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이익 원천 따져보고 세금·형벌 정해야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대기업 유보금을 분배하라는 요구
회계장부 한번 안들여다본 호들갑
국내 비중 큰 기업의 경영위축 안돼
이만우 < 고려대 경영학 교수 leemm@korea.ac.kr >
회계장부 한번 안들여다본 호들갑
국내 비중 큰 기업의 경영위축 안돼
이만우 < 고려대 경영학 교수 leemm@korea.ac.kr >
포스코는 철인(鐵人) 박태준에게는 ‘존재의 이유’였다. 철강자급이 경제개발의 전제임을 간파하고 현장숙소에서 쪽잠을 자며 건설공사를 지휘했다. 1973년 제1고로 준공 이후에도 20년간 경영을 맡아 성장을 이끌었다. 박태준 회장 퇴임 이후 포스코 지배구조는 혼돈에 빠졌다. 정권과 코드를 맞춘 인사가 사외이사 자리를 꿰찼고 대통령 측근이 회장 감투를 들고 설쳤다.
제철소는 막대한 초기 투자가 소요되지만 고로가 가동되면 안정된다. 초기에는 감가상각비도 많고 차입금에 대한 이자 부담도 무겁다. 그러나 성숙단계에 들어서면 감가상각비가 줄어들고 자금이 쌓여 이자 낼 일도 없어진다. 생산원가는 낮아지고 매출은 늘고 이익도 증가한다. 그러나 이익에 취해 흥청망청 허비하면 순식간에 위기가 닥친다.
미국의 거대 철강기업 베들레헴스틸도 이익 나누기에 급급하다 1980년대 중반부터 부실의 늪에 빠져들었다. 부도에 몰려 파산보호를 신청한 2001년까지 15년 연속 손실을 기록했다. 손실 상황에서도 미래 이익을 가정하고 결손금 일부를 이연법인세 자산으로 올려 놓았다. 파산보호신청에 따라 결손금이 쓸모없게 됐고 이연법인세를 떨어내면서 누적결손이 크게 불어나 결국 폐기물처럼 정리됐다.
조선업 불황 직격탄을 맞은 강덕수 STX 회장이 분식회계 사기대출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조선업은 건설업과 마찬가지로 진행률에 따라 공사이익을 계상한다. 공사계약금액에서 예정공사비를 차감한 예정이익을 공사비 집행실적에 따라 안분해 기간별 이익을 계산한다. 공사계약금액은 이미 확정됐지만 예정공사비는 미래의 지출이기 때문에 추정할 수밖에 없다. 검찰 주장은 예정공사비를 낮게 잡아 공사이익을 허위로 계상했고 이를 통해 대출을 받았기 때문에 사기라는 것이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달러 환율은 급등했고 선박 수주는 급감했다. 수입될 외화를 확정가격으로 선매도한 조선사는 날벼락을 맞았다. 선박대금은 낮은 환율로 받는 대신 수입 원자재는 높은 환율로 사야 했다. 조선사마다 살아남기 위해 예정공사비 절감에 매달렸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유발한 착시현상 때문에 대기업이 협력업체 이익을 탈취한다는 오해가 확산됐고 정부 등쌀에 협력업체 납품단가 인하는 어려웠다. STX는 쓰러지기 직전까지 공정거래위원회 시정명령에 시달렸고 동반성장위원회 평가도 최하등급을 받았다. 결국은 쓰러졌고 예정공사비 절감계획도 실패로 끝났다.
분식회계 사기대출 주장은 경영권을 넘겨받은 산업은행이 먼저 제기했다. 진행률 기준 수익인식의 자의성 문제는 재무회계 교과서마다 기술돼 있다. 수조원 대출을 집행하면서 산출 근거는 따지지 않고 이익 수치만 믿었다는 은행 측 주장은 지나치다. 베들레헴스틸의 경우 이연법인세 자산 계상이 지나친 낙관적 전망에 따른 것임을 채권은행이 미리 알고 대처했고 사기로 고발하는 촌극도 없었다.
협력업체 이익탈취 주장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이익 구성요소를 제대로 살피지 못한 호들갑이다. 두 회사 이익 중 상당부분이 해외에서 발생한 것이다. 해외 자회사가 번 현금은 연결재무제표에 표시돼 있긴 하지만 실제로는 해외에 보관돼 있고 유보이익에 대한 과세권도 주재국 우선이다. 해외 자회사가 국내 중소기업에 돌아갈 이익을 탈취할 방법도 없다.
작년 5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상원 특별위원회에 출두했다. 쿡은 미국 내에서 얻은 이익에 대해서는 빠짐없이 법인세를 납부했음을 강조했다. 해외에서 얻은 자회사 이익을 미국으로 가져오게 하려면 법인세율을 더 낮춰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는데 미국 여론도 수긍하는 편이었다.
