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은신했던 전남 순천 송치재 별장에 '비밀공간'이 있다는 제보를 경찰이 묵살한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제보자가 인천지검 유병언 수사본부에도 두 차례나 제보전화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4일 제보자 J씨에 따르면 지난 5월 26일과 28일 두 차례 순천경찰서 정보과에 제보전화를 한 직후에 각각 인천지검에도 전화를 걸어 별장에 '비밀공간' 존재 가능성을 제보했다.

그는 "당시 114로 문의해 전화를 하니 전화를 받은 사람이 '수사본부'로 돌려줬다"며 "'비밀공간이 있을 테니 유병언의 방만 검색하지 말고 다른 방이나 벽을 잘 살피고 두드려보면 소리가 다르니까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구체적으로 제보했다"고 밝혔다.

당시 전화를 받은 사람은 "참고하겠다"고 간단히 답하고서 전화를 끊었다고 덧붙였다.

J씨는 또 검찰의 금수원 2차 압수수색을 하루 앞둔 5월 20일에도 인천지검에 전화를 걸어 "또 허탕치지 않으려면 도청장치나 폐쇄회로(CC) TV를 10여곳에 몰래 설치해 두면 유병언 관련 단서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시 검찰이 J씨의 제보전화를 신중하게 받아들였다면 유병언의 검거나 추적에 결정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경찰이 제보전화를 3차례나 묵살한 데 이어 검찰마저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데 대해 당시 유병언을 검거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검찰의 입장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전남지방경찰청은 제보전화를 했던 J씨를 상대로 당시 상황에 대한 조사를 벌인 데 이어 이를 묵살한 순천경찰서에 대해 당시 누가 전화를 받았는지, 무슨 이유로 제보전화를 묵살했는지 등을 밝히기 위해 감찰을 벌이고 있다.

J씨는 지난 5월 26일부터 29일까지 순천경찰서 정보과와 수사과에 3차례 전화를 걸어 유병언 별장의 비밀공간 존재 가능성을 제보했으나 경찰은 애초 '통화기록을 확인한 결과 그런 제보는 없었다'고 거짓말을 했다가 J씨가 '114이용 사실증명원'을 제시하자 뒤늦게 사실을 인정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