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 美 현장점검 나섰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사진)이 5일 미주시장 점검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 지난해 5월 이후 15개월 만의 미국 출장이다. 북미 신차 시장은 올 들어 빠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 간 판매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정 회장이 직접 현대·기아차의 생산 및 판매현장 점검에 나선 배경이다.

정 회장은 이날 오후 새로 마련한 전용기를 이용해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정 회장은 출국에 앞서 “미국 신차 판매시장의 성장세가 뚜렷하다”며 “현지 생산·판매 현황을 둘러보고 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의 올해 해외 출장은 지난 3월 유럽과 중국 방문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정 회장은 우선 미 캘리포니아 파운틴밸리에 있는 현대차 미국판매법인에서 업무보고를 받고 제네시스와 쏘나타 등 신차판매현황과 마케팅 전략을 점검할 계획이다. 이어 앨라배마 및 조지아주에 있는 현대·기아차 공장을 차례로 찾아 생산 차량의 품질을 점검하고 현지 근로자들을 격려할 예정이다.

정 회장이 현대·기아차 국내 공장 근로자들이 일제히 여름휴가에 들어간 시점에 휴가 대신 해외 출장에 나선 것은 경쟁이 치열한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 수립을 위해서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은 정의선 부회장도 올 들어 두 차례 방문할 정도로 중요한 시장”이라며 “도요타 혼다 등 엔저(低)를 등에 업은 일본 업체들의 강한 공세를 이겨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기아차는 올 들어 미국 시장에서 매달 최다판매기록을 세우고 있지만, 시장 성장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올해 1~7월 미국 신차 판매량은 960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914만대)보다 5.0% 늘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 판매량은 78만대로 작년보다 3.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정 회장은 미국 현지공장 임직원들에게 품질경영도 재차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미국 출장을 계기로 기아차 멕시코 신규공장 건설이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예상도 있지만, 현대차그룹 측은 “미국 현지 방문 외에 다른 일정은 없다”고 전했다. 정 회장은 지난달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멕시코 누에보레온주 주지사와 만나 공장건설과 관련해 논의했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