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포럼] 새 경제팀, 개혁은 잊었나
자꾸 어긋나기만 한다. 물론 경제를 살리겠다는 의지는 의심하지 않는다. 최경환 부총리가 이끄는 기획재정부는 오늘도 세법개정안을 비롯해 이른바 신경제정책 후속대책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다. 청와대와 새누리당도 한목소리로 경제 살리기에 올인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와닿지 않는다. 핵심이 빠진 탓이다. 경제개혁 의지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공공기관 개혁 포기하나

이미 조짐이 심상치 않다. 공공기관 개혁은 벌써 후퇴하는 중이라는 말이 나온다. 최 부총리가 얼마 전 “공공기관들이 부채감축 기조를 유지하되 경기 활성화에도 기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발언했던 것이 논란의 시작이었다. 그간의 환율 하락 등으로 발생한 재원 5조원을 민생에 쓰겠다는 말이다. 공공개혁의 출발점이 부채 축소인데, 기관들이 번 돈을 부채 상환이 아니라 정책자금으로 끌어 쓴다면 개혁은 헛말이 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해왔던 공공개혁이었다. 성장 잠재력 확충과 직결된 중대한 국정 아젠다였다. 이런 개혁을 포기할 작정이라면 국정 기조를 바꾸겠다고 공포해야 옳다.

노동시장 개혁도 멀어져 가는 양상이다. 노동생산성이 추락하는 속에서 임금만 더 주라는 유보금 과세에 이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2탄으로 밀어붙일 태세니 그렇다. 그러나 비정규직 문제는 곧 일부 대기업 정규직 노조 문제다. 노조의 기득권을 깨야 풀린다. 생산성은 떨어지고, 노조는 기득권을 높게 쌓아가는데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기업을 몰아세우면 정규직 채용이 줄어들 게 뻔하다. 노동시장에 새로 들어올 예비 근로자들에겐 비정규직 진입장벽마저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최경환 경제팀은 노사정위원회에 기대를 거는 눈치다. 그러나 통상임금 확대, 근로시간 단축, 일자리 나누기 등 현안들을 놓고 노동계와 대타협이 불가피한 마당에 노동시장 개혁을 어떻게 끌어낸다는 것인지 모를 일이디. 현오석 부총리의 1기 경제팀이 노사문제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던 이유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금융·세제 쪽도 마찬가지다. 생산성을 훨씬 초과하는 억대 연봉자들이 급증하는 속에서 은행들의 보신주의를 탓하며 문제를 삼지 않을 테니 한계기업에까지 돈을 더 풀라고 야단이다. 금융의 룰은 무너지고 모럴 해저드는 확산될 것이다. 금융의 선진화는 이번 정부에서도 틀린 모양이다. 기형적인 3단계 법인세율 체계를 낮은 세율로 단일화하겠다는 기재부의 세제 개혁 과제는 유보금 과세로 일찌감치 물 건너갔다. 감세하겠다더니 증세로 역주행이다.

大변화인지 설명이 필요하다

경제개혁의 전면 후퇴다. 슬금슬금 하나둘씩 뒤엎고 있다. 누가 언제 어떻게 이런 합의를 했던 것인지 모를 일이다. 박근혜 정부의 대변화라면 단단히 설명해야 한다. 최경환 경제팀은 1기 경제팀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며 국민이 성장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개혁이 없으면 성장도 없고, 체감할 것도 없다. IMF는 한국이 개혁하지 않으면 저성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오래전부터 경고하고 있는 터다. 일본식 장기 저성장이 걱정이라면서 성장 잠재력 확충은 없고 오히려 개혁의 깃발을 거둬들이려고 한다. 시장주의자인 최 부총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소리가 나온다. 지금의 환호가 언제 야유로 바뀔지 모른다. 박근혜 정부의 성패가 개혁에 달렸다는 것을 잊지 마시라.

문희수 논설위원 m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