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그리드 도브시 회장 "수학 트렌드는 협업, 천재 한 명 위한 학문 아니다"
“수학은 한 사람의 어린 천재를 위한 학문이 아닙니다. 60세가 거의 다 돼서 ‘쌍둥이 소수’ 문제의 실마리를 찾은 이탕 장 교수를 보세요.”

국제수학연맹(IMU) 첫 여성 회장인 잉그리드 도브시 미국 듀크대 석좌교수(60·사진)는 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비록 수학의 노벨상인 필즈상은 나이 제한(만 40세 미만)이 있지만 수학이 젊은이들만을 위한 학문은 아니다”며 “인터넷을 이용한 원활한 협업 등으로 누구나 수학에 기여할 길이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도브시 교수는 오는 13일부터 21일까지 열리는 2014 서울 세계수학자대회(ICM)를 맞아 지난 3일 방한했다.

도브시 교수는 브뤼셀 자유대(VUB)에서 물리학을 전공해 같은 대학에서 이론물리 박사 학위를 받은 여성 수학·물리학자다. 미국 러거스대와 프린스턴대 등을 거쳐 2011년부터 듀크대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미지 압축을 효율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도브시 함수(웨이블릿)’로 유명하며 지난해부터 IMU의 첫 여성 회장을 맡고 있다.

그가 언급한 이탕 장 뉴햄프셔대 교수는 58세인 지난해 2500년간 난제로 남아 있던 ‘쌍둥이 소수 추측’의 해결책을 제시한 수학자로 이번 서울 ICM에도 연사로 참석한다. 쌍둥이 소수 추측은 3과 5, 17과 19 등 두 소수의 차가 2인 소수쌍이 무한하다는 추측이다. 장 교수는 차이가 7000만 미만인 소수 쌍이 무한히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도브시 교수는 “문화혁명으로 10대에 학업을 그만둔 장 교수는 뒤늦게 수학을 공부해 쌍둥이 소수 추측의 난제 실마리를 찾았다”며 “이처럼 수학에 대한 즐거움과 탐구심만 있다면 나이는 아무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혼자만 잘해서 수학적 업적을 이룰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고 했다. 협업이 증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도브시 교수는 “예전에는 서신으로 연구 내용을 교환했는데 이제는 발달한 인터넷 덕분에 실시간으로 이메일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됐다”며 “화학 생물 등과 달리 물리적인 연구실 공간이 필요치 않아 클라우드 컴퓨팅의 힘을 빌려 협업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도브시 교수는 2006년 필즈상을 탄 중국계 호주 수학자 테렌스 타오가 이끄는 ‘폴리매스(polymath)’ 블로그를 예로 들었다. 도브시 교수는 “장 교수가 7000만 미만 소수쌍이 무한하다는 증명을 한 뒤 이 블로그를 통해 소수 쌍의 간격을 줄이는 시도가 끊이지 않아 지금은 간격이 600까지 줄었다”며 “개방형 플랫폼 형태로 많은 난제를 풀 수 있다”고 말했다.

첫 여성 IMU 회장직을 맡은 소감에 대해 묻자 “세계 수학 분야에서 활동하는 여성은 소수지만 이들을 기념하고 북돋우면 미래는 더욱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수학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한국에서 가장 큰 수학자대회를 열게 돼 무척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을 맺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