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입구 쪽 상가에 들어선 제과점과 레스토랑은 손님들로 늘 북적인다. 평온하던 이곳 빵집이 논란거리로 떠오른 것은 SPC그룹이 지난 4월 공개입찰에서 CJ의 뚜레쥬르를 누르고 이 점포를 낙찰받아 파리바게뜨 제과점을 내려고 하면서부터다.

동반성장위원회는 파리바게뜨 입점이 결정되자 “인근에 중소 제과점 루이벨꾸가 있어 골목 상권을 침해한다”며 SPC에 시정요청 공문을 보냈다. 동네 빵집들의 모임인 대한제과협회도 동반위에 가세했다. 난감해하던 SPC는 ‘일반음식점으로 점포를 내고 빵은 전체 매출의 절반 이하로 팔겠다’는 절충안을 내놓았다. 빵집이라고 하기도 어렵고, 아니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기묘한 점포가 새로 생기는 것이다.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無원칙 中企업종…'빵 파는 음식점' 생기나
○제과협회 “대기업 확장 멈춰라”

뚜레쥬르가 있던 올림픽공원 상가의 임대기간이 만료되자 운영업체인 한국체육산업개발은 4월 점포임대 입찰을 했다. CJ와 SPC만 참여한 입찰에서 SPC가 이겼다. 이에 CJ는 ‘파리바게뜨가 중소 제과점에서 500m 이내에 신규 출점을 자제하도록 한 중소기업적합업종 권고를 어겼다’고 동반위에 신고했다. 이 점포 인근에 제과점 루이벨꾸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제과협회도 나섰다. 제과협회는 지난달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SPC그룹의 부당 행위로 동네 빵집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며 “신규 매장 확장을 멈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SPC “루이벨꾸, 동네빵집 아냐”

파리바게뜨의 입점이 ‘동네 빵집’의 생존권을 위협하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이 점포는 지난 6년간 대기업 제과점인 뚜레쥬르가 있던 곳이다. 대기업이 이미 운영해 오던 빵집 간판이 다른 대기업 간판으로 바뀌는 것을 ‘동네 빵집’의 생존권 침해로 볼 수 있느냐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인근 제과점인 루이벨꾸는 거리가 300m 정도여서 출점 거리제한(500m)에 걸리지만 10차로 건너편 올림픽선수촌아파트 상가에 있기 때문에 상권이 다르고, 이 빵집 역시 카페베네 빵집인 마인츠돔의 대주주가 운영하는 제과점이어서 순수하게 ‘동네 빵집’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SPC의 항변이다. 하지만 동반위는 ‘상권 분리’를 인정하지 않고 점포 간 거리제한만 적용하고 있다.

○절충안 나왔지만 갈등 불씨 여전

동반위는 지난달 31일 SPC와 제과협회 관계자들을 불러 간담회를 열었다. SPC는 이 자리에서 ‘제과점업 대신 음식점업으로 출점하겠다’는 절충안을 내놨다. 매출의 50% 이내에서 빵을 포함한 제과류를 판매하겠다는 것이다. 제과점이나 빵집이 아니라 ‘빵을 파는 식당’이기 때문에 중소기업적합업종 위반이 아니라는 것이다. SPC는 일반음식점 브랜드로 ‘파리크라상 키친’을 검토 중이다.

동반위는 절충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종 합의를 위해서는 제과협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빵 매출 비율을 50% 이내로 하는 것이 적정한지 등이 쟁점이다.

학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올림픽공원 빵집 출점은 대기업 빵집이 하나 더 늘어나는 것이 아닌 만큼 추가 출점으로 보고 규제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대기업 프랜차이즈 규제는 요건 위주의 형식적인 것보다는 실질적으로 효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종국 동반위 사무총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 분위기를 조성하고 중재 자리를 마련하는 등 그동안 동반위의 노력으로 그나마 동반성장의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다”며 “중소기업적합업종은 자영업자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출구를 찾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