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200만㎾ 규모로 짓고 있는 당진화력발전소 9·10호기가 송전망 문제로 완공 뒤에도 5년을 세워둘 지경이라는 한경 보도(8월4일자)는 충격적이다. 매년 ‘블랙아웃’이 올지 모른다며 영업장 절전 단속까지 벌였던 정부에 속은 느낌까지 든다.

발단은 3년 전 감사원의 권고에서 시작됐다. 감사원은 2011년 7월, 고장에 대비해 당진에 기존 송전망(765㎸급) 외에 예비 송전망을 건설할 것을 한국전력에 요구했다. 1년 뒤인 2012년 9월에 전기위원회가 당진 예비송전망 설치를 승인했고, 다시 1년 뒤인 지난해 8월에야 산업통상자원부가 당진화력과 북당진변전소를 잇는 송전망을 짓기로 최종 결정했다. 지금 공사를 시작해도 실제 송전은 2021년 6월에나 가능하다니 2015년 12월, 2016년 6월 완공될 당진 화력 9·10호기는 최소 5년 이상 발전을 못 하게 된다.

감사원의 권고 이후 3년 동안 착공도 못 한 것은 결국 산업부와 한전의 잘못이다. 이곳뿐만이 아니다. 2001년 이후 발전자회사들의 발전용량이 85% 늘어나는 동안 한전이 책임지고 있는 송전선로는 19.4%밖에 증설되지 않았다. 물론 주민 반대로 송전탑건설 재개에 7년이 걸린 밀양 사례에서 보듯 정책 실행에 어려움은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지역이기주의인 ‘님비(NIMBY)’가 아니라 오히려 누구 하나 책임지고 앞장서지 않는 정부와 공기업의 리더십 부재가 더 큰 문제라는 게 여실히 드러났다.

관계기관끼리 못 풀면 경제팀이라도 조정에 나서야 했다. 산업부, 한전, 동서발전, 감사원, 전기위원회를 불러다놓고 끝장토론이라도 벌여야 한다. 당진 9·10호기의 총 투자비는 2조6300억원이다. 가동 못 하는 동안 이자만 4700억원을 내야 한다. 당진뿐만 아니다. 지난달 23일 ‘송·변전설비 주변지역의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확정되면서 매년 약 2000억원이 송전선로 주변 주민들에게 보상비로 나가게 된다. 한경 보도 이후에도 한전과 동서발전은 비용부담을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고, 산업부는 산하기관인 전기위원회의 결정사항으로 미루고 있다. 정말 한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