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질타' 7시간 뒤 육참총장·경찰청장 사의
박근혜 대통령이 5일 국무회의에서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 사망 사건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검찰과 경찰의 무능을 공개 질타하자 육군과 경찰 수장이 불과 7시간 남짓 만에 잇따라 사의를 밝혔다.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과 관련해 ‘일벌백계(一罰百戒)’의 고강도 문책 방침을 밝혔다. 그러자 권오성 육군참모총장은 오후 5시30분께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권 총장은 한 장관을 국방부 청사에서 만나 “28사단 사건을 비롯해 최근 육군에서 발생한 상황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사의를 밝혔다고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이 전했다. 한 장관은 권 총장의 이 같은 뜻을 청와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조만간 사표가 수리될 전망이다. 권 총장은 지난 6월 22사단 GOP(일반전초) 총기사건에 이어 최근 윤 일병 폭행 사망사건을 겪으면서 거취를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이 ‘일벌백계’를 언급한 것은 악화된 민심이 자칫 세월호 참사 이후 국정 정상화에 시동을 건 2기 내각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긴급 처방전’이라는 해석이다. 여권 내에서는 권 총장의 사의 표명으로 사고 당시 국방부 장관이었던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과 한 장관이 문책 대상에 포함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일각에서는 “문책에 성역이 없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국방부는 이번 사건에서 보고 누락과 은폐 의혹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해 대대적인 감사를 벌일 예정이다. 김 대변인은 “국방부 감사관실이 28사단, 6군단, 3군사령부, 육군본부, 합동참모본부, 국방부 등 전 지휘체계에 걸쳐 상급 부대로 보고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누락이 있었는지에 대해 집중 감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국무회의에서 유 전 회장의 시신 확인 과정에서 마찰을 빚은 검찰과 경찰에 대해 “책임질 사람은 책임져야 한다”고 질책했다. 이후 이성한 경찰청장이 유 전 회장 시신의 신원 확인이 지연됐던 것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의를 밝혔다. 이 청장은 이날 오후 경찰청 기자실에 내려와 “제 소임이 여기 정도인 것 같다. 경찰이 책임질 문제가 많아 청장인 제가 끌어안고 떠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청장은 “앞서 있었던 잘못은 제가 안고 가겠지만, 국가와 국민이 있는 한 경찰은 계속 존재할 것”이라며 “앞선 과오는 제게 다 덮어주시고 남아 있는 경찰관들이 사기를 갖고 일할 수 있도록 따뜻한 시선으로 경찰을 바라봐 달라”고 당부했다.

작년 3월29일 경찰청장에 임명된 이 청장은 2년의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데 대해 “임기만을 얘기하는 것은 책임 있는 자세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청장은 휴가를 다녀온 뒤 후임 청장이 올 때까지 차질 없이 업무를 볼 계획이라고 했다.

김대훈/김태호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