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협회 일로 여기저기 다니다보면 항상 남자분들이 ‘정치할 거냐’며 색안경을 끼고 봅니다. 정치 생각 전혀 없고, 그냥 재밌어서 하는 일인데요.”

1946년 대한야구협회 창립 이래 첫 여성 임원으로 활동 중인 김은영 부회장(사진)은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2월 협회 회장 선거에 출마해 화제를 모은 김 부회장은 낙선한 뒤 다음달 부회장으로 취임했다. 선거에서 경합했던 이병석 협회장(새누리당 의원)이 그에게 부회장직을 거듭 제안했다고 한다. 협회는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달리 고교야구 등 아마추어 야구 관련 사업진흥 등을 맡고 있다.

그는 여성이자 중·고교생 자식을 둔 엄마의 섬세함으로 남들이 보지 못한 부분을 본 것이 지난 1년여간의 성과라고 했다. “아마추어 야구 진흥 및 발전을 책임진다는 협회가 고교 대상 설명회 등을 잘 진행하지 않는 게 이해가 안 됐어요. 고교 야구선수들은 새벽까지 연습할 정도로 고된 훈련을 받습니다. 이들이 잘 성장해야 훌륭한 프로선수가 많이 나오지 않겠어요. 엄마 입장에서 모두 자식같은 고교 선수들을 위해 뭔가 해보자고 건의를 많이 했습니다.”

부산에서 태어나 대학까지 나온 그는 순수한 프로야구 팬이었다. 인천 물류사업체 L&K글로벌의 대표인 남편도 야구 팬이다. 남편의 지인을 통해 협회장 출마를 권유받은 뒤 “색다른 경험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출마했다고 한다. 김 부회장은 남편 회사인 창고기업 L&K컨테이너터미널 대표도 맡고 있다.

보수를 받지 않는 협회 부회장직은 오히려 수천만원가량 협회에 기부하며 헌신해야 하는 ‘명예직’이다. 그는 기업 활동에 지장은 없느냐는 질문에 “협회 관련 분들과 그동안 겪었던 항만물류업체, 세관 분들이 술 좋아하는 게 비슷해 전혀 어색하지 않다”며 웃었다.

태생적으로 거짓말을 못하고 솔직하다는 그는 대화 내내 유쾌하게 응했다. 부회장직을 맡은 뒤 체중이 10㎏ 가까이 늘었다고 ‘고백’도 했다. “며칠 전에도 협회 분들과 고량주를 마셨어요. 행사에 다니다보면 여자가 저 혼자인데, 다른 십수명 분들과의 뒤풀이 자리에서 권하는 술을 거절 못하다 보니 이렇게 됐네요. 하지만 기업할 때와는 전혀 다른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어 참 배우는 게 많고 행복합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