융합 연구는 출연연 간의 벽을 허무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이상천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이하 국과연) 이사장은 최근 서울 역삼동 한국기술센터에서 ‘정부 출연연의 길을 묻는다’는 주제로 열린 ‘제64회 한국경제신문·한국공학한림원 토론마당’에서 이 같은 대안을 내놓았다. 국과연은 정부 산하 25개 출연연구기관을 통합 관리하기 위해 지난달 출범한 기관이다.
○융합 연구로 출연연 위기 극복
1960년대부터 본격 설립된 출연연구기관은 해외 선진기술을 가져다 단기간에 국산화하며 산업 발전을 주도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대학과 기업의 연구개발(R&D) 역량이 높아지면서 출연연의 역할이 모호해졌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기초연구는 대학이 더 잘하고 사업화에서는 기업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국과연이 출범과 함께 내놓은 타개책은 출연연 간의 벽을 허무는 융합 연구다. 이 이사장은 “개방형 연구를 활성화하기 위해 소속이 다른 연구원이 한 공간에 모여 공통 연구를 진행하는 출연연 융합연구단을 만들 것”이라며 “연내 100억원대의 연구비를 사용하는 연구단을 최대 4개까지 만들고 2017년까지 20개 정도의 연구단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원의 자율성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영국처럼 예산을 주지만 연구에 간섭하지 않는 ‘홀데인 원칙’과 우수 연구 리더의 권한을 강화하는 ‘하르나크 원칙’을 핵심 개편 방향으로 제시했다. 이 이사장은 “지난 정부에서는 출연연을 하나의 법인으로 통합하는 법안을 제출했지만 연구원들의 반발로 제대로 실행하지 못했다”며 “정부가 주도하는 하향식 방식이 아니라 출연연 스스로 변화 방향을 찾는 상향식 개혁이 더 적합하다”고 말했다.
○대학 포괄하는 개방 연구 필요
출연연이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는 논문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과 관련된 대규모 프로젝트를 주도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건우 서울대 공대 학장은 “외국에서 연구하는 것을 가져다 비슷하게 하는 것은 기업에 필요하지도 않고 경쟁력도 없다”고 말했다. 김창용 삼성전자 DMC연구소장도 “국가에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지 분석하고 출연연이 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고 김명수 전 표준과학연구원장은 “미국처럼 출연연이 큰 과제를 맡아 대학에 연구비를 나눠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일 이화여대 교수(전 과학기술부 차관)는 “출연연이 기초부터 응용까지 넓은 스펙트럼 분야를 다하겠다는 것은 정확한 임무를 맡지 않겠다는 의미와 같다”며 “출연연 스스로 어떤 분야에서 국가에 기여할지 비전을 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출연연뿐만 아니라 산학연을 포괄하는 개방형 연구 생태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 학장은 “출연연은 신진 연구 인력이 유입되기 어려운 구조인 반면 대학은 인력이 계속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며 “출연연이 대형 과제를 기획해 대학과 공동 연구를 하면 두 분야 인력이 자연스럽게 교류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박 교수도 “융합 연구를 한다면서 출연연 내부만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산학연 관점에서 어떻게 개방형 생태계를 꾸릴지 출연연이 정책과 이슈를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출연연 연구자에 대한 처우 개선 요구도 많았다. 연구자들의 단체인 출연연구발전협의회의 오영제 회장은 “현재 국과연 이사진에는 출연연 출신이 하나도 없다”며 “독일 막스플랑크연구회처럼 이사회를 보완할 평의원 제도를 만들고 여기에 연구자를 참여시켜 현장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
이상천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이하 국과연) 이사장은 최근 서울 역삼동 한국기술센터에서 ‘정부 출연연의 길을 묻는다’는 주제로 열린 ‘제64회 한국경제신문·한국공학한림원 토론마당’에서 이 같은 대안을 내놓았다. 국과연은 정부 산하 25개 출연연구기관을 통합 관리하기 위해 지난달 출범한 기관이다.
○융합 연구로 출연연 위기 극복
1960년대부터 본격 설립된 출연연구기관은 해외 선진기술을 가져다 단기간에 국산화하며 산업 발전을 주도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대학과 기업의 연구개발(R&D) 역량이 높아지면서 출연연의 역할이 모호해졌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기초연구는 대학이 더 잘하고 사업화에서는 기업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국과연이 출범과 함께 내놓은 타개책은 출연연 간의 벽을 허무는 융합 연구다. 이 이사장은 “개방형 연구를 활성화하기 위해 소속이 다른 연구원이 한 공간에 모여 공통 연구를 진행하는 출연연 융합연구단을 만들 것”이라며 “연내 100억원대의 연구비를 사용하는 연구단을 최대 4개까지 만들고 2017년까지 20개 정도의 연구단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원의 자율성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영국처럼 예산을 주지만 연구에 간섭하지 않는 ‘홀데인 원칙’과 우수 연구 리더의 권한을 강화하는 ‘하르나크 원칙’을 핵심 개편 방향으로 제시했다. 이 이사장은 “지난 정부에서는 출연연을 하나의 법인으로 통합하는 법안을 제출했지만 연구원들의 반발로 제대로 실행하지 못했다”며 “정부가 주도하는 하향식 방식이 아니라 출연연 스스로 변화 방향을 찾는 상향식 개혁이 더 적합하다”고 말했다.
○대학 포괄하는 개방 연구 필요
출연연이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는 논문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과 관련된 대규모 프로젝트를 주도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건우 서울대 공대 학장은 “외국에서 연구하는 것을 가져다 비슷하게 하는 것은 기업에 필요하지도 않고 경쟁력도 없다”고 말했다. 김창용 삼성전자 DMC연구소장도 “국가에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지 분석하고 출연연이 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고 김명수 전 표준과학연구원장은 “미국처럼 출연연이 큰 과제를 맡아 대학에 연구비를 나눠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일 이화여대 교수(전 과학기술부 차관)는 “출연연이 기초부터 응용까지 넓은 스펙트럼 분야를 다하겠다는 것은 정확한 임무를 맡지 않겠다는 의미와 같다”며 “출연연 스스로 어떤 분야에서 국가에 기여할지 비전을 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출연연뿐만 아니라 산학연을 포괄하는 개방형 연구 생태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 학장은 “출연연은 신진 연구 인력이 유입되기 어려운 구조인 반면 대학은 인력이 계속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며 “출연연이 대형 과제를 기획해 대학과 공동 연구를 하면 두 분야 인력이 자연스럽게 교류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박 교수도 “융합 연구를 한다면서 출연연 내부만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산학연 관점에서 어떻게 개방형 생태계를 꾸릴지 출연연이 정책과 이슈를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출연연 연구자에 대한 처우 개선 요구도 많았다. 연구자들의 단체인 출연연구발전협의회의 오영제 회장은 “현재 국과연 이사진에는 출연연 출신이 하나도 없다”며 “독일 막스플랑크연구회처럼 이사회를 보완할 평의원 제도를 만들고 여기에 연구자를 참여시켜 현장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