유보이익 과세의 타당성을 검증하려면 기업이익 산출근거와 구성요소를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 해외 사업에서 얻은 이익의 국내 반입이 오히려 가로막히거나 SK, GS, 한화, CJ 등 국내 사업 비중이 높은 그룹의 경영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은 없는지 철저히 따져야 한다.
이만우 < 고려대 경영학 교수 leemm@korea.ac.kr >
제철소는 막대한 초기 투자가 소요되지만 고로가 가동되면 안정된다. 초기에는 감가상각비도 많고 차입금에 대한 이자 부담도 무겁다. 그러나 성숙단계에 들어서면 감가상각비가 줄어들고 자금이 쌓여 이자 낼 일도 없어진다. 생산원가는 낮아지고 매출은 늘고 이익도 증가한다. 그러나 이익에 취해 흥청망청 허비하면 순식간에 위기가 닥친다.
미국의 거대 철강기업 베들레헴스틸도 이익 나누기에 급급하다 1980년대 중반부터 부실의 늪에 빠져들었다. 부도에 몰려 파산보호를 신청한 2001년까지 15년 연속 손실을 기록했다. 손실 상황에서도 미래 이익을 가정하고 결손금 일부를 이연법인세 자산으로 올려 놓았다. 파산보호신청에 따라 결손금이 쓸모없게 됐고 이연법인세를 떨어내면서 누적결손이 크게 불어나 결국 폐기물처럼 정리됐다.
조선업 불황 직격탄을 맞은 강덕수 STX 회장이 분식회계 사기대출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조선업은 건설업과 마찬가지로 진행률에 따라 공사이익을 계상한다. 공사계약금액에서 예정공사비를 차감한 예정이익을 공사비 집행실적에 따라 안분해 기간별 이익을 계산한다. 공사계약금액은 이미 확정됐지만 예정공사비는 미래의 지출이기 때문에 추정할 수밖에 없다. 검찰 주장은 예정공사비를 낮게 잡아 공사이익을 허위로 계상했고 이를 통해 대출을 받았기 때문에 사기라는 것이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달러 환율은 급등했고 선박 수주는 급감했다. 수입될 외화를 확정가격으로 선매도한 조선사는 날벼락을 맞았다. 선박대금은 낮은 환율로 받는 대신 수입 원자재는 높은 환율로 사야 했다. 조선사마다 살아남기 위해 예정공사비 절감에 매달렸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유발한 착시현상 때문에 대기업이 협력업체 이익을 탈취한다는 오해가 확산됐고 정부 등쌀에 협력업체 납품단가 인하는 어려웠다. STX는 쓰러지기 직전까지 공정거래위원회 시정명령에 시달렸고 동반성장위원회 평가도 최하등급을 받았다. 결국은 쓰러졌고 예정공사비 절감계획도 실패로 끝났다.
분식회계 사기대출 주장은 경영권을 넘겨받은 산업은행이 먼저 제기했다. 진행률 기준 수익인식의 자의성 문제는 재무회계 교과서마다 기술돼 있다. 수조원 대출을 집행하면서 산출 근거는 따지지 않고 이익 수치만 믿었다는 은행 측 주장은 지나치다. 베들레헴스틸의 경우 이연법인세 자산 계상이 지나친 낙관적 전망에 따른 것임을 채권은행이 미리 알고 대처했고 사기로 고발하는 촌극도 없었다.
협력업체 이익탈취 주장은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이익 구성요소를 제대로 살피지 못한 호들갑이다. 두 회사 이익 중 상당부분이 해외에서 발생한 것이다. 해외 자회사가 번 현금은 연결재무제표에 표시돼 있긴 하지만 실제로는 해외에 보관돼 있고 유보이익에 대한 과세권도 주재국 우선이다. 해외 자회사가 국내 중소기업에 돌아갈 이익을 탈취할 방법도 없다.
작년 5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상원 특별위원회에 출두했다. 쿡은 미국 내에서 얻은 이익에 대해서는 빠짐없이 법인세를 납부했음을 강조했다. 해외에서 얻은 자회사 이익을 미국으로 가져오게 하려면 법인세율을 더 낮춰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는데 미국 여론도 수긍하는 편이었다.
유보이익 과세의 타당성을 검증하려면 기업이익 산출근거와 구성요소를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 해외 사업에서 얻은 이익의 국내 반입이 오히려 가로막히거나 SK, GS, 한화, CJ 등 국내 사업 비중이 높은 그룹의 경영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은 없는지 철저히 따져야 한다.
이만우 < 고려대 경영학 교수 leemm@korea.ac.kr >