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8월5일 오전 8시55분

승명호 동화그룹 회장
승명호 동화그룹 회장
‘중고자동차에 꽂힌 목재전문 그룹.’

많은 중견그룹이 대기업 반열에 오르기 위해 다양한 성장전략을 펴고 있지만 동화그룹의 행보는 유난히 ‘독특하다’는 평가가 많다. 60년 넘게 ‘나무’로 한우물을 파온 기업이 갑자기 중고자동차 시장을 넘보고 있어서다. 2011년 인천에 자동차 매매단지를 만들며 시장에 뛰어들더니 올해부터는 아예 그룹의 주력 사업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금융업 진출은 이런 전략에 핵심적인 요소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동화기업에서 중고차전문 사업체로 인적분할된 동화엠파크는 오는 9월 중 대부업체를 설립해 시범 영업에 들어간다. 내년에는 여신금융회사(캐피털사)도 설립, 할부금융과 리스 영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제재소에서 세계적 MDF 강자로

동화그룹의 모체인 동화기업은 1948년 서울 왕십리에서 작은 제재소로 출발했다. 창업주인 고(故) 승상배 전 회장은 ‘동쪽의 평화’라는 의미로 회사 이름을 ‘동화(東和)’라고 지었다. 제재소가 잘되자 그는 목질판상재(잘게 부순 나뭇조각을 접착제로 붙여 압축 가공한 가구재료) 사업과 강화마루, 나무벽재 등 목재 사업 전반으로 영역을 확장해 나갔다.

동화기업은 1975년 국내 최초로 목질판상재의 일종인 파티클보드(PB) 공장을 준공했다. 1986년엔 역시 국내 최초로 중밀도섬유판(MDF) 공장을 건설했다. 덕분에 경쟁 업체들을 주도할 수 있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승 전 회장의 4남인 승명호 동화그룹 회장(58)은 1993년부터 그룹을 이끌었다. 승 회장은 동화기업을 2003년 지주회사로 전환한 뒤 활발한 국내외 인수합병(M&A)에 나섰다. 2005년 한솔홈데코 아산공장을 인수한 데 이어 뉴질랜드 레이오니아 MDF공장, 말레이시아 머복 MDF사 등을 인수하며 MDF 세계 4위권에 진입했다. 동화기업 고위 관계자는 “목표는 아시아·태평양 목재 업계 1위”라며 “태국, 캄보디아, 미얀마 등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보유 부동산 활용 위해 중고차사업

동화그룹은 지주사 설립 10년 만인 지난해 지주회사 체제를 스스로 탈피했다. 동화홀딩스를 ‘동화기업’과 중고차 매매단지인 ‘동화엠파크’로 나눴다. 중고차를 그룹의 양대 축으로 삼기 위해서다. 동화기업 관계자는 “목재산업의 성장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신성장동력이 절실했다”고 말했다. 보유 부동산이 많다는 점에 착안, 중고차 매매단지를 시작하게 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2011년 인천 가좌동에 연면적 9만여㎡ 규모의 국내 최대 중고차 매매단지 ‘엠파크시티’를 만든 데 이어 2012년에는 중고차 수출용 전용단지를 선보였다. 지난해에는 중고차 경매장을 열었다. 내년에는 인근에 엠파크 제2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완공되면 총 1만5000여대의 중고차를 전시, 판매할 수 있게 된다. 중고차 매매부터 수출, 경매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 기반을 완성하게 되는 셈이다.

엠파크를 찾은 소비자들은 중고차를 살 때 현대캐피탈이나 KB캐피탈(옛 우리파이낸셜) 등을 통해 할부금융을 받고 있다. 동화그룹으로선 ‘경매-매매-수출’로 이어지는 중고차사업 수직계열화의 마지막 부분인 할부금융시장을 다른 업체에 내주고 있는 격이다. 여신금융회사를 세워 할부금융과 리스 영업에 나서기로 한 주요 배경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금융회사를 자회사로 둘 수 없게 돼 있다 보니 동화그룹이 일찌감치 금융업 진출을 염두에 두고 지주회사를 탈피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 승명호 회장의 경영철학

“답은 현장에 있다.”

승명호 동화그룹 회장의 핵심 경영 철학이다. 그는 1년에 100일, 한 달에 10일가량은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현지 해외 공장을 시찰하면서 보낸다. 장남인 승지수 동화홀딩스 이사를 작년 해외 사업장 중 가장 실적이 좋지 않은 뉴질랜드 법인에 보낸 것도 ‘현장 중시’ 경영자 수업을 받게 하려는 취지다. 일할 맛 나는 직장을 만드는 것도 그의 주된 관심사다. 호주 공장을 방문했을 때의 일. 그는 직원들의 주거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즉석에서 전 직원을 위한 사옥 건립을 지시하기도 했다.

안대규/고경봉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