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등잔 밑 어두운 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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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휘 증권부 기자 donghuip@hankyung.com
“보고서에 적혀 있는 것만 보셔야죠.”
본지 8월4일자 A1면에 실린 ‘정부기금 여윳돈 7조 방치’ 기사에 대해 기획재정부 담당 과장은 격앙된 목소리로 반박했다. 2013년 기금평가단이 내놓은 ‘정부기금 존치보고서’에는 기금별 유보금 규모가 적혀 있지 않다는 반론이었다. 이날 기재부는 해명 자료까지 냈다. “기금 자산이 적정 규모를 초과하는지 여부만 파악했을 뿐 유보금의 구체적 규모를 산정하지는 않았다”는 게 골자다.
기재부가 해명 자료를 내면서 애써 부인한 ‘초과 유보금’은 그러나 있었다. 다만 보고서에 공식 기재돼 있지 않았을 뿐이다. 기재부가 신학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 측에 ‘열람’을 조건으로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의 경우 적정 자산 규모가 4510억~7986억원으로 나와 있다. 이 숫자와 보고서에 적힌 기금의 실제 가용 자산을 비교하면 돈이 얼마나 남고, 부족한지 나온다. 농수산신보기금의 유보금은 최대 1조5034억원이다. 단순 산수만으로도 산출할 수 있는 게 초과 유보금인 셈이다. 기재부는 이렇게 산출한 각 기금의 적정 ‘사이즈’를 공식 존치보고서에는 기재하지 않았다. 보고서상에 유보금 총액이 나와 있지 않은 배경이다.
‘감춰진 팩트’가 취재를 통해 드러난 만큼 기재부의 당혹감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무엇보다 관할 부처들로부터 일어날 후폭풍을 우려했을 공산이 크다. 이러다 보니 기재부는 스스로 만들어 낸 방법론에 대해 부정하는 모습까지 연출했다. “적정 규모에 대한 숫자는 기금평가단 교수들이 산출했을지는 몰라도 기재부는 관계없다”는 기재부 담당자의 말이 이를 방증한다. 기금평가는 국가재정법 제82조 1항에 따라 기재부 주관 하에 교수, 회계사 등 전문가 집단에 위탁하는 법률 행위라는 점을 잊은 듯한 발언이다.
사내 유보금에 과세하겠다며 ‘숫자’에 집착하던 게 기재부다. 유보금 대부분은 생산 시설 등에 투자돼 있으며, 현금성 자산은 유보금 총액의 15% 정도에 불과하다는 기업들의 항변은 묵살됐다. 공(公)을 추구하는 조직일수록 스스로에게 엄격한 기준을 대야 한다는 옛 성인들의 말이 있다. 기재부가 새겨야 할 금언이 아닐까.
이지훈 금융부 기자 lizi@hankyung.com
본지 8월4일자 A1면에 실린 ‘정부기금 여윳돈 7조 방치’ 기사에 대해 기획재정부 담당 과장은 격앙된 목소리로 반박했다. 2013년 기금평가단이 내놓은 ‘정부기금 존치보고서’에는 기금별 유보금 규모가 적혀 있지 않다는 반론이었다. 이날 기재부는 해명 자료까지 냈다. “기금 자산이 적정 규모를 초과하는지 여부만 파악했을 뿐 유보금의 구체적 규모를 산정하지는 않았다”는 게 골자다.
기재부가 해명 자료를 내면서 애써 부인한 ‘초과 유보금’은 그러나 있었다. 다만 보고서에 공식 기재돼 있지 않았을 뿐이다. 기재부가 신학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 측에 ‘열람’을 조건으로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의 경우 적정 자산 규모가 4510억~7986억원으로 나와 있다. 이 숫자와 보고서에 적힌 기금의 실제 가용 자산을 비교하면 돈이 얼마나 남고, 부족한지 나온다. 농수산신보기금의 유보금은 최대 1조5034억원이다. 단순 산수만으로도 산출할 수 있는 게 초과 유보금인 셈이다. 기재부는 이렇게 산출한 각 기금의 적정 ‘사이즈’를 공식 존치보고서에는 기재하지 않았다. 보고서상에 유보금 총액이 나와 있지 않은 배경이다.
‘감춰진 팩트’가 취재를 통해 드러난 만큼 기재부의 당혹감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무엇보다 관할 부처들로부터 일어날 후폭풍을 우려했을 공산이 크다. 이러다 보니 기재부는 스스로 만들어 낸 방법론에 대해 부정하는 모습까지 연출했다. “적정 규모에 대한 숫자는 기금평가단 교수들이 산출했을지는 몰라도 기재부는 관계없다”는 기재부 담당자의 말이 이를 방증한다. 기금평가는 국가재정법 제82조 1항에 따라 기재부 주관 하에 교수, 회계사 등 전문가 집단에 위탁하는 법률 행위라는 점을 잊은 듯한 발언이다.
사내 유보금에 과세하겠다며 ‘숫자’에 집착하던 게 기재부다. 유보금 대부분은 생산 시설 등에 투자돼 있으며, 현금성 자산은 유보금 총액의 15% 정도에 불과하다는 기업들의 항변은 묵살됐다. 공(公)을 추구하는 조직일수록 스스로에게 엄격한 기준을 대야 한다는 옛 성인들의 말이 있다. 기재부가 새겨야 할 금언이 아닐까.
이지훈 금융부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