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김태진 씨(36)는 1일부터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완화된다는 소식을 듣고 최근 은행을 찾았다. 살고 있는 전셋집을 정리하고 대출받아 내 집 장만을 하기 위해서다. 은행 직원은 5년간 고정금리가 유지되고 이후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혼합형 대출 상품을 추천했다. 고정금리 대출이지만 코픽스 연동 변동금리 대출금리 연 3.85%보다 낮은 연 3.6%를 적용받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김씨는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내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데다 한국도 선진국 대열에 올라서면 저금리 기조가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어서다.

○이자 줄어든 고정금리대출

10년내 대출금 갚는다면 고정금리가 '유리'
LTV와 DTI 완화로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대출 중에서 고민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최근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전망,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 경기회복 추세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최근 은행들이 5년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일제히 내리고 있는 점은 고민을 더 깊게 만든다.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낼 이자가 많다는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우대금리 등을 감안한 최저금리 기준으로 볼 때 우리은행의 변동금리상품 금리는 연 3.57%로 연 3.53%인 고정금리상품보다 높다. 주택금융공사에서 내놓은 고정금리 상품인 적격대출도 같은 기준으로 우리·농협·하나은행 등에서 금리를 연 3.3% 안팎의 낮은 수준으로 설정해 놨다.

이런 고민에 대해 전문가들은 10~15년 이내에 원리금을 갚을 생각이라면 고정금리가 유리하다고 말한다. 중장기적으로는 한국도 저성장·저금리 기조에 본격적으로 들어서겠지만 향후 10~15년 안에는 여전히 변동성이 크다고 판단해서다.

한 은행의 여신담당 임원은 “미국 등 선진국들이 경기회복 시점에 맞춰 금리 인상을 준비하고 있다”며 “대외환경에 잘 휘둘리는 한국도 이러다가 언제 금리 인상으로 방향을 틀지 알 수 없어 예측 가능한 고정금리를 선택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상환기간 길 때는 변동금리

원리금 상환 기간을 최장 30년까지로 길게 잡고 있는 사람은 변동금리가 유리하다. 한국 경제성장률이 연 3%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지만 향후에는 미국과 유럽 선진국처럼 0~2%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봐서다. 거기에 맞춰 금리도 낮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게다가 한국은행이 이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2.5%인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강력한 경기부양 정책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올해 안에 추가로 0.25%포인트를 더 내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또 은행들이 고정금리를 늘리라는 정책 기조에 맞춰 5년 혼합형 주택담보대출을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있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박신영/박한신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