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증권사가 판매한 계열 자산운용사 펀드 수익률이 비계열 운용사 펀드보다 크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투자자의 이익보다 ‘제 식구’를 먼저 챙기는 관행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이다.

계열사 펀드의 배신…'제 식구' 먼저 챙겼다가 당했다
5일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KDB대우증권이 판매한 계열사(KDB자산운용) 주식형펀드의 지난 3년간 수익률(6월 말 기준)은 -20.3%로 저조했다. 이에 비해 똑같은 대우증권이 판매한 다른 증권사 계열사 펀드 수익률은 -0.5%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다른 회사 펀드 수익률이 20%포인트가량 높은 것. 단순 지수추종형을 제외한 설정액 100억원 이상 주식형펀드를 대상으로 했을 때다.

KTB투자증권이 판매한 계열사(KTB자산운용) 펀드 수익률은 -19.3%에 불과했지만 비계열사 펀드는 1.3%로 선방했다. 교보증권 대신증권 우리투자증권 등의 계열 및 비계열사 펀드 간 수익률 편차 역시 10%포인트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다수 증권사의 계열사 펀드 수익률(3년)이 전체 주식형펀드 수익률(-2.56%)보다 저조한 성과를 냈다.

증권사들이 이처럼 저조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계열사 펀드를 우선 추천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A금융사 관계자는 “펀드 판매창구에선 여러 관계를 고려해 계열사 펀드를 밀어주는 관행이 여전하다”며 “비계열사 펀드를 추천할 땐 철저하게 장기 성과를 따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다”고 말했다. B사 임원은 “소비자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펀드 판매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당국의 잇단 경고에도 불구하고 일부 증권사의 계열펀드 비중은 전체 판매액의 절반을 훌쩍 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이 판매한 미래에셋자산운용 펀드 비중은 65.7%로 가장 높았다. 삼성증권(56.6%) KB투자증권(50.9%) 하이투자증권(41.2%) 교보증권(40.9%) 등도 계열사 의존도가 높았다.

누적 잔액이 아닌 신규 판매액을 기준으로 할 때 계열사 비중이 50%를 넘는 곳은 신영증권이 유일했다. 신영증권의 계열펀드 비중은 지난 1분기 46.4%에서 2분기 71.5%로 급증했다. 신영증권 관계자는 “요즘 인기를 끄는 신영자산운용 펀드를 먼저 찾는 창구 고객이 많다보니 억울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연말까지 어떤 식으로든 계열 펀드 비중을 50% 밑으로